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일관성, 모순, 이중성 (2019.05.12)

일관성, 모순, 이중성 우리의 이성은 일관된 것을 좋아합니다. 남녀가 싸우는 걸 지켜보던 사람이 남자에게 당신이 옳다고 말한 뒤에 여자에게도 당신이 옳다고 말한다면 그 말은 모순된다고 다들 생각할 겁니다. 하나가 옳으면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보는 것이 일관성입니다. 일상의 경험도 그렇지만 과학도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관성의 깨짐을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은 그리 일관적인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선을 좇으나 악을 행하고, 남의 잘못은 비난하지만 나의 잘못은 단순 실수로 여기는 일관되지 못한 삶이 우리의 삶입니다. 완벽하게 일관된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그런 말도 있습니다. 과학에도 일관성이 무너지는 듯한 영역이 있습니다. 오늘 설교에서 윙어 총장은 닐스..

5월 12일 ....

별로 방해받지 않고 책 읽으며 토요일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유학+포스닥 시절 토요일에 참 책 많이 읽었는데 한국와서 10년 쯤 내공이 바닥나고 있습니다. 1주에 1권은 읽어야 영혼이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는데 말입니다. 이번 봄부터 토요일에는 바빠도 책읽기에 시간을 투자하자고 다짐하고 보내고 있습니다. 쌓아둔 책들 하나씩 꺼내 읽는 재미를 만끽 합니다. 인류원리로 유명한 존 베로의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천체물리를 하기도 했지만 수학자인 그가 풀어내는 무한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워 홀딱 읽어버렸습니다. 대학 시절에 수학과에서 패러독스 과목을 청강하며 가졌던 탐구심이 다시 부활하는 듯 합니다. 무한은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잠재적 무한과 현실적 무한으로 구분하던 시절도 있지만, 수학에서..

5월 19일 ....

너무 피곤했는지 곯아떨어졌다가 일어났습니다. 점심도 대략 거르고 강의하러 갔다가 1시간 걸려 집에 와서는 저녁먹고 잠이 들었네요. 체력이 예전같진 않나 봅니다. 오늘 성복중앙교회는 뚜렷한 기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작년에 고려대에서 열린 베리타스 포럼을 지원하면서 포럼에 참석하셨던 담임목사님이 오늘 제가 입고 간 옷을 알아보시더군요 ^^ 고려대 앞에 자리잡은 교회인데 학원사역에 대해 깊은 관심과 비젼으로 섬기는 교회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시간 반 강의 후에 이어진 청년들 질문도 좋았습니다. 사회를 맡은 분도 준비를 많이 하신 듯 감각있게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했습니다. 보통 교회에서 강연하면 질의응답 시간이 짜임새가 없는 경우들이 있는데, 오늘 같은 진행이라면 제가 강의시간을 줄이고 질의응답 시간을 늘..

제임스 스미스 강연

제임스 스미스의 강연을 다녀왔습니다. 종강예배라 찬양을 하다보니 캠퍼스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찬양을 참 오랜만에 한다 싶었습니다. 종종 가야할 듯 합니다. 제임스 스미스는 전형적인 미국인 스타일로 그러나 철학자답게 분석적인 방식으로 꽤나 긴 문장을 구상하며 개념적인 깊이를 담아 다채롭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원고는 이미 써두었을테니 문장 하나하나가 이미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있었을터라, 들으면서 책을 읽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구어적 느낌을 살려 풀어내는 스타일이 전형적인 (강의 잘하는) 학자들의 강연다왔습니다. You are what you love라는 제목의 강연이었지만 제 느낌에는 you are what you do였습니다. 우리가 욕망하고 사랑하는 그것이 바로 내가 누구인지 결정한..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예수의 가르침은 참 놀라운 것들이 많습니다. 대학시절 성경을 제대로 읽고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만났던 본문들은, 날 때 부터 교회에서 자란 셈이라 너무나도 익숙하던 구절들을 새롭게 보게 해주었고 무한한 질문의 연속으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설교에서 두려움에 대해 들으며 그 고민이 떠올랐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시작된 그 고민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하는 반감같은 혹은 자조적인 댓구가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무엇을 먹을지 마실지 입을지 고민하지 말라는 그 가르침은 매일 끼니를 걱정하고 마실 물을 걱정해야 했던 갈릴리 사람들이나 예수를 좇아 ..

어떤바람 - 서귀포시 사계리

어떤바람. 아담한 까페와 책방, 그리고 강의/문화 공간을 갖춘 이런 곳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참 오래되었습니다. 막상 이렇게 아기자기한 공간을 보니 흐뭇합니다. 이름도 참 잘 지었네요.^^ 제주도 삼방산 앞에 있는 마을에서 지인이 하는 책방까페를 방문했습니다. 공사중일 때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분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네요.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도 좋습니다. 제 책도 기증해야 겠습니다 (팔릴까 몰라~^^) 네모난 창이 좋습니다. 책모임하기도 딱이다 싶었는데, 벌써 북클럽도 진행된다는군요. 제주에 가면 한번씩 들러서 쉬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광고모델로, 네, 자기도 모르게 ^ㅋ

새벽

새벽 6시 컨퍼런스콜로 1시간을 보내니 안 그래도 잠이 덜 깬 두뇌가 몽유하는 듯 합니다. 캄캄하던 창밖은 이미 밝아졌는데 다시 침대로 가고 싶어집니다. 브라질에서 부터 미국과 호주를 거쳐 한국까지 동시에 컨퍼런스콜을 하려니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6시 밖에 안 나오나 봅니다. 아침잠을 즐기는 저에겐 아니될 시간이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맡기로 한 일이니 새벽에 일어나 비몽사몽 회의를 했습니다. 학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주제별로 초청강연을 위해 누구를 부를지 사람 이름들을 거론하는 회의를 하다보니, 참 한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연구자가 되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국제사회에서 사람들 입에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는 반면, 또 어떤 분야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은하 진화과정에서 가스가..

잃어버린 목소리

캘리포니아 산불로 오늘 관측을 또 망쳤습니다. 원격관측을 대기한 연구원들의 관측보고가 이메일로 날아왔는데 산불로 천문대 돔을 열지도 못했군요. 에고~ 역시 천문학은 아무나 하는 학문이 아닌거임. 어제 밤에 강의를 2시간 하고 왔는데 그 이후로 다시 목감기가 도지더니 오늘은 말을 할수가 없게 되었네요. 목소리가 안나오는 이런 경험은 평생 처음입니다. 속삭이듯 의사전달을 하니 아내가 우습답니다. 평소에 뭔 얘기를 해도 까르륵 거리는 제 아내 덕에 저의 유머 감각이 말이 아니게 되었으니 나는 그녀에게 언제나 우스운 존재가 아니었던감. 오늘 교회에서는 '건강한 작은 교회 연합'의 강단 교류로 더함교회에서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과 우리가 공유하는 속성과 공유하지 않는 속성이 있는데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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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이 가면 한 주가 다 간 듯합니다. 주요 일정이 전반부에 몰려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입병이 났습니다. 입술이 아니라 잇몸이라 보이지 않아 다행입니다. 요즘 연구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다른 사유를 할 새가 없습니다. 작은 블랙홀 하나가 제 뇌용량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종일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제안서 10개를 심사하면서 보냈습니다.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들이 담긴 제안서를 읽는 건 항상 배움의 과정입니다. 그래도 맘에 드는 제안서는 별로 없습니다. 잘 쓴 제안서는 내가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서 잘~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좀 그랬습니다. 뭔가 뛰어난 아이디어, 뭔가 놀라운 연구방법, 뭔가 도전적이고 답이 예스건 노우 이건 중요한 결과가 되는 그런 연구, 물론 쉽지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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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9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저녁시간입니다. 오늘도 연구모임이 있었는데 몸이 피곤하여 안되겠다 싶어 불참을 알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랜만이라며 반가와하는 아내가 미소를 보냅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과 보고서로 바쁜 그녀도, 외부 일정으로 바쁜 나도, 1주만에 집에서 식사하며 얼굴보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꿈에서 시험을 보며 이상심리 분석을 했다는 그녀는 오늘 새벽 출근하는데 제가 영어로 마구 잠꼬대를 했다고 합니다. 종종 꿈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은 왜 한국말을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꿈인데 말이죠. 집에 왔더니 부엌 프라이팬에 그대로 계란후라이가 있었다면서 뭐냐고 묻습니다. 앗, 아침에 제가 커피내리고 빵과 사과 꺼내고 계란 하나를 프라이팬에 풀었는데 뒤집어서 잘 구어놓고 깜빡 먹지를 않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