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무크따 이야기] 10번째 - 창세기 1장과 2장이 모순된다구?

별아저씨의집 2016. 6. 5. 17:07
#무크따_이야기 10번째

창세기 1장과 2장이 모순된다구?

얼마 전 총신대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는데 제가 창세기 1장과 2장이 모순된다고 주장했다는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강의를 듣지도 않은 학생이, 아니면 강의를 제대로 듣지 않은 학생이 그런 주장을 제기하고 반론을 편 모양입니다. 글쎄요. 저는 창세기 1장과 2장이 모순된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가르친 적도 없습니다.


제 강의에서 나온 맥락은 창세기 1장에 나온 6일 창조의 순서를 '과학적인 순서'로 읽을 수 있는가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1장의 순서와 2장의 순서가 다르니까 1장과 2장을 둘 다 문자적 순서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식물, 동물, 여자의 창조 순서가 다르게 표현되어 있죠. 1장과 2장의 창조순서가 다르게 나온다는 건 문자적(?)으로 옳습니다. 혹 처음 듣는 얘기라면 1장과 2장을 한번 비교해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창조과학을 포함한 문자주의자들은 1장은 문자적 의미의 순서이고 2장은 부가적 설명이라고 합니다. 충분히 그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왜 그러면 창세기 2장은 문자적인 순서로 보지 않느냐는 것이죠.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읽어야 한다면서 왜 2장은 문자적인 순서로 읽지 않느냐고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1장을 종합적인 설명으로 보고 2장을 문자적인 순서로 보는 것이 맞다고도 주장할 수 있겠죠. 실제로 그런 관점이 더 맞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1장과 다르게 2장에는 아담의 창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2장을 더 문자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제 강의에서 1,2장의 순서가 다르다는 점을 예로 든 이유는 창세기 1장과 2장이 서로 모순이니 성경이 모순으로 가득찼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짚어내려는 점은 1장과 2장을 "둘 다" "창조의 순서"에 관한 "문자적" 기록으로 읽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가지고 제가 창세기 1장과 2장이 모순된다고 주장했다고 하면 이해력 부족이라고 할 밖에요. 문자주의자들이라 맥락을 이해 못하고 그렇게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제가 용납해야겠고, 그것이 아니라 제가 말하려는 논리의 흐름을 파악하고서도 제가 성경이 스스로 모순된다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저를 공격하려 했다면.... 그래도 용납해야겠죠?

그럼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순서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뭘까요? 3가지가 있습니다.

1) 1장은 문자적 순서로 2장은 부가적 설명으로 보는 방법

2) 1장은 종합적인 설명으로 2장은 문자적 순서로 보는 방법

3) 1장과 2장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창조의 역사를 풀어내지만 상보적인 신학적 메세지를 전한다. 그러나 창세기 저자가 과학적 의미에서 창조의 순서를 알려주려는 의도는 갖지 않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사실 철저한 문자주의는 문자적으로 불가능합니다. 1장과 2장의 창조의 순서의 차이와 같은 내적 모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 문자주의자들은 어떤 부분은 문자적으로 보고 어떤 부분은 문자적이 아닌 것으로 보는 설명을 제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자적 해석을 고집하는 창조과학자나 문자주의자들은 문자적인 해석이 아닌 해석을 경계하지만 자신들 스스로도 철저히 문자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죠.

오해를 워낙 많이 받는 저는 그 오해들에 대해 일일이 답하지 않지만, 총신대 학생들의 오해를 풀어주자는 의도로 몇자 적어 봅니다.

이 글 아래는 제가 2-3년 전에 쓴 팀 켈러의 글에 대한 짧은 평을 함께 첨부합니다. 1장과 2장의 순서의 차이에 대한 팀 켈러 목사님의 입장을 들어보시죠. 그러고보니 아래 글을 쓴 것이 아담의 역사성 논쟁이란 책이 번역되기 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