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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원주의자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가 -마이클 루즈

별아저씨의집 2004. 12. 1. 17:00

마이클 루즈의 책 '다원주의자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가'는 과연 진화론과 기독교가 양립할 수 있는가를 묻는 책입니다. 보통 의문문으로 시작되는 제목은 부정적인 견해를 암시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긍정적이 답을 제공합니다. 과학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이 책은 기독교인이 아닌 저자에 의해서 쓰여졌지만 크리스챤들이 한번 읽어 볼 만한다고 봅니다.

저자는 우선 다윈주의와 기독교 각각의 내용과 발생과정을 살펴봅니다. 그리고나서 주요한 이슈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그에 대한 각각 다윈주의와 기독교의 입장을 정리하고 그리고 이 둘이 서로 지지하는 관계가 될수 있음을 설득력있게 제시합니다. 이런 이슈들은 인간과 관련된 문제 (예를 들어, 의식이나 영혼의 기원, 고통), 자연주의와 설계, 외계인의 존재와 같은 문제들과 윤리학, 사회생물학, 자유의지와 결정론 같은 문제들입니다.

각 이슈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되는 진화론자들과 기독교인들의 다양한 입장들을 접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입니다. 이 분야의 이슈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새로울 것이 별로 없겠지만 생소한 분들에게는 흥미로운 생각들을 제공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외계인의 존재와 같은 주제들은요. 자연주의와 설계에 관련해서는 '지적 설계'류의 주장들 보다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동의가 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주제가 방대해서 깊이가 얇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 다윈주의와 기독교를 양립 불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러 주제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히려 다윈주의가 기독교를 지지할 만한 내용들을 갖고 있다는 루즈의 접근방식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기독교인이 다윈주의자가 된다면 오히려 자신의 기독교를 뒷받침할 좋은 토대를 갖게된다는 것이 전반적으로 흐르는 맥락입니다.

물론 진화이론을 받아들이는 사람 중에서도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 진화론자와, 기독교인 중에서도 철저한 문자해석을 고집하는 근본주의자들은 결국 대립될 수 밖에 없지만, 그는 이 두 그룹 (무신론 진화론자와 근본주의자)이 각각 다윈주의와 기독교를 대표하는 그룹은 아니라고 보는 듯 합니다.

성서해석에 너무 너그러운 자유주의 진영과 전통적인 보수진영으로 기독교를 나누어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유주의 쪽에 손을 들어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마이클 루즈가 기독교인이 아닌지가 궁금해지는군요. 어쨌거나 기회가 되면 읽어들 보시지요. 번역은 아주 매끄럽지는 않네요.

2004년 12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