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7

풍경에 취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입니다. 켈리포니아 해안 절벽을 따라가는 유명한 하이웨이 1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에 일가견이 있으신 안상0님이 자세히 일러주신 대로 올라가는 일정을 잡았지요. 결혼 10주년 여행 때도 이 분이 짜주신 일정을 따라 그랜드 캐년, 자이언, 브라이스 등을 돌며 만족했던 경험을 기억하며 당연히 따랐습니다. 산타바바라에 들러서 점심을 먹고 캠브리아로 올라가서 거기서 오후를 보낸 뒤 하루를 묵고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떠났습니다. 이 지역의 5월 날씨 답지 않게 무척 화창한 날이 펼쳐져서 경치구경에는 최고였습니다. 캠브리아에서 빅서 사이의 해안길이 정말 멋지지요. 하이웨이 1번은 산타바바라에 살 때 샌프란시스코에 올라가면서 2번 정도 탔던 기억이 있는데 항상 안개..

여행

황사가 덮은 듯한 텁텁한 서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벚꽃이 화사하게 웃고 있을 따사롭고 화창한 봄날을 상상했건만 그 바램을 비웃는 쌀쌀한 날씨가 여전히 겨울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정지용의 고향이 떠오른다. 고향, 도시, 남의 나라... 교토의 봄은 다를까? Cherry blossom이 절정이라는 4월, 호텔들이 죄다 만원이라든데 오사카 공항에서 교토에 이르는 급행열차길의 바람은 차가왔다. 새벽에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면 교다이의 캠퍼스엔 따듯한 봄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억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 오랜만에 단편소설을 들고 여행길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하면 곧장 라운지 같은 한가한 곳에 틀혀박혀 밀린 논문이나 이메일들을 읽어 제끼거나 비행기에 오르면 노트북을 꺼내들고 하루 8시간 만큼이나 방해받지..

도라, 도라, 도라.

이번 여행은 조금 길겠습니다. 한 주 정도는 샌프란에서 가까운 릭 천문대에서 보내고, LA에 잠시 내려갔다가 산타 바바라에 갈 예정입니다. 연구도 하고 차근차근 생각들도 좀 하고 여유도 좀 가질 예정입니다. 산타 바바라에 있는 동안 주말 즈음 샌프란시스코에 한번 놀러 갈 생각이구요. 마지막 한 주는 시카고 코스타에 참석합니다. 맘 같아선, 밀린 논문도 좀 쓰고, 밀린 계산도 좀 하고, 밀린 토론도 좀 하고, 쓰고 싶던 책도 좀 쓰고, 다운타운에 가서 커피 마시며 책도 좀 읽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뭐 그러고 싶지만. 그거 다 하려면 한달이 빠듯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LA에서 '우주의 역사로 드러난 창조' 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스타 세미나도 있구요. 좋은 사역 기회가 ..

저녁, 한강을 내다보며 집에 오다

약 한 주 간의 출장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제는 잠깐 다니러 서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집이 있는 서울로 간다. 손님이 아니라 내 삶의 터전으로 간다. 깜찍하고 예쁘고 친철한 한국 항공사 승무원들의 서비스에 흐뭇해 하면서 다시 한국사람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다. 강변을 달리는 차안에서 내다뵈는 한강의 자태가 여유롭다. 강물을 따라 강변도로가 굽이치고 스카이라인도 따라 곡선을 그린다. LA에서 다시 만난 고마운 사람들,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람들을 잠시 생각하다. 이제는 먼 타국이 되어버린 그곳에서의 길었던 삶을 다시 떠올리다. 집은 어디에 있거나 삶의 고향이며 몸과 마음의 안식처다. 그곳에서 아내가 함박 웃으며 맞아주다.

카테고리 없음 2009.09.21

외국에서 돈 사용하기. 신용카드, ATM, 환전 중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유럽이든 한국이든 남미든 미국 밖으로 나갈때 돈을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현금이 많이 쓰이는 곳에서는 은행 ATM 을 이용해서 그나라 화폐를 찾아 쓰는 것이다. 원화를 예로 들어 잠깐 정리해 보자. 1. 환전의 경우, 일단 달러를 원화로 바꿀때 환율에서 2%정도 손해를 본다. 기준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인 경우, 현금 환전의 경우 대략 1달러당 980원 정도의 환율이 적용된다. 거기다가 환전수수료가 더해진다. 공항같은 곳에서는 건당 대략 5-6불씩 수수료를 요구하고 더군다나 환율도 훨씬 더 불리하다. 은행인 경우는 건당 수수료 대신 2-3%를 수수료를 매기기도 한다. 그리고 남은 돈을 다시 달러로 바꿀때도 환율은 기준환율보다 유리하지만 다시 수수료가 들어간..

돈을 보여 달란다. 그렇게 없어 보였나.

런던 공항은 대여섯번째 인듯 한데 이번에도 흐리다. 캘리포니아에서 스포일되서 그런지 매번의 흐린 날씨가 낯설다 비행기에서 거의 잠을 못잤다. 요즘은 장거리 비행기를 타도 잠을 잘 못잔다. 나이 탓인가? 대신 논문 두편을 읽고 간단한 프로그램을 하나 짜서 데이타 분석을 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 공항에 내려 입국 수속을 밟았다. 역시 영어가 잘 안통한다. 장거리 비행기 여행때는 편한 옷이 좋아 허접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미국에서 잃어버린 패션감각 때문인지 열서너시간의 긴여행에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혹은 드문 동양인이라 그랬는지, 컨퍼런스때문에 왔다고 했더니 호텔 예약이나 기타 서류를 보여달란다. 흠... 뒤적뒤적 호텔예약 프린트한 것을 보여 주었더니 못읽는 눈치다. 결국 갖고 있는 돈을..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나리타 공항에서 쉬고 있습니다. 운동화에 운동복차림이라 서울사람들 기준으로는 제 모습이 민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서 도쿄까지 일반석이 만석이라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 받았는데 더 민망할지도 모릅니다. 옷차림이 별로면 받는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흔히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아무리 형편없는 옷차림이라도 비즈니스 좌석에 앉으니 서비스가 좋더군요. 거지와 왕자가 서로의 옷차림을 맞바꾼 얘기가 생각납니다. 거지로 옷차림을 바꾼 왕자는 사람들의 무시하는 눈초리가 사실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았겠지요. 반면 왕자로 옷차림을 바꾼 거지는 사람들의 우러러보는 시각이 무척이나 불안하고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보이는 나와 실재의 나는 비슷한 면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