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2

누가 그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여론재판

노무현 전대통령 가족이 백만불의 돈을 받았다는 언론기사가 난 며칠 뒤, 나는 LA 한인타운의 어느 대형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갔다. 그날 설교를 한 목사는 예화로 그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는 맥락에서 제시한 예화였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고 그것이 범죄라고 단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가족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나왔을 뿐인데, 그리고 노 대통령은 자신과의 관계를 부인했는데도 그대로 범죄로 규정하는 그 얘기에 어이가 없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법으로 재판을 받아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검찰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서 구속을 했거나 기소를 했을지라도 법원이 판결하기 전까지는 무죄로 ..

고대 아테네의 물시계 - 민주주의와 의사표현

지난 여름 아테네에 갔을 때 보았던 물건들 중에 기억 남는 것이 몇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고대 아테네의 아고라 광장 옆에 있던 박물관에서 보았던 물동이처럼 생긴 기구였다. 영어로 Klepsydra라고 불리는 이 기구는 간단히 말하자면 시간을 재는 도구다. 기원전 5-4세기 경에 아테네의 법정에서 쓰였던 도구인데 간단히 말해서 변론자들에게 일정한 시간을 주기 위한 도구다. 두 물동이로 구성된 간단한 장치인데 윗 물동이에 물을 가득 부으면 하단의 구멍을 통해서 아래 물동이로 물이 흘러 내린다. 약 6.4리터의 물이 다 빠져나가려면 약 6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공평하게 6분의 시간을 양쪽의 변론자에게 주기 위한 장치랄 수 있겠다. 화술이 좋은 사람이 주욱 길게 말해버리면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