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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의 싸움, 불성실과의 싸움, 그리고 도그마와의 싸움

별아저씨의집 2017. 11. 11. 21:06
무지와의 싸움, 불성실과의 싸움, 그리고 도그마와의 싸움

토요일이었던 어제 오후, 따듯한 햇살에 비친 예쁘게 물든 가로수들이 참 보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마침 대학신문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휴간이지만 토요일답지 않게 꽉찬 일정을 보냈습니다.

한동대학교 학생들이 만드는 어느 신문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하는 사역에 대한 소회를 묻길래, 무지와의 싸움, 불성실과의 싸움, 그리고 도그마와의 싸움이라고 답했습니다.

무지와의 싸움은 선생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입니다. 배우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데려다가 동기도 부여하고 상벌을 주면서 지식을 가르치고 세상을 가르치고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가장 힘든 학생은 이해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나쁜 학생이 아니라, 배울 생각이 없는 학생들입니다. 그래도 계속 가르쳐야 합니다. 지혜롭게, 쉽게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가르쳐야 합니다. 배우겠다는 의지를 부여하는 일은 물론 어렵고 선생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내용이겠습니다.

불성실과의 싸움은 쉽지 않습니다. 무지하지만 배우려는 생각이 없으면 불성실한 학생이 되어버립니다. 책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텐데 도대체 읽지 않는 그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강의를 귀기울여 들으면 깨달을텐데 듣지 않는 그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그것은 선생님들의 숙제입니다.

도그마와의 싸움은 우리의 숙명입니다. 모든 진리는 도그마가 되면서 그 힘을 잃고 색이 바래집니다. 복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은 그 당대의 도그마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인 오늘 한국교회에서 도그마가 되어버린 수많은 율법들과 종교적 겉모습은 바로 우리가 싸워야할 도그마들입니다.

창조과학이나 지구6천년설, 그리고 (종교와 과학)근본주의자들과의 싸움은 위의 3가지 성격을 모두 지녔습니다. 무지와 불성실과 도그마가 삼위일체가 되면 예수님도 설득할 수 없는 천하무적 동방불패가 됩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창조과학 신봉자들은 종종 무지와 오해 때문에 창조과학을 진리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창조과학을 전파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은 과학과 신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불성실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심각한 사람들은 무지와 불성실을 넘어 어느정도 과학과 신학을 앎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도그마 때문에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6천년 지구에 가두어 버리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 지도자들이 갖는 생각이나 판단도 사실은 불성실함에서 비롯됩니다. 성서신학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거나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에 학자적인 관심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죠.

불성실은 무지를 낳고 무지는 도그마를 낳고 도그마는 창조과학을 낳습니다. 창조과학 뿐이겠습니까? 불성실과 무지와 도그마가 생산하는 것들은 이슬람포비아, 동성애포비아, 종북포비아 등 이루 헤아릴수 없을 것입니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내용을 이야기하고 아무리 좋은 책을 들이밀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혹 주의 은혜가 있을지도 모르니, 어쩌다 주워들어 변할지도 모르니, 무지와 불성실과 도그마와의 싸움은 계속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배움의 기회를 얻은 자들에게, 가르치는 은사를 받은 자들에게 주님이 요구하시는 것일 겁니다.

어제 저녁에는 [과학과 신학의 대화]의 정회원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스무분쯤 모인듯 합니다. 다들 삶의 현장에서 복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분들입니다.특히 과학과 신앙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 땅의 교회들이 건강해지고, 무지와 불성실과 도그마를 넘어 균형있고 풍성한 창조신학위에 든든히 서기를 소원하고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내어놓으며 무언가 섬기기를 원하는 분들입니다.

참 힘이됩니다 이 싸움은 혼자하는 싸움이 아니라는 생각을 주시면 지치고 힘든 마음에 감사함이 솟아 오릅니다 올 한 해가 과신대 단체를 세우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하나하나 일이 진행되는 것은 바로 누군가가 끌고 나가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필요한 사람들을 계속 보내주시고 채워주시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몇 년 쯤 무지와 불성실과 도그마와의 싸움을 계속해야 할까요?한 10년 쯤 되었는데 앞으로 한 20년은 더해야겠지요 저는 종종 20년 뒤를 꿈꾸어 봅니다.

2017.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