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블랙홀 이야기 1.
올해 연구했던 내용 중에 재밌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쌍둥이 블랙홀에 관한 것입니다. Monthly Notice of Royal Astronomical Society라고 하는 영국의 왕립학술지에 막 출판된 저희 그룹의 논문은 쌍둥이 블랙홀의 발견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일단, 먼저 알아야 하는 내용은 대부분의 은하의 중심에는 소위 거대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라고 불리는 태양질량의 백만배에서 백억배에 이르는 거대한 질량의 블랙홀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난 20년 동안 새롭게 정설로 자리잡은 내용이 되겠습니다.
두번째, 우주의 역사가 흘러가면서 은하들은 끊임없이 서로 충돌해서 부딪히고 하나의 은하로 재탄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소위 은하병합 (galaxy merging)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아기우주에서 성인우주로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은하들은 병합을 통해서 더 큰 은하로 진화한다는 것이지요.
그림설명: 두개의 은하가 충돌하는 병합초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Arp256이라는 이름의 은하. 천억개 단위의 별을 거느리고 있는 은하 두개가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충돌하면 원래 갖고 있던 모습이 산산히 일그러지면서 하나의 은하로 바뀝니다. 윗 사진에서도 은하가 원래 갖고 있던 나선팔이 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개의 은하가 하나의 은하로 진화하는 과정을 은하병합 (galaxy merging)이라고 합니다.
자, 그럼 위에서 설명한 기본 지식 두가지는 다들 알아들었겠지요. 그렇다면 생기는 질문은 은하와 은하가 충돌할 때 각각의 은하의 중심에 있던 거대블랙홀은 어떻게 될까 라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기대되는 현상이 바로 블랙홀-블랙홀 충돌이라는 기괴한 현상입니다. 블랙홀도 서로 충돌해서 잡고잡아먹힌다고나 할까요. 블랙홀 자체도 신기한 현상인데 블랙홀과 블랙홀이 부딪히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잔뜩 기대가 되는 것이죠.
사실, 두 블랙홀이 충돌할 때는 다양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블랙홀이 은하 밖으로 튕겨져 나갈 수도 있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소위 중력파 (gravitational wave) 라는 것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블랙홀과 블랙홀이 충돌할 때 나오는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서 전세계에서 다양한 중력파 검출기를 만들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 간단히 종합하면 은하와 은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결국 블랙홀-블랙홀도 충돌하여 병합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론적인 기대와 달리 관측적인 증거는 상당히 적은 편이죠. 충돌하는 블랙홀은 관측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은하의 충돌과정에서 블랙홀이 아직 병합되기 전인 쌍둥이 블랙홀을 찾는 일이 학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지요. 이것이 바로 쌍둥이 블랙홀에 관한 배경 이야기입니다.
은하 두개가 충돌하는 것은 자주 확인되는 반면 쌍둥이 블랙홀은 확실히 검증된 경우가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습니다. 그 이유는 블랙홀 두개를 동시에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쌍둥이 블랙홀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다음 얘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