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기독교 서적

[서평] 재즈처럼 하나님은' - 도널드 밀러

별아저씨의집 2006. 2. 16. 13:36
재즈처럼 하나님은10점
연말에 어느 송년모임 자리에 갔었습니다. 오랜만에 지인들도 만나고 저녁도 먹었지요. 제가 ‘말 통하는 목사님’이란 별명을 붙여준 한 목사님이 저에게 책 한권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한테 아주 잘 맞는 책일거라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감이 안 잡히시겠지만, 어쨌거나 시각이 매우 독특하고 재밌다는군요. 그 정도면 사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죠.

 책 제목은 ‘재즈처럼 하나님은’이었습니다. 연말에 한국에 가는 분에게 책을 부탁해 놓고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베스트셀러더군요. 잘 팔리는 책이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니까 별 의미는 없지만 여기저기 찾아본 서평들도 책에 대해 좋은 평을 했더군요. 새해가 되어 책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저한테 잘 맞는 책일거라는 말이 금새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을 너무 강조하시는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다보면 아버지가 없거나 아버지에게서 가정폭력 같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느낄 어려움에 대해 염려가 드는 저 같은 사람에게, 도널드 밀러의 글쓰기는 매우 편하고 진솔하게 다가왔습니다. 스스로가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은데다가, 예수를 만나기 보다는 교회라는 껍데기에서 회의를 느끼며 자란 저자가 잔잔하게 그러나 때로는 신랄하게 내뱉는 글에는 전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대략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가까이 하기 어렵던 재즈, 그러나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도 재즈를 좋아하게 된 것처럼, 왠지 어색하고 딱딱하며 자신의 삶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하나님도 그렇게 좋아하게 된 얘기입니다.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하나님을 다시 만난 얘기, 미국을 떠돌던 얘기, 히피들과의 생활, 교회, 공동체 생활, 리드 대학 캠퍼스에서의 삶 같은 소제들을 통해 작가의 독특한 시각과 깨달음들이 어어집니다.

 자 그럼, 이 책의 특징들을 살펴볼까요? 첫째, 내용이 거칠정도로 솔직담백합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교회가 싫고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듯 호전적인 기독교를 싫어하는 저자의 못마땅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사랑을 돈처럼 사용하여 사람들을 얻으려고 하고 상품의 장점을 늘어놓 듯 기독교를 세일즈 하는 것이 싫다는 저자의 거침없는 표현들은 이 책이 제 맘에 쏙 들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기독교 밖에서 기독교를 전한다는 누군가의 평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책이 너무 공격적이라고 느끼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서 흔히 내릴 수 있는 판단기준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점에서 책을 권해주신 그 목사님께서 저에게 이 책이 잘 맞을거라고 하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독교를 변호하고픈 맘은 별로 없지만 예수님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점 등등 여러모로 저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유머감각이 뛰어납니다. 쓸데없이 번지르르한 겉모습들을 한번의 콧방귀로 확 날려버리 듯, 사건과 사물을 보는 그의 시각은 그렇게 웃음을 자아냅니다. 경직된 사고로 자신의 세계 밖에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에게 세상의 넒음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는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도 가끔 들더군요. 낄낄거리며 책을 읽는 저에게 아내는 만화책을 보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물론 중간중간에 두 편의 만화가 실려있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고독을 다룬 ‘우주 유영’이라는 만화는 소름이 끼칠 정도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각 장의 제목들도 구미가 당깁니다. ‘교회-화나지 않고 다니는 법’ 이라든가 ‘구원-섹시한 당근’, ‘은혜-거지들의 나라’, ‘로맨스-여자들을 만나기는 쉽다’ 이런 제목들은 각 장에 담긴 저자의 독특한 시각들을 미리 잘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문화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잘 다가오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수도 있지만 평범한 미국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꽤나 끌리는 책일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책을 보셔야 이해가 되겠죠.?

 셋째, 이 책은 복음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도전을 던지며 그리고 그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감명깊게 본 대목을 간단히 소개하죠. 미국에서 가장 비종교적이라는 리드대학에서 ‘렌 페어’라는 축제가 열립니다. 학생들은 술과 마약에 취하고 백여명씩 단체로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몇몇 그리스도인들은 ‘고백부스’를 설치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 작정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이 한 일은 부스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죄를 고백받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죄를 그들에게 사죄하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을 먹이고 병든 자들을 고쳐 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제대로 그래 본적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나는 욕을 퍼붓기가 일쑤지요. 특히 위협을 느낄 때, 내 자아가 위협당할때 말입니다…..”

 이렇게 오히려 사죄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보고 부스에 들어온 넌크리스챤들은 복음에 대해 묻기 시작합니다.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라며 빨간 십자자를 들고 축제기간에 캠퍼스를 누비는 무서운(?)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느낌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감동이 제게 흘렀습니다.

 하나만 더 예를 들죠. 공동생활을 통해서 자신의 이기성이 깨진 것을 경험하는 챕터를 시작하며 그는 이렇게 서술합니다. “공동생활을 시작하기전 나는 신앙이란, 동굴 속의 수도사처럼 혼자서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신앙의 중추는 하나님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 옛 본문들을 읽고 시나 자연법의 교훈을 묵상하는 시간, 혹 선하고 경건해진 후에는 화분이나 물주전자를 공중 부양시키는 시간인 줄 알았다. 책들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내가 읽었던 한 기독교 서적의 주제는 자아계발, 하나님을 향한 개인여정에서의 나의 실현이었다.” 가뜩이나 개인주의적인 미국사회에서, 공동체라는 개념이 쏙 빠진 개인적인 신앙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의 토대위에서 경제적 시각이 바탕이 되는 우리의 삶도 예외는 아닐것입니다.

 네째, 번역도 아주 깔끔합니다. 원서를 읽어보지 않아서 얼만큼 정확하게 번역을 했는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한국말의 감칠 맛을 잘 살린 것을 보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이 분명합니다. 윤종석이란 분은 달라스 월라드의 ‘하나님의 모략’이라는 책을 번역하기도 했는데 그 책의 번역이 뛰어나다는 평이 있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책의 제목이 맘에 듭니다. 저자는 재즈라는 단어를 ‘자유’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재즈 음악은 미국의 해방된 노예 첫 세대가 만들어 낸 것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이며, 그것은 영혼에서 울려나는 진실한 소리다.” 그렇습니다. 저자의 자유로운 영혼의 소리처럼, 복음은 구속이 아니라 자유를 가져다 줍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이쯤되면 이 책, 일독 하셔야겠죠?
http://solarcosmos.tistory.com2009-06-07T03:33:57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