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48

DC에서

워싱턴 DC에서 미국천문학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켈리포니아에서 관측을 하고 와서 그런지, 한국에서 미국으로 학회참석하러 온 것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몹시 피곤합니다. 동서부의 3시간 시차에다가 며칠전 밤에 관측을 했던것 그리고 한국과 서부의 시차 등등 몸이 정신을 못차릴 만도 합니다. 수많은 학회를 다녔지만 이번 학회처럼 피곤하게 느껴지는 학회는 없었는데 나이 탓이 아니라고 애써 부정해 봅니다. 며칠새 많은 아이디어들을 얻었습니다. 갑자기 해야할 일들이 쌓이는 군요.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새로 만나면서 사이언스 얘기를 하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아마도 사이언스를 하는 것이 천직인가 봅니다. 에너지 레벨이 50-60프로 밖에 안되서 아쉽지만 그래도 풍요로운 지적환경에 푸욱 잠기는 것은 가끔씩..

팔로마 천문대에서 새해를 맞이하다

팔로마 천문대에 관측을 왔다. 남켈리포니아의 햇살이 포근하다. 그럭저럭 좋은 날씨에 좋은 데이타를 얻다. 중간쯤에 집채만한 텔레스콥을 돌리는 모터에 문제가 생겨 스태프들이 망원경 안으로 들어갔다. 일생의 기회다싶어 따라 들어갔는데 망원경 왼쪽에 달린 west-arm 내부로 문을 열고 들어갔고 거기에 있는 오일 밸브들을 풀고 잠그고 펌프질을 했다. 오~ 상당히 쿨하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최대 구경을 자랑하던 팔로마 5미터 망원경이니 이런 일도 가능하다. 요즘 만들어진 10미터급 망원경과 달리 예전에는 망원경을 덮고 있는 돔도 엄청나게 컸고 망원경의 덩치도 무척 컸다. 그러니 망원경 내부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지. 작업을 끝내고 시계를 보니 바늘이 자정을 가르키고 있었다. 해피 뉴이어 서로들 한바탕..

첫학기가 끝나다

교수로서 첫학기를 보냈다.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갔지만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고 학생들과 만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았다. 물론 강의는 항상 부담되는 일이고 가르치는 것은 은퇴할 때까지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도 실감했다. 그래도 한과목을 가르친 첫 학기는 적응과정으로서는 잘 한것이라는 자평을 해본다. 학과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리고 연구비 사용이라든가 학생지도 등등 다양한 것들을 새로 배우는 과정이라 산만하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한 학기였다. 그러다보니 막상 연구에 사용한 시간은 비교적 적었다는 생각이 든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PhD Candidate된 이후 지난 8여년의 기간 중에서 연구의 양이 가장 적었던 학기가 아니었을까. 그..

Snow Leopard 가 들어오다. 그의 이름은 Veritas

내 연구실의 새로운 식구, Snow Leopard가 들어오다. 기다렸던 만큼 기분이 좋다. Leopard보다 훨씬 빠르다더니 아직 구체적 테스트는 못했지만 갖가지 소프트웨어들을 인스톨하는 시간이 왠지 빠르게 느껴진다. 본체는 8 core니 메모리 8개를 깔고, 2TB짜리 타임켑슐을 준비해서 자동으로 타임머신으로 백업이 되게 설계했다. 큼지막한 모니터도 산뜻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선이 맥북이랑 쉽게 연결되게 디자인된 것은 좋은데 맥프로 본체로 연결하기에는 길이가 짧다. 책상 가운데 선이 빠질수 있는 구멍을 새로 냈다. 그래도 본체를 다리 옆에 둘수 밖에 없다. 그래 전자파를 다 마시자. 오랜만에 맥을 셋업하는 작업을 하니 시간이 꽤 걸린다. scisoft라는 패키지가 왠만큼 해결을..

연구하는 화요일인디..

월수는 수업준비에, 수업에, 학생들과의 만남에, 목요일은 콜로퀴움에, 그리고 금요일은 주말 놀 궁리에 산만하데 비해 화요일은 조용한 편입니다. 문 잠궈 놓고 연구하는 화요일, 오늘은 손님 두분이 찾아왔습니다. 미국에서 윤여재 간사님이 반가운 얼굴로 아침 일찍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젯밤에 갑작스레 연락이 왔고, 커피 한잔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코스타때도 매번 바쁘게 섬기는 터에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옛날 대학원시절 얘기도 하구... 그리곤 아내 친구 한분이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보험 든 것이 없어서 의료실비 보험을 들려고 요즘 인터넷을 뒤지고 연구중이었는데 마침 설계사일을 하는 친구가 있어 직접 만나 교육을 좀 받았습니다. 기존에 내 이름으로 들었던 보험들을 합해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부족한 부분..

개교기념일이랍니다.

캠퍼스는 조용하고 가을날씨 너무 좋습니다. 휴일이면 그날 어떻게 재밌게 놀아볼까라는 고민을 미리해야 하는데 그 고민을 할 여유가 없어 제대로 못놀고 있다고 핑계를 대면서... 학교에 나와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어제 수요일엔 중간고사겸 리딩 숙제를 주고 한 이틀, 오랜만에 집중해서 연구를 좀 했더니 두뇌가 적응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른한 오후, 졸릴듯도 한데, 아마도 카페인이 필요한듯 합니다. 연구실에는 자그만 원형탁자와 의자 두개를 새로 들였습니다. 이제 팀 미팅도 할수 있다는. 연구실도 조금씩 내방같기 시작합니다.

500원 되세요.

작년 봄이었을까,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 오는 길에 공항에서 뭘 하나 샀다. 그런데 친절한 남자 점원분이 상냥하게 그렇게 말했다. "500원 되세요" 500원 되신단다. 나는 너무 웃겨서 팍 웃음을 터트릴뻔 하다 참았다. 친절은 좋고 언어는 변한다. 나의 제한된 경험에 의하면 십년 전에 비해 한국은 어딜가나 무척 친절해졌고 언어도 그만큼 변했다. 몇년 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스타벅스에 가서 주문할 때 무슨 얘긴지 못알아들어 한참 어리벙했던 기억도 있다. 미국도 아니고 한국에서. 그때 문제는 처음 들어보는 독특한 인토네이션에 적응이 안된 거였다. 물론 며칠 만에 적응했지만. 십년 쯤 지나면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