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교회와 주일 예배 III

교회와 주일 예배 III. 2020.03.22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158344431056820 1.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기에 지역교회가 자진해서 가정예배와 온라인예배로 전환하고 예배당 모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만한 상식입니다. 2. 그렇지만 강제로 교회당을 폐쇄해서 주일예배를 못 드리게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종교 자유의 제한과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3. 오늘 국무총리가 행정 권고를 내렸습니다. 앞으로 2주간 학원, 주점, 까페를 비롯해서 종교시설도 모임을 하지 말라는 권고입니다. 강제명령은 아니지만 발열자 확인,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고 감염자가 ..

예배와 예배당, 교회와 교회당 I

2020. 2. 29 예배와 예배당, 교회와 교회당 아침마다 말씀 대신 코로나 뉴스로 묵상을 강요당하는 시절입니다.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을 막는 일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지만, 내 삶이 온갖 바이러스에 물들지 않도록 장기전을 대비해야겠습니다.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남들의 목숨을 위태하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이틀 전에 이렇게 짧게 올린 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진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나를 위한 일인가, 남을 위한 일인가 라는 질문 앞에 답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진리를 실천하는 것은 간단하거나 쉽지 않습니다. 예배당에 모이지 않는 주일이 상상이 되지 않는 분들, 625때도 예배당..

2020년 새해 첫날

새해 첫날 문재인의 [운명]을 반쯤 읽었습니다. 어찌보며 인생은 우연한 만남이 이끌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은 운명입니다. 아무래도 변호사 이야기가 책에 많이 나오니 과거에 사법 정의가 얼마나 형편없었나 목격하게 됩니다. 오늘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많이 달라졌지만 지난 해 여러가지 검찰발 사태들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남아있는 사법 불평등과 부정이 오버랩됩니다. 2020년, 만으로 50세가 되는 해입니다. 생일까지는 아주아주 멀었기 때문에 여전히 40대라고 주장하겠으나 계절이 좀 바뀌면 어느덧 코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100세 시대라는데 반백세의 고개를 넘는 시점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많이 생각하는 개념은 '사회적' 과학자입니다. 엉뚱하다 싶지만, 사회적 기업, 사회적 민주주의..

아무도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을 때.

2019.12.18.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060700437487887 아무도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을 때. 종종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그리고 신앙 공동체에도 다들 자기 말만 할뿐 아무도 내게 귀기울여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더더욱 소리를 질러대며 내말을 들어보라 하지만, 사실은 맘속에 있는 얘기는 하나도 할 수 없는 법입니다. 부모에게 무심하게 대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이 그렇고 집에 와서 철저히 가장의 태도를 드러내지만 내면은 외로운 아버지들이 그렇고 커리어가 끊긴 채 가사노동에 파묻혀 종일 일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듯 느끼는 어머니들이 그렇습니다. 누구는..

야만의 시대

야만의 시대 (19.10.15) 1. 중학교 때, 키가 작아 앞에서 두번째 줄에 앉았던 나는 첫째 둘째 줄에 앉은 키 작고 싸움 못하는 아이들이 덩치큰 일진들에게 시달리며 매일 100원씩 뺏기는 걸 목격했다. 내가 100원씩 뺏기지 않은 이유는 단지 우리반 1등이라 담임과 친했고 일진과 붙었던 싸움 잘하는 녀석과 친하다는 걸 그들이 알았기 때문이었다. 2. 고등학생 때, 이한열, 박종철 대학생들의 죽음을 계기로 87민주화 운동이 성공을 거두고 전두환이 지맘대로 선정한 꼭두각시 선거인단이 체육관에 모여 대통령 몰아주기 하던 시대가 끝내고 대선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김대중 후보는 대선에서 떨어졌다. 고3때 국어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했던 말을 나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김대중이 다리를 저는 걸 흉내내던 그는..

북토크 - 블랙홀 강의

지난 주에 북토크 - 블랙홀 강의에 초등학생이 여러명 왔습니다. 똘망똘망하게 강연듣는 모습을 보니까, 과학에 푹 빠져있던 제 초딩시절 생각이 살짝 났습니다. 이 친구들이, 지난 주말 어느 교회에서 진행된 신앙과 과학 강연에도 등장했습니다. 교회에 전화를 걸어 몇시에 어디서 하냐고 문의를 했다합니다. 끝나고 책에 싸인해 주고 있는데, 다가오더니, 저희들 목요일 블랙홀 강의 갔었어요.라고 합니다. 부모님도 동반하지 않고 자기들 끼리 왔나 봅니다. 강연할 때 맨 앞에 초등학생 여러명이 앉아 있어서 그 교회 아이들인가 했었는데. 기특한 놈들.. 사랑스럽네요 ㅋㅋ. 과.신.대.도 과학 이야기 많이 다루었음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절망적이고 괴로운 상황에 있어도 맞닥뜨리는 아름다움들을..

다른 길은 없습니다.

오늘 예배드린 세인트-마틴-필즈 교회의 정면엔 십자가 대신 시공간이 휘어진 블랙홀 같은 느낌의 현대적인 형상이 있습니다. 어그러진 시공간이 십자가를 드러낸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삶에서도 십자가가 드러날 수 있다는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솔로이스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만드는 울림이 맘속깊이 다가옵니다. 그런 아름다운 찬송을 듣고 울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 독특한 아름다움에 영혼이 휩싸여 하늘로 솟아오르는 그 경험을 결코 알지 못할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예배, 지성적인 설교, 그리고 모두를 보듬어 앉는 찬송을 함께 부르는 포용의 자세. 왜 다르게 살아야 할까 깊은 의문이 드는 오전이었습니다 Jesus calls us to each other: vastly di..

7월의 아침

구름낀 아침 기온이 7월 답지 않게 아직은 선선합니다.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를 비교한 잠언 본문에 생각이 스칩니다. 창밖에선 새소리가 들려오고 방안에선 바이올린 소리가 울립니다. 학기를 마무리하고 숨돌릴 틈도 없이 출장일정을 소화하고 다음 주부터 다시 매달 출장이 이어지지만, 그래도 시차 탓에 몽롱피곤한 몸이라도 살짝 여유있는 한 주가 좋습니다. 매일 외부일정이 있긴 하지만 일과시간에 우리 연구팀의 연구진행상황도 보고 밀린 논문도 쓰지만, 그리 무리하진 않습니다. 스스로가 자신을 채찍질하는 피로사회에서 선순환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지혜인지 두려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만 좀 돌리고 이제는 좀 그 순환이 깨져도 어떠냐 싶습니다. 누가 들으면 별 걱정없는 사람이 하는 배부른 소리라 하겠습니다..

박사, 축하합니다.

박사, 축하합니다. 오늘 오후엔 박사학위 논문 심사가 두 건이나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와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오전 10시 경 부터 일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점심은 빵으로 대략 떼우고 지방에서 찾아온 어느 학생을 면담하고 논문심사하며 집중적으로 일을 해서인지 무척 피곤했나 봅니다. 8년 넘게 석사, 그리고 박사과정으로 대학원에서 함께 보낸 학생이 오늘 박사가 되었습니다. 45분 동안 흠잡을데 없는 발표와 15분 동안 재밌는 질의응답을 거쳤고 그 이후에 심사의원들의 심사 질문에도 잘 답변했습니다. 6편의 논문을 출판했고 엑스선부터 전파까지 다양한 자료를 처리한 경험과 스킬들도 갖추었고 무엇보다 박사후 연구할 중요한 주제를 잡아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어리숙한 석사 ..

해석된 경험

해석된 경험 해석된 경험이란 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험이라는 것이 객관적이거나 우리의 세계관과 분리된 독립적인 어떤 정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는 모든 감각적인 물리적 정보 혹은 데이타는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기온이 20도이고 남동풍이 얼마의 속도로 불고 대기의 미세먼지는 얼마고 하는 하나하나의 정보는 어쩌면 경험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 정보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으로 구성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고 그 총합을 우리는 경험이라고 부릅니다. 함께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의 표정, 눈가에 보이는 눈물, 목소리의 떨림과 그리고 말의 내용 등이 총제적으로 종합될 때, 비로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가 어떤 상태인지 우리는 인지하고 경험하게 됩니다. 그의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