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폴킹혼 강의 준비

신에 대해 배워야 하는 많은 것들은 오직 위험을 감수하고 보다 인격적인 형태의 만남을 받아들일 때만 가능하다. - 폴킹혼 그렇습니다. 신에 대한 탐구는 지적은 작업을 통해서 그리고 과학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진정으로 배우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인격적 관계에 뛰어들때 가능한 것이겠습니다. 마치, 사랑을 책으로 배울 수 없고, 행복과 고통을 함께 수반할 위험을 감수하고 인격적 관계에 뛰어들어야 진정으로 사랑에 대해 배울 수 있듯이 말입니다. 수요일 저녁에 새물결아카데미에서 강의할 내용을 준비하다가 존 폴킹혼의 명문을 마주합니다. (그런데 이 책 누가 번역한 거야? 저는 제 번역이 훌륭하다고 결코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도 이 문장 번역은 괜찮습니다) 2017.11.06

.....

욕심을 내고 조바심을 낼 때는 오히려 주시지 않는 경우가 많고, 마음을 비우고 겸허한 마음으로 맡기면 놀랍게도 허락해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아마도 종종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우상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울 줄 안다면 가져도 되는 것이라는 뜻이겠습니다. 어느 재단에 연구보고를 하러 갑니다. 처음부터 5년을 관측하고 측정해야 결과가 나오는 연구과제를 제안했는데 3년의 연구비만을 주어서 갸우뚱하게 한 과제입니다. 물론 많은 연구비를 통해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연구를 가능하게 한 것에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5년해야 되는 연구를 3년만 지원하겠다니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은 여전히 듭니다. 그래도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나름대로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잘 보고해야겠습니다. 연구비에 목..

2013년 성탄절

성탄절이 가고 있습니다. 그 맑고 환한 밤 중에 뭇 천사 내려와….이 찬송가의 가사가 몇 주째 마음에 꽂혀 있습니다. 맑고 환한 밤..밤이 어떻게 환할 수 있었을까? 보름이었을까? 아니면 별이 그렇게 많았을까? 그날의 베들레헴은 그리 호들갑스럽지 않은 밤이었을 것입니다. 성탄예배에서 칸타타를 보았습니다. 가끔 눈물이 고였던 이유는 칸타타에 대한 감동이나 잉카네이션의 신비 보다는 아마도 10년 이상 성가대를 했던, 칸타타와 성탄절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자랐습니다. 희, 경, 미, 어린 시절 그들이 그립습니다. 십대와 이십대를 한껏 채웠던 열정과 사랑과 감동들은 기억조차 어려운 희미한 추억의 조각이었다가 불쑥, 사십대 중반의 눈가에 눈물로 고입니다. 누가복음을 읽었습니다. 그는 누구였을까..

과신대 기초과정2, 세번째 세미나를 마치고

과신대 기초과정2, 세번째 세미나를 마치고 과.신.대 모임에서 기초과정2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시간 넘게 토론으로 진행된 3번째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이번 주제는 과학과 신앙을 보는 4가지 입장을 살펴보고 각 입장의 차이점과 장단점들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예에 적용해 보고 서로의 생각을 들으면서 과학과 신앙을 어떻게 봐야할지 우리의 생각을 치밀하게 다듬는 시간이었습니다. 토론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저는 재밌는 건지도 모르지만 토론의 방향을 끌어가면 다양한 생각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빙고~! 하는 감탄을 속으로 내질렀습니다. 갈등, 독립, 대화, 통합 등 4가지 관점은 이안 바버가 제시한 유형론이고 존 호트의 책을 통해서 대화 대신 접촉이라는 관점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갈등론 크..

갈릴레오의 파도바에서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달을 처음 관측했다는 파도바에 학회차 왔습니다. 베니스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유서깊은 도시입니다. 어제 자정이 넘어 호텔 방에 들어 오니 길 건너편에 성 안토니오 성당이 내다 보입니다. 성 안토니오가 살고 죽은 도시라 파도바는 그의 도시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성 안토니오 성당의 10시 미사에 갔습니다. 성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이탈리어로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진지하게 미사에 임합니다. 낮은 소리로 이어지는 이탈리어 가운데 파드레, 예수, 등 몇마디 단어 밖에 들을 수 없지만 사도신경과 주기도문도 드리고 성당 벽의 프레스코와 조각들 그리고 스테인레스글라스를 보며 나름 집중해 봅니다. 오늘 본문은 나사로 이야기 같습니다. 나자로와 마르따, 마리아가 계속 등장합니다. 조각난 단어..

추구자의 여정

부활절을 한 주 앞 두고 베네치아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립니다. 성 마리아로 시작하는 이름의 성당 정면엔 마리아를 중심으로 위로는 승천한 예수의 모습과 아래로는 제자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웅장한 돔 아래로 나를 내려보는 조각과 그림의 인물들이 뭔가 조용히 속삭이는 듯 합니다. 당신은 어디에나 계시니 서울이든 베네치아든 혹은 어떤 이름의 성당이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유명 대학들 로고에 들어가는 단어 몇개 정도 읽을 수 있는 나는 중세의 커다란 그림들 아래 씌어진 라틴어를 볼 때마다 언어를 공부하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고난주간의 본문을 길게 읽나 봅니다. 어느 복음서인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리시나이까 라는 대목을 얼핏 알아들었습니다. 개신교와 기독교를 구별 못하는 많은 사람..

태극기 집회 나가라고 설교하는 목사들의 교회

태극기 집회 나가라고 설교하는 목사들의 교회 (2017.2.7) 대형교회 목사들이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 나가라고 설교 때마다 목소리를 높인답니다. 이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주의 종들처럼 보이지가 않네요.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유언비어 수준의 이야기에 기초한 논리를 강요하듯 던져내는 설교. 이런 설교가 일방적으로 외쳐지는 교회에 계속 나가야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나봅니다. 아마도 박차고 나와야 하겠습니다. 안그러면 내 영혼이 조금씩 좀먹고 썩어서 팍 죽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설날에 드리는 신년예배. 양가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2017년, 가장 떠오르는 단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었습니다. 엘리야가 바알과 아세라의 선지자 850명과 대결하는 본문이 떠올라 그 본문으로 설교를 준비했습니다. 엘리야를 본 ..

비좁은 전문성의 몰락

비좁은 전문성의 몰락 (2017.2.11) 아침에 기사를 보니 장신대 김철홍 교수의 기자회견이 나오는군요. 뉴스앤조이에 이런 인용이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양산된 '친북 세력'이 탄핵을 기회로 삼아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친북 세력을 세우려 한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머지않아 종말한다.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여 한반도에 공산국가를 세울 것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전대미문의 반역이다."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이 소수의견이라고 해도 존중해야 합니다. 국민의 80%가 탄핵을 찬성해도 반대의견을 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머리뚜껑이 열리게 하는 건 바로 이런 괴담입니다. 대통령이 탄핵될만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는 대다수 국민이 송두리째 친북세력이거나 친북세..

2017년 소망

올해도 어느새 새해 첫날이 슬쩍 다가왔습니다. 매년 세계 각처에서 각각 시작하는 첫날이 다르듯 1월 1일이라는 건 우리가 정해놓은 달력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한 해의 길이를 정하고 매번 새로운 시작을 맞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비록 그 길이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를 정확히 맞추지 못한다 해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항상 감사한 이유는 지나간 한 해가 매번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올해에는 꼭 성취하리라는 부푼 마음을 갖는 건, 비록 내년 첫날에 돌아보는 올해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게 판명난다 해도 여전히 유효한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 주일 예배를 드리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소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집을 사거나 훌륭한 논문을 몇편 쓰거나 책을 내거나 어딘가..

해적선에서 기도만 하고 착하게 살라고?

해적선에서 기도만 하고 착하게 살라고?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2164921800399093 얼마 전 페북에서 질타를 받은 어느 유명 목사님의 글, 이럴 때 일수록 주님을 바라봐야한다는 요지의 글을 두 줄로 비판했었습니다. 주님은 평소에 바라보시고 지금은 불의에 저항해야할 때입니다라고. 그랬더니 장문의 메세지로 항의하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왜 목사님을 비판하냐고. 안수집사라는 분이 조폭처럼 국가적 범죄 피의자에게 충성하겠다며 예수를 들먹이는 바람에 신성모독 수준으로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어디 한 두분이겠습니까? 유명교회 장로님, 집사님 들이 다들 거대한 범죄조직의 주연배우들입니다. 이 분들이 행실이 나쁘고 욕지거리를 하고 폭력을 쓰고 뭐 그런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