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네 그래요. 오늘도 실수를 했습니다

별아저씨의집 2018. 3. 25. 16:24

네 그래요. 오늘도 실수를 했습니다. 욱하는 마음이 또 들었습니다.


누가 나보고 무식하다고 하거나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거나 블랙홀을 잘 모른다고 하면 그냥 웃고 맙니다. 그런 소리는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상대방이 무례하게 느껴지겠지만 마구 화를 내기 보다는 상대방의 정체성이 궁금해 질겁니다.

그런데,
누가 나보고 신앙이 없다거나 무신론자라거나 성경을 믿지 않는자라고 하면 여전히 머리 뚜껑이 열립니다. 그냥 웃고 넘어가거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지 못합니다. 머리뚜껑이 열리면서 무례한 상대방을 박살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마구 화가 납니다.

이 두가지를 비교해 보면 그렇습니다
제가 직업으로 가진 과학 관련해서,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약간의 성숙함이 있겠습니다만, 신앙과 관련해서는 성숙함이 그보다 훨씬 낮은가 봅니다.

땅부자는 동네사람들이 땅도 없는 가난뱅이라고 욕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땅이 많아서 땅없는 가난뱅이란 소리가 전혀 먹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땅 30평 갖고 있는 사람이, 땅없는 가난뱅이란 소릴 들으면, 아니라고, 나 땅 있다고, 30평이나 있다고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마도 나의 발끈함은 내 신앙의 가난함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대화가 되지 않을 만한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한동안 지혜롭게 걸어왔는데 뭐 여전히 성숙해야겠습니다. 네 그래요 오늘도 실수를 했습니다. 뭐, 그것도 현재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최근 여러 루트를 통해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자들과 대화하라는 메세지 말입니다. 글쎄요. 차라리 내가 총알을 맞고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하나 무신론자로 오해받고 성경을 부정하는 자로 낙인찍혀서 죄인의 괴수가 되어도, 뭐 그리 나쁜일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려지든 나의 신앙은 여전히 그대로 일테니 말입니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생각납니다.

2018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