과학과 종교 이슈

[과도기 이야기] 6번째 - 과학시대를 사는 목회자들의 고민.

별아저씨의집 2021. 1. 10. 18:06

과도기 이야기 여섯번째.

 

 과학시대를 사는 목회자들의 고민.

 

 시카고, 앤아버, 코스타, 벤쿠버 등을 거치며 강의하고 목회자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그들의 입장에서 과학과 신앙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과신대 운동을 하면서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와 교육내용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주욱 가져왔지만 이번에 목회자 모임에서 강의하고 대화하면서 좀  깊게 생각하게   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취한 주요 입장이었던 창조과학은 이제  수명을  했습니다.  80년대에 창조과학이 출발할 때부터관련 분야 과학자와 신학자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워낙 소수 의견으로 치부되었던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용기를 내서 창조과학의 다양한 오류, 과학적, 신학적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졌고 정보화 시대가 되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있게 되면서 창조과학의 문제점은 예전에 비해 훨씬 쉽게 파악할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기독출판사들이 과학 관련 책들을 기획하고 번역해서 출판한 것도 창조과학에 경도되었던 한국교회의지적 토대를 바꾸는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교회의 일선에 있는 목회자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크게 3 종류의 목회자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여전히 창조과학을 지지하고 교회에서 공공연하게 젊은 지구론이 옳다고 가르치는 목회자들입니다. 

 

둘째, 창조과학을 가르쳤던 흑역사를 반성하고 이제는 제대로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목회자들입니다. 

 

셋째, 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아예 다루지 않고 피하는 목회자들입니다. 세번째 부류에는 예전에 가르쳤던 창조과학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되었지만, 막상 다른 대안이 없고 스스로도 정리가  안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를 보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반면, 처음부터 창조과학 같은 접근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어서 다루지 않았던목회자들도 있겠지요. 

 

각각의 입장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첫째 부류는 지적성실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분들은 현대과학의 내용은 커녕, 사실 창조과학이 무엇을 주장하는 지 그 내용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부해 보지 않은 분들입니다.  창조과학의 내용  자체가 어떤 내적 모순을 갖고 있는지 어떤 심각한 성경해석 문제와 신학적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한 적도 없는데 그냥 창조과학을 가르친다면 지적으로 불성실하다는 비판을 피할  없겠습니다. 

 

둘째 부류는 자신이 잘못 가르쳤음을 인정하는 분들입니다. 사실 목회자의 권위와 직결되는 문제라서 다루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가르친 내용과 다르게 가르쳐야 하기에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길을 선택한 분들은정말 용기있고 대단한 분들입니다. 

 

세째 부류는 현실적인 입장이지요. 사실 많은 목회자들이 창조과학의 대안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진화적 창조를 가르치기에는 본인들 스스로 공부할 내용이 많고 신학적 설명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단 다루지 않는 중도적 입장을 취하기 쉽습니다. 그래도 과거에 창조과학을 가르친 것이 문제가 있음을 알고 그만가르치는 것만 해도  발전입니다. 

 

결국 목회자들의 숙제는 어떻게 지적 성실성을 담보하느냐 입니다. 최근에 어느 목사님이 별의 수명을 언급하는 글을 올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분은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분입니다. 별의  수명과 창조과학의 젊은 지구론은 서로모순되는데도 이 분은 그 점을 지각하지 못한 듯 합니다.  예가 보여주듯이 목회자들이 과학을 배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과학과 관련된 신학 문제들을 깨끗이 정리해서 목회 현장에서 가르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도 바쁘신 분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세번째 입장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내용을 가르치기 보다는, 자신의 공부가 부족하다면 과학관련 주제들은 일단 피하고 전문가에게 물어보라고 가르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창조과학을 가르쳐왔던 목회자라면 그저 침묵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어떤 방식으로든 인정하고 돌이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공부가 부족하고 어렵다고 해도 지적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차근차근 공부하고 정리하고 어떻게 가르칠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태도는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특히 그동안 잘못 가르쳐왔던 분들이 반드시 취해야할 태도입니다. 

 

과학이 무신론의 증거라는 무신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과학이 틀린거야 라고 잘못 가르쳤던 창조과학의 방식을 넘어 이제는 과학은 오히려 창조를 드러낸다고 바르게 가르쳐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겠습니다. 그냥 가르쳐 왔던대로 창조과학이 제일 명료하고 간단하니 그냥 그대로 가르치고 싶은 유혹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진리를추구하는 길을 저버릴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길을 가야합니다.  땅에 많은 목회자들, 십자가를 지고 가는 분들이  길을  가실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