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48

벌써 치매일까?

수년 전 부터 눈이 많이 나빠져서 안경이 없으면 상당히 불편하다. 작은 글씨들이 안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안경을 항상 들고 다니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는 순간, 안경을 안 가져온 것을 깨달았다. 집에 갔다올까? 그냥 버티었다. 컴퓨터 스크린은 활자를 크게 해서 보면 왠만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저녁에 퇴근하려고 차에 올라탔더니 안경집이 조수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러니까 아침에 분명 안경을 들고 집을 나섰다는 것이지. 으이그~

문 잠그고 연구하기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요즘, 밀린 데이터 처리를 하면서 뭔가 청소되는 느낌이다. 찝찝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코딩도 하고 퇴근하며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집에와서 저녁먹고는 결과들을 보고 다시 고치기도 하고.. 역시, 연구는 집중해서 '한 연구' 해야 한다. 가끔식 학생들이 찾아오지만 그래도 요 몇 주, 진도나가는 것 보니 기분은 좋다.

금요일 늦은 오후, 잡념

5시가 넘었다. 새 학기 두번째 주가 후다닥 가버렸다. 오늘 정오까지 마감인 Subaru 망원경의 프로포잘을 내느라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더니 몸이 피곤하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빡빡하게 수업과 연구와 프로포잘과 강연등이 진행되었다. 수업을 통해 뭔가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고 (물론 준비과정은 고통이다^^) 연말에 낸 논문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에 답해서 다시 논문을 낸 일도 큰 성과라면 성과다. 대학생들에게 신앙과 과학에 대한 강연도 했고 그 후에는 교수님들과 긴 대담시간도 가졌다. 그 얘기 다시 한번 하자. 오늘 오후에 학생들과 짧게 그룹 미팅도 하고 주말까지 일본에 보낼 서류가 대충 작성이 끝나자 피곤이 몰려온다. 내일은 서점에 가서 책이나 잔뜩 읽고 싶다. 날..

눈 내린 캠퍼스

눈 내린 캠퍼스, 징그럽게 아름답다. 어제 밤늦게 까지 허블망원경 프로포잘 쓰고 오늘 하루는 일본이 쏠 SPICA 미션에 대해 종일 논하다. 저녁을 먹으며 한국이 리드할 FPC라는 기기의 사이언스 케이스를 담당할 덤탱이를 쓰고 2018년에 쏘아올릴 새로운 사이언스 미션과 한국의 천문학 미래를 논하며 취하다. 창밖에 눈길 줄 시간도 없었지만 점심/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부딪힌 눈꽃 핀 산새에 함빡 반하다. 5년 만에 보는 눈, 역시 계절의 여왕은 겨울이어라.

Space Command에서 레이져를 금하다

관측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해질 무렵, Space Command에서 전화가 왔다. 이곳은 위성과 전투기 등등 국방과 관련된 일을 다루는 소위 미국의 우주사령부라고 할수 있겠다. 갑자기 전해진 메세지는 오늘 특별한 뭔가가 있어서 레이져 사용을 금한다는 것이다. 수 킬로미터 위에 있는 대기의 나트륨 층에 레이져를 쏘는 관측 방법은 지나가는 비행기 등등에 위협을 줄수가 있다. 그래서 관측자들은 하늘의 어느 영역을 관측하고 레이져를 쏠 것인지를 Space Command에 미리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관측 타겟들이 수초 정도의 closure, 그러니까 레이져를 꺼야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전혀 레이져를 사용할수 없다는 메시지가 온 것이다. 이런 경우는 군사..

과학이야기 2010.01.28

레이저를 쏘며 관측 중

하와이에서 관측 중이다 자주 쓰던 Keck 1 망원경 대신 Keck 2 망원경을 쓰고 있다. 레이져를 이용한 관측이라 관측을 돕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레이져를 이용해 대기에 의해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을 보정하는 소위 laser adaptive optics라는 기술은 사용할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켁을 사용한지도 벌써 햇수로 6년째가 되어서 그런지 관측 자체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물론 자주 사용하던 Keck 1의 광학 분광기가 아니라 Keck 2의 소위 state of the art 에 해당하는 OSIRIS 라는 integral field unit 분광기를 사용하는 일이라 상당히 새롭지만 그래도 짠밥이 짠밥인 만큼 여유가 있나보다. 오늘 낮에는 해변에 잠시 다녀왔다. 파도소리와 그에 묻혀 휩쓸..

과학이야기 2010.01.27

Collaborating with God

...... Nature is divine creation; culture is human cultivation. God invites us to share in his work. Indeed, our work becomes a privilege when we see it as collaboration with God. John Stott, Through the Bible Through the Year 한국에서 보내는 며칠, 눈코뜰새 없이 시간이 지나간다. 귀찮고 짜증나는 일들을 해야할 때 확 내팽겨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꼭 든다. 특히 중요한 관측을 앞두고 맘에 부담이 있을때면 더더욱. 존 스토트의 묵상을 읽고 새힘을 얻다.

연구 중

산타 바바라에 와서 벌써 며칠째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맘이 편하고 좋다. 동료들과 토론도 하고 연구결과들도 비교하고 앞으로 할 연구계획도 세우고 또 몇가지 막혀있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기도 하고... 오늘은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작은 코드를 하나 짜서 지금 돌리고 있는데 랩탑으로 돌리니 벅벅 거리면서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 저녁먹으러 갔다오면 결과가 나와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오후 콜로퀴엄이 끝나고 세미나 스피커가 보여주었던 내용중에 한가지를 다시 해볼 필요가 있을듯 해서 오늘 밤에 논문들을 뒤져보고 내일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쌈빡하게 여러 일이 진행되는걸 보니 자주 이곳으로 피신와서 연구하다가 돌아가야 겠다. ^^ 살던 곳이라 그런지 서울보다도 더 익숙하다. 남가주의 날씨는 기가막히게 맑고 해변에서..

산타 바바라

내 좋아하던 북극성 커피점 창밖 벤치에 70은 가까이 되어 보이는 두 남녀가 손을 꼭잡고 있다. 스테이트 거리를 천천히 걷다가 아마도 잠시 숨을 돌리는 듯. 꼭 잡은 두손이 마치 그들의 인생여정을 보여주는 듯 하다. 여행객처럼 보이는 그들은 다시 일어나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눈부신 바다위에 surfer들이 유유히 출렁인다. 큰 파도를 기다리는 그들의 마음은 바다의 작은 일렁거림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는다. 남쪽으로 드리워진 강한 햇살이 물결위로 반사된다. 아름답다. surfer들을 지켜보는 한 할머니는 젊은 시절 생각이라도 하는걸까? 아침에 잠시 드리웠던 구름이 걷히고 눈부히 산타 바바라의 날씨가 펼쳐진다. 조깅과 워킹 그리고 싸이클링을 하는 자들이 유유히 굴러가는 자동차들과 더불어 한폭의 그림을 그린..

미팅이 끝나고

택시를 나눠타고 오느라 둘레스 공항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워크삽까지 5일간의 미팅이 끝났군요. 4천명이 모인 최대의 미팅이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오늘쯤 되니 시차가 약간 적응되는듯 하는데 다시 서부로 날아갑니다. 둘레스 공항은 약 1년만에 오는 듯 합니다. 승객들을 각 터미날로 실어나르는 재미있는 생김새와 큰 바퀴를 가진 거대한 버스가 여전히 공항을 돌아다니고 있군요. 제 동료들이 거의 오지 않은 미팅이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사도 하고 한국에 들어간 것도 알리고 한국천문학을 선전도 하고 했습니다. 물론 누가 어디로 옮겨갔고 누구는 어떤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는지 보고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 여러 분야의 흐름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대략 파악해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세션과 포스터들을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