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168

매경 칼럼 기고를 마감하면서

매일경제 신문 '사이언스플라자'라는 코너에 칼럼을 기고하던 일이 끝났습니다. 2011년 여름부터 약 2년 반 동안 25편의 칼럼을 썼더군요. 2년 이상 했던 일이니 몇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코너가 코너이니만큼 칼럼의 내용은 주로 과학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과학 자체를 설명하거나, 과학정책을 논하거나, 교육문제, 사회 이슈 등 여러 주제들을 건드렸습니다. 칼럼을 쓰는 기간 동안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은 이화여대의 교양국어 교재인 '우리말과 글쓰기'에 대중과학 관련 주제로 썼던 칼럼이 실린 일입니다. 새로 개정되는 교재에 싣고자 하는데 허락해 줄 수 있냐는 출판사의 전화를 받고 유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일 이외에도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여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Subaru Telescope에서도 좋은 소식이 오다.

연이어서 좋은 소식입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Subaru Telescope 시간도 배정받았네요. 8-10미터급 관측시설입니다. 제가 연구책임자로 낸 제안서로 1일, 저의 일본 포스닥이 책임자로 낸 제안서로 1일, 그리고 제 동료인 일본교수가 책임자로 낸 제안서로 1일, 이렇게 배정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학생이 낸 제안서는 탈락했지만 그래도 우리 그룹이 리드하는 프로젝트 2개가 되어 기분 만땅입니다. ^^ 내년 1학기는 부지런히 비행기 타겠군요. 신나는 일입니다.

과학이야기 2013.12.09

오랜 만에 마젤란 망원경 (Magellan Telescope) 관측시간을 얻다

어제 아침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초가을에 제출했던 관측제안서 중 몇 개의 결과가 발표된 것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세계정상급 관측시설 중의 하나인 구경 6.5미터의 망원경 (Magellan Telescope)시간을 4일이나 배정받은 것입니다. 기쁘고 감사한 소식입니다. 칠레 북부 라스캄파나스 천문대에 위치한 구경 6.5미터의 마젤란 망원경. 2000년대 초에 건설된 마젤란 망원경은 바데와 클레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개의 망원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젤란 망원경은 카네기천문대와 하버드 대학, 미시건 대학, 아리조나 대학 등등이 소유하고 있는 시설입니다. 칠레 안데스 산맥 자락에 있는 라스캄파나스 천문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구경 25미터급의 차세대 관측시설인 거대마젤란 망원경이 현재 건설되고 있..

과학이야기 2013.12.05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이중 잣대에 멍드는 사회

칼럼원고를 넘기면 편집주에서 수정을 합니다. 그런데 잘라내고 붙이는 일을 하면 글의 호흡과 운율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이번엔 1751자에 맞춰 1글자 오버했는데 200자나 잘렸습니다. 원글을 올립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11월 20일 칼럼 이중잣대와의 싸움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잣대를 칭하는 말이다. 이중잣대가 흔한 영역은 정치분야가 아닐까. 야당시절에 만든 법을 여당이 된 후에는 위헌이라며 폐기하려는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이름을 불렀다며 석고대죄하라는 어느 정당은 과거에 자신들이 대통령을 모욕했던 기억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나 보다. 선거공약에 대한 정치인들의 태도는 선거..

쌍둥이 블랙홀 이야기 2

쌍둥이 블랙홀 이야기 2편입니다. 자, 은하와 은하가 충돌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10-20억년이 걸리는 은하의 병합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그대신 우리는 수퍼컴퓨터를 이용해서 우리가 아는 물리를 다 집어넣고 은하 충돌과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습니다. 자 일단 동영상을 한번 보실까요? 이 동영상은 Volker Springel, Tiziana Di Matteo, Lars Hernquist 등 유명한 천체물리학자들이 수퍼컴퓨터로 계산한 은하의 충돌과정을 영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두개의 은하가 가까와지면서 별들이 흩어지고 중심부의 블랙홀은 유입되는 가스로 인해 잠에서 깨어나 엄청난 빛을 내는 퀘이사로 변신하게 됩니다. 위의 시물레이션은 블랙홀이 내는 에너지가 은하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쌍둥이 블랙홀 이야기 1.

올해 연구했던 내용 중에 재밌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쌍둥이 블랙홀에 관한 것입니다. Monthly Notice of Royal Astronomical Society라고 하는 영국의 왕립학술지에 막 출판된 저희 그룹의 논문은 쌍둥이 블랙홀의 발견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일단, 먼저 알아야 하는 내용은 대부분의 은하의 중심에는 소위 거대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라고 불리는 태양질량의 백만배에서 백억배에 이르는 거대한 질량의 블랙홀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난 20년 동안 새롭게 정설로 자리잡은 내용이 되겠습니다. 두번째, 우주의 역사가 흘러가면서 은하들은 끊임없이 서로 충돌해서 부딪히고 하나의 은하로 재탄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

영화 Gravity

한국에 머무는 김에 IMAX영화관에 가서 보려했으나 기회를 놓쳤던 3D영화, 그래비티 Gravity를 드디어 보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IMAX상영관이 없어서 그냥 일반 스크린 3D로 감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알려진대로 허블우주망원경 수리를 위해서 우주공간으로 나갔던 우주인들이 부서진 러시아의 위성 파편들이 덮치는 바람에 우주왕복선을 잃고 우주미아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산드라 블록이 유일하게 생존해서 지구로 귀환하는 이야기입니다. 몇년전 다큐멘타리 영화, "허블 3D"는 실제로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과정을 기록으로 담은 3D영화였습니다. 무척 웅장한 느낌의 영화였는데 반면 이번 영화는 허블우주망원경 수리 미션을 바탕으로 한 픽션영화입니다. 허블 3D에 대한 영화평은 과학동아에서 청탁을 받아 기고한 적이..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50년 연구 빛 본 노벨물리학상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10월 16일 50년 연구 빛 본 노벨물리학상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해마다 단풍과 함께 가을이 익어가는 이맘때면 인생의 열매에 대한 상념이 늘어난다. 지난주에는 각 분야 노벨상 소식이 들려왔고 올해 물리학상은 힉스입자를 연구한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에게 수여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들 연구가 1964년 일이었으니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입자물리학 50년의 열매를 돌아보게 한 소식이다. 신의 입자로 대중에게 알려진 힉스입자는 힉스장을 통해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기능을 한다. 힉스와 앙글레르를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이 제안한 힉스장 이론은 그 당시 입자물리학 이론이 부딪혔던 한계를 극복하면서 입자가 질량을 갖는 이유를 모순 없이 설명했고 ..

산타 바바라, 카블리 연구소에서의 마지막 날

바닷가 가까운 숙소에는 해무로 인해 약간은 흐린 아침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산타바바라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아름다운 곳에서 유익하고 감사했던 일들을 돌아봅니다. 이번 여름에 산타 바바라에 처음 올라온 것이 8월 초반이었으니 벌써 한달반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중간에 일본 삿뽀로 학회도 다녀오고 LA아래쪽에 있는 얼바인에도 잠시 다녀왔지만 지난 4주는 여기 주욱 머물며 정말 오랜만에 여유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을 같이 쾌적한 날씨와 한적하고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많은 의무에서 벗어나 하고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쩌면 꿈 같은 삶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막 써질 것 같은 그런 몇 주였다고나 할까요. 카블리 이론물리 연구소에서 다른 학자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많이 유익했습..

과학이야기 201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