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143

목사들이 비판적 사고에 약한 이유

목사들이 비판적 사고에 약한 이유 신앙 좋고 인품 좋고 (과거에) 뛰어난 지도자였던 목사님들이 노년에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지고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과 황망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며 대단한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40대에 교계 지도자란 소리를 듣던 분들이 은퇴를 하고나서도 그 영향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건,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라고 씁슬하게 봐 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것 만큼, 노년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목사라는 직업은 참 비판적 사고에 약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그 이유는 1. 정보의 불균형, 2 일인 리더십, 3 비판적 목소리의 부재, 4 자기성찰의 한계 등입니다. 1. 균형있는 정보를..

[과도기_이야기] 창조과학과 유신진화론을 비교한다?

#과도기_이야기 48 - 창조과학과 유신진화론을 비교한다? 잘못하면 이런 비교는 여러 면에서 오해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1. 창조과학에 대립되는 것이 유신진화론이 아닙니다. 유신진화론이라는 말을 쓰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들이 무엇을 가르켜서 유신진화론이라고 하는 걸까, 늘 의문이 있습니다. 2. 창조과학은 노아대홍수로 지구격변이 일어나 지구의 지질현상이 생겨났다고 보는 젊은지구론을 소위 '과학적' - 정확히는 과학적이고 싶은- 설명으로 제시합니다. 물론 1920년대 프라이스에 의해 다듬어진 젊은지구론은 우주의 기원이나 지구의 기원, 그리고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는 별로 설명체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3. 유신진화론이 창조과학과 같은 어떤 '과학적 설명체계'를 갖고 있는 걸까요? 적어도 제가 동의하는 진..

[프로필] 우종학

프로필 매번 쓰기 귀찮아서 아예 포스팅해 둡니다. 사진도 첨부해 둡니다. 2019.6 수정 우종학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Yal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UC Santa Barbara와 UCLA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분야는 거대블랙홀과 은하진화이며 미우주항공국 (NASA)가 젊은 천문학자에게 주는 허블펠로십(Hubble Fellowship)을 받았고 한국천문학회가 중견연구자에게 수상하는 학술상을 받았다. 연구 이외에도 과학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강연 및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설립하여 과학과 기독교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며 연구와 교육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천체물리학저널 등 국제저널에 100 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고 「우종학 교수의..

제임스 스미스와 진화

제임스 스미스와 진화 칼빈신학교 철학교 교수인 제임스 스미스가 한국에 오는군요.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 책의 첫번째 저자이기도 합니다. 진화에 대해 꽉 막혀있는 사람들이 제임스 스미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1. 제임스 스미스는 18살에 그리스도인이 된 후 성경대학을 다니며 창조과학을 배웠습니다. 오히려 성경을 배우다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2. 그러나 성경대학 교사들이 문화전쟁의 무기로 과학을 이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한국도 비슷합니다. 팝송은 사탄적이고 영화도 보면 안되고 등등 문화전쟁을 벌였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3. 과학은 그리스도인의 소명으로 권장되지 않았고, 그저 무기로 사용되었습니다. 한 대목을 따옵니다 "게다가 내게 제..

진화적 창조론은 타락과 원죄 교리를 부정할까?

진화적 창조론은 타락과 원죄 교리를 부정할까? 칼빈신학교 철학자인 제임스 스미스가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고려대에서 베리스타 포럼 강연을 하고, 서울대에서는 수요일 종강예배에서 강연합니다. 종강예배는 저도 참석할까 합니다. 진화에 대한 제임스 스미스의 관점은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라는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지난 번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진화와 원죄 교리에 대한 그의 주장을 살펴봅니다. [인간의 타락과 진화] 책의 3장 내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진화적 창조론을 수용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타락에 대한 전통적 이해를 포기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입니다. 진화적 창조론자들 중 일부는 아담의 인류조상됨, 아담의 역사성 뿐만 아니라 타락의 역사성 (가령 창세기 3장)도 포기할 수 밖에 없..

[과신Q] 5.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하나님은 뭘 하셨나요?

[과신Q] 5.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하나님은 뭘 하셨나요?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창조와 진화를 대립 개념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은 즉각적이고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야 창조라고 생각합니다. 진화가 창조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도 진화에 대한 오해가 많습니다. 과학과 신학 분야 교수님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제가 자주 받는 질문을 꺼내 놓았습니다.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하나님은 뭘 하셨나요?” 그랬더니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합니다. “뭘 하긴 뭘해요. 진화를 사용하셨지요.”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무신론), 신이 존재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주장 (이신론) , 신이 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 (창조과학)과 다르게 기독교 유신론은 신의 창조를 제한..

수학적으로 가능한 것은 모두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수학적으로 가능한 것은 모두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강영안 교수님과 함께 쓴 곧 출판될 책에서 작년 5월의 베리타스 포럼 강연 원고를 2배로 불려서 존재와 진리에 대한 과학자의 질문들을 담아 봤습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 실재에 대한 지식은 많은 경우, 경험에서 나옵니다. 만남을 통해 실재 (그것이 역사든, 인간이든, 사랑이든, 신이든 간에)를 경험하고 그 실재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며 알아갑니다. 경험은 우리 눈과 귀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하나의 해석의 틀을 가지고 인지한 내용입니다. 해석된 경험이라고 할까요. 해석되지 않은 경험은 없습니다. 어떤 데이타든 그것을 뇌가 받아들여서 어떤 내용으로 인지하는 과정은 결국 인식론의 문제입니다. 과학이라고 다르지 않고, 신학적 작업이라고 다르지 않고, 우리 일상의 경..

블랙홀 해설

블랙홀 해설 어제 발표된 블랙홀 그림자 영상을 알기 쉽게 간단히 설명해 볼까 합니다. 블랙홀 연구자로서 아무래도 몇가지 알려드리는게 국가연구비를 받고 연구하는 과학자의 도리가 아닐까 해서 몇자 적습니다. 1. 블랙홀을 본 것이 아니라 볼랙홀의 그림자를 본 것입니다. 이 영상은 블랙홀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블랙홀에 의해서 빛이 가려지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본 것입니다. 소위 블랙홀 shadow 라고 부르지요. 블랙홀 주변을 찍은 영상을 가지고 블랙홀을 봤다고 한다면, 이미 2000년대 초에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본 셈입니다. 중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주변에 별들이 빠르게 공전하고 있는 모습을 이미 촬영했으니까요. 2. 블랙홀 그림자는 왜 생길까? 블랙홀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면 그림자도 생기지 않습..

[과신Q] 3. 창세기는 왜 쓰였을까요?

[과신Q] 3. 창세기는 왜 쓰였을까요?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흔히 사람들은 창세기를 세계가 창조된 과정을 알려주는 책으로 오해합니다. 책의 이름도 한글로는 ‘창세기’이고 영어로는 ‘Genesis’이니, 이 책은 우주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그 기원을 알려주면서 1, 2장을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닙니다. 성경을 잘 모르는 비그리스도인들도 창세기를 우주의 기원, 지구의 기원,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책으로 오해합니다. 이 세상이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서 어떤 순서로, 그리고 얼마나 긴 기간 동안 만들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그러나 창세기는 자연사의 연대기나 우주의 형성과정, 혹은 지구의 나이나 생명체들의 창조과정을 설명하는 과학책도..

[과신Q] 2. 과학자가 부활을 믿을 수 있나요?

[과신Q] 2. 과학자가 부활을 믿을 수 있나요? 우종학 교수(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https://www.scitheo.org/305?category=850291 과학자가 어떻게 부활을 믿을 수 있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데 부활을 믿는다면 과학자로서 지적성실성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까요? 과학자가 부활을 믿으면 안 된다는 태도 자체가 어찌 보면 상당히 종교적인 듯합니다. 부활은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부활을 믿는 신앙은 창조를 믿는 신앙, 그리고 예수의 성육신을 믿는 신앙과 함께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구성합니다. 물론 부활에 관해서 다양한 형태의 믿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