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로렌츠 센터 학회 첫날

별아저씨의집 2017. 11. 11. 21:19
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국제학회나 마찬가지로 첫날은 긴장되고 어렵고 그렇습니다.

첫세션은 30여명의 참석자가 돌아가면서 1분씩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입니다. 다들 예쁜 사진들과 취미활동들도 적어넣었는데 저는 포스터 1분 발표처럼 심각한 연구내용만 넣었습니다.

페북에 있는 대중강연 포즈처럼 멋진 사진이라도 넣을걸 그랬나 봅니다. 뭐, 연구 이외의 삶에 대해서는 신비주의를 펼친 셈 치자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오전 커피시간부터 긴장이 풀립니다. 캠브리지 대학 카빌리 센터의 디렉터인 로베르토 마이오리노가 참석자 중 가장 시니어 중 한명일텐데 마침 뒷자리에 있어서 첫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올해 제가 낸 논문 이야기를 꺼냅니다. 자기가 톡 할때 계속 그 내용을 언급한다며 좋은 결과라고 띄워줍니다. 관련 내용을 한참 토론하다가 저도 그 팀에서 낸 최근 논문이 매우 흥미롭다며 주제를 바꾸어 질문을 던집니다.

대가들 중에는 별로 그리 달갑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충분히 배려심이 있습니다. 20여분 토론으로 많이 배웁니다.

워크샵의 주요 스피커들은 대부분 이전 학회 등등을 통해 아는 사람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그들이 데려온 몇몇 학생들은 조금 접근이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에게 제가 학생처럼 보이진 않나 봅니다. 아재가 된 셈입니다.

리뷰세션부터 흥미롭습니다. 논쟁거리가 워낙 많아 다양한 의견들을 듣는 게 참 좋습니다. 서로 동의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러나 내가 반대하는 이유를 조리있게 설명하며 다시 상대방의 '동의하지 않는 이해'를 구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관측 천문학자들은 데이타의 한계를 알기에 자신의 해석이나 주장을 절대화하지 않습니다.

오후에는 중력파 발견 기자회견 중계를 다같이 봅니다. 블랙홀이 아니라 중성자별 두개가 충돌하여 중력파 뿐만 아니라 전자기파 즉 빛까지 동시에 관측된 이번 발견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기자회견을 보며 관측천문학의 위상을 뿌듯하게 느껴봅니다.

우주초기에 없었던 금이 중성자 충돌로 만들어졌다는 발표자들의 얘기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당신의 금반지도 중성자별의 충돌에서 왔답니다. 물론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1억2천년만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나온 중력파와 전자기파가 동시에 1억 2천만년을 날아와 지구에서 관측되었다는 것입니다. 중력파와 전자기파의 속도가 똑같이 빛의 속도이며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의 예측을 그대로 입증해 버렸습니다.

예전에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포스닥이나 연구원이 되어 훌륭하게 한 분야를 이끄는 연구를 하는 경우들을 봅니다. 그냥 뿌듯하고 그렇습니다.

블랙홀질량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오다가 지난 몇년 간 가스분출 쪽의 연구를 새로 시작하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공동연구를 만들어 내고 중요한 문제들을 같이 부딪히 도전해 보는 일들이 참 흥미롭습니다.

학회 첫날이 후다닥 흘러갔습니다. 초저녁이지만 곧 잠자리에 들어야 겠습니다.


2017.10.7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2402476159976988&set=a.1388196971404917.1073741829.100006438813339&type=3&the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