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과학기사
매일경제 "주목! 새해 멋진 연구성과 낼겁니다"
별아저씨의집
2012. 1. 6. 19:20
이런 글 올려도 될까 모르겠지만 새해를 다짐하는 기념으로 올려봅니다.
매경에서 사진찍으러 오라해서 갔더니 결과가 이렇게 나왔군요.
"주목! 새해 멋진 연구성과 낼겁니다"
"한옥마을에 오는 사람들이 몇 명인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입장료가 없으니 웨이트(가중치)를 주어야겠네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필동 한옥마을. 카메라 앞에 선 과학자들은 자연스럽게 말하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하자 난해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우주 탄생 초기에 존재했지만 사라진 반(反)물질을 연구하는 원은일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43), 블랙홀을 연구하는 우종학 서울대 물리ㆍ천문학부 교수(42), 그래핀을 연구하는 홍병희 서울대 화학과 교수(41)는 각각 88, 89, 90학번으로 또래다. 나이뿐 아니라 각자 분야에서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한옥마을 관광객 수를 추정해보자는 질문이 뜬금없어 보였는지 이들은 이내 쑥스럽게 웃었다. 사실 과학자들이 과학문제를 푸는 일은 이처럼 일상에서 시작되는 사례가 많다.
세계 최초로 원자로를 만든 물리학자 페르미가 이 같은 질문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암으로 죽기 전에도 병원에서 링거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간격을 측정해 유속을 계산하고 있었다고 전해질 정도다. 원 교수는 고려대에서 소립자물리연구소를 운영한다. 연구소 이름을 줄여 `소림사`라 부르는 게 흥미롭다.
원 교수는 "입자물리학은 극초고온, 극초밀도 조건에서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다루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한다"며 "극한의 연구를 통해 공력을 쌓아야 하는 만큼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소개했다.
원 교수는 특히 우주 진화에서 또 하나의 비밀로 여겨지는 반물질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본 쓰쿠바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에서 진행 중인 `벨(BELLE)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실험은 반물질이 우주에서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 힉스 입자 실험으로 주목받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세계 가속기 중 최고 높은 에너지로 실험을 한다면, KEK의 가속기는 세계 최고로 높은 휘도(빛의 밝기)를 구현해 실험한다. 원 교수는 "2015년에 KEK가속기에 새로운 검출기를 달아 본격적으로 분석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과 물리적 성질은 같지만 전기적으로 반대 성질을 가진 입자를 반입자라 하고 이를 통칭해 반물질이라 부른다. 예컨대 전자와 같은 질량을 갖지만 양전기를 띤 입자가 양전자, 즉 반물질이다.
우 교수는 우주의 괴물 천체로 자주 묘사되는 `블랙홀`을 연구한다.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블랙홀 중에서도 특히 은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블랙홀이 관심 대상이다. 우 교수는 지금까지 거대블랙홀과 은하의 진화에 관련된 연구들을 진행해왔다. 거대블랙홀은 태양보다 질량이 100만~100억배나 크다.
우 교수는 최근 수억 광년 떨어진 곳의 블랙홀 질량을 정확히 측정해 관심을 모았다. 올해부터는 거대블랙홀 활동과 별이 생성되는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우 교수는 "은하 중심의 블랙홀 성장과 별들의 생성은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블랙홀이 왕성하게 성장한 뒤 별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혹은 또 다른 제3의 원인이 둘 다 한번에 성장시킨다는 가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산업 분야에서 주목하는 신소재 `그래핀`을 다루는 홍 교수는 대량 합성과 상용화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고 있다. 현재 그래핀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대 노보셀로프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명은 `초기능성 2차원 나노소재의 합성 및 응용` 연구. 2차원 소재들의 특성을 규명하고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연구다.
홍 교수는 "그래핀을 포함한 다양한 2차원 나노물질을 발굴해 특성을 규명하고 대량 합성법을 개발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개 층으로 구성된 2차원 물질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소재 중 가장 얇으면서 가장 튼튼하다. 또 투명하면서 전기 전도가 탁월해 실리콘을 이을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그는 "국내 주요 기업들과 함께 그래핀의 특성을 더욱 개선하고 저비용으로 대량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해 그래핀 응용과 상용화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시보 기자 / 이유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