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관악북클럽 부활합니다.

"결국, 나의 믿음을 살린 것은 의심이었다." -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관악북클럽이라고 들어보셨나요? 6,7년쯤 전에 하바드대학 출판사에 나온 [창조론자들]이라는 제목의 벽돌책을 과신대에서 번역프로젝트로 추진해서 책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창조론자들의 역사를 다룬 과학사 같은 책이지만 누가 읽겠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모여서 같이 읽어보자고 만들었던 모임이 과신대 북클럽입니다. 페북에 포스팅을 해서 장소를 구한다고 했더니 서울대입구역 근처 여러 지역교회에서 연락을 주시고 독서모임에 사용하라고 세미나실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첫모임 때 - 아마도 여름 소나기가 오지 않았나 싶은데 - 처음 보는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어느 방에서 두꺼운 그 책을 앞에 놓고 자기 소개를 하며 앞으로 이 책을 몇번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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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를 끝냈다. 1년 만에 돌아오는 차례였겠지만, 설교는 언제나 부담스럽다. 강의는 부담 전혀 없는데..^^ 어제 에스겔 36장을 본문으로 준비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히브리서로 본문을 바꾸었다. 익숙하게 고민해 온 내용을 풀어내는 식으로 좀더 쉬운 길을 택했다. 어쨌거나 끝났다. ^^ 일년에 몇차례씩 목회자가 아닌 사람들의 설교시간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한 달에 한번 쯤은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단다.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교회가 직장이고 목회자들이 주로 교제권인 목회자들과 달리, 다양한 삶의 경험과 이슈를 끌어와서 말씀에 비추어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답하는 평신도의 설교는 공동체를 풍성하게 할테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교회당이 아니라 세상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 몇주 ..

덕치를 넘어

덕치를 넘어 - 우종학 (220223)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835114613379795 우종학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서 그의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외쳤다가 끌려나갔습니다. 그때 문재인은 친구이자 동지였고 자신이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원수라고도 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습니다.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인간 문재인에게 반한 일 중 하나였습니다. 울부짖는 어느 어머니를 안아주던 모습을 비롯해 그의 인품에 반할 일은 많았겠습니다만 저는 그 장례식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장면은 대통령으로서 그의 모습을 예견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으로 마땅히 부딪히..

이념 투표 vs 이익 투표

이념 투표 vs. 이익 투표 22.02.19 우종학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831265080431415 천만원 보증금에 몇십만 원 월세내는 70대 독거 노인이 사는 장면을 어제 밤 TV로 잠깐 보았습니다. 광명 재개발 구역에 사는데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할지 걱정합니다. 6평 짜리 그 집은 이제 5억, 6억 한다고 하지만 이 분은 어디로든 쫓겨나야하는 상황입니다. 이 70대 할머니에게 대통령 선거는 무슨 의미일까 싶었습니다. 사드배치나 대중관계, 검찰과 언론 개혁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멋지다고 하는 일부 청년들의 반응을 보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장년들의 걱정어린 글들을 어쩌다 봅니다. 걱정의 취지는 ..

대통령 후보 4자 토론 첫번째

대통령 후보 4자 토론 시청 - 2022. 2. 3 우종학 정주행하려고 했으나.... 버벅대는 분도 있어서 집중 대신 인터넷 업무랑 병행. 2시간 전에 글이 잘 안 써진다는 포스팅을 올렸지만, 토론을 보고나니 정리가 필요함. 1 토론 태도 이재명 후보는 점잖게 토론에 임했다고 봄. 상대방의 말을 짜를 수도 있고 공격적으로 전개할 수도 있지만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고 상당히 이성적인 모습을 연출함. 윤석열 후보는 대본을 읽는 장면이 많이 나옴. 디테일에 약하고 총평적인 발언을 많이 해서 뭔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줌. 특히 정책 관련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임.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 보다는 대충 뭉뚱그려 듣고 반응하는 모습은 감점임. 심상정 후보는 논리적인 태도와 날카로운 공격으..

그런 교회는 왜 다닙니까?

그런 교회는 왜 다닙니까? 1. 성서에 따르면 오직 남성만 목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성은 목사가 되기는 커녕, 심지어 설교를 할 수도 없답니다. 그것이 성서가 가르치는 진리요, 기독교의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이번 예장 합동교단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이랍니다. 어떻게 이런 교회에 여성들이 다닐 수 있냐고 누가 질문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이런 교회에 다니는 남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여성차별적인 교회에 어떻게 다닐 수가 있는 건가요? 이런 교회는 너무나 많고 그 행태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그 주장은 너무나 뻔뻔하고 위선적입니다. 2. 얼마 전, 일산은혜교회가 합신교단을 탈퇴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 이유는 동성애 가르침과 여성목사 관련 이슈 때문입니다. 동성애가 죄가 아니..

정년퇴임식...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도 박사학위 논문 심사로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도 지난 주말엔 책 한 권도 함께 감수하느라 주말의 반을 보냈는데, 이번 주말엔 박사학위 논문 하나라서 그나마 낫습니다 ^^ 원래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요즘 새벽에 자꾸 깨서 하루를 일찍 시작합니다. 오전 9시가 아직 안 지났는데 꽤나 진도를 나갔습니다. 어제는 과에 정년퇴임식이 있었습니다. 학과장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신경이 쓰였지만 행정실 직원들이 성심껏 열심히 준비해 주어서 큰 탈 없이 잘 끝났습니다. 제가 보직을 맡는 동안 3분이 정년퇴임합니다. 물론 신임교수도 2명을 더 뽑아야 합니다. 천문연구원 원장을 3년 하시고 학교로 돌아오신 이형목 교수님의 정년퇴임입니다. 존경할만한 분입니다. 학문적으로도 그렇고 교수나 과학자로서..

마라나타

창문을 열어놓으니 빗소리가 차분합니다. 언제나처럼 온세상의 빛깔을 잔잔하게 만드는 비가 갈라지고 찢어진 가슴을 촉촉히 덮어주는 듯 합니다. 유난히 더 잘 전달되는 음파는 세상의 소리를 한컷 키워주는 대신, 수채화처럼 엷게 채색된 풍경은 분주하던 세상에 잠시 눈을 감게 합니다. 4월 첫주 토요일. 새학기 시작 후, 한 달이 훌쩍 갔습니다. 창가에 지붕에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묻습니다. 무얼 찾아 그리도 정신없이 달렸냐고. 풍경 안을 가득 채운 빗방울들이 사랑이라면 모든 싸움을 덮어버리고 함께 흘러 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겠다 싶습니다. 비판의식이 강해서인지 존경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선생들은 직업인에 가깝고 목사들은 사업가에 가까왔으며 정치인들은 선동가들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분야에서..

비혼, 출산, 그리고 가정

비혼, 출산, 그리고 가정 (2020.11.18)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408789056012355 1. 일본인인 사유리가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해서 얼마 전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출산해도 되나, 남자없이 혼자 정자기증 받아 출산해도 되나, 논란이 많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다니, 아니 결혼도 안하고 애를 낳다니, 아니 남자도 없이 혼자 아이를 낳다니... 이런 반응들도 있지만 그게 뭐 어때서, 이런 반응도 꽤 많습니다. 비혼 출산 찬성율이 30%라는 기사도 있더군요. 찬반 어느 한쪽을 주장하려는 건 아닙니다. 결혼과 결혼제도에 평소에 하던 생각입니다. 2. 결혼이 무엇입니까? 두 사람 사이의 약속입니다. 전..

연말 선물

연말 선물인가 봅니다. 방금 전에 레프리 리포트를 받았습니다. 결국 논문이 승인되었습니다. 성탄절까지 씨름하며 고쳐서 4번째 수정본을 어제 제출했는데 바로 승인 소식이 날아와서 매우 상쾌한 기분입니다. NGC 1068이라는 유명한 은하가 있습니다. 세이퍼트 2 은하의 전형입니다. 활동성 블랙홀이 중심에 있어서 신나는 물리현상들이 관측되는 은하입니다. 이 은하 중심에 활동성 블랙홀이 하나더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논문이라 논문을 4번이나 수정하는 긴 심사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었나 봅니다. 예전에 박사학생이었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금은 다른 기관에 가 있는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연구였습니다. 3번째 리포트에서 심사위원이 이 논문을 승인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이제 와서 어쩌라는 하는 생각이 들며 머리 뚜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