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네 그래요. 오늘도 실수를 했습니다

네 그래요. 오늘도 실수를 했습니다. 욱하는 마음이 또 들었습니다. 누가 나보고 무식하다고 하거나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거나 블랙홀을 잘 모른다고 하면 그냥 웃고 맙니다. 그런 소리는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상대방이 무례하게 느껴지겠지만 마구 화를 내기 보다는 상대방의 정체성이 궁금해 질겁니다. 그런데, 누가 나보고 신앙이 없다거나 무신론자라거나 성경을 믿지 않는자라고 하면 여전히 머리 뚜껑이 열립니다. 그냥 웃고 넘어가거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지 못합니다. 머리뚜껑이 열리면서 무례한 상대방을 박살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마구 화가 납니다. 이 두가지를 비교해 보면 그렇습니다제가 직업으로 가진 과학 관련해서,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약간..

만남.

만남. (2018.01.13)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2458072007750736?pnref=story 인생은 만남이다. 돌아본 인생은 조각난 기억들의 재구성이겠지만 오늘 나의 인생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10대에는 스승을 만났고 20대에는 연인을 만났고 30대에는 적들을 만났고 40대에는 동지를 만난다. 50대에는 제자를 만날 것 같고 60대에는 친구를 만날 듯 하고 70대에는 기억하는 자들을 만나고 80대에는 남겨진 자들을 만날 것이다. 20대 때처럼 매력적인 여인과 썸을 타고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절망스런 나이감이나, 더이상 나를 감화시키고 모범이 되줄 스승은 만날 수 없다는 꼰대감이나, 무한경쟁과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적들은 사라..

삶을 고민하다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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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1784977448393532?pnref=story 외로운 밤입니다. 아내는 간만에 외출을 했고얇게 입은 옷위로 스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들어옵니다. 팀 미팅을 끝내고 밀린 일을 처리하다 어둑해진 저녁텅빈 식당에서 수저를 드니 왈칵 격한 마음이 솟구칩니다. 큰 행사 뒤에 오는 피곤함과 허탈함은 그래도 과학자를 신통하게 봐주는 눈빛들을 기억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옳다고 믿고 가는 길에는 온갖 비난들이 난무합니다. 블로그엔 한바탕 소용돌이가 지나갔습니다. 과학자가 아니라는, 무신론자들의 욕을 들으면 화가 나지만기독교인이 아니라는, 기독교인들의 욕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과학 때문에 신앙이 흔들린 적은 ..

자리가 사람을 바꿉니다

12월 9일 종종, 아니 많은 경우, 자리가 사람을 바꿉니다, 아니 변질시킵니다. 뭔가를 가르쳐야 하는 선생은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무식을 드러내기 쉽지 않고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부모는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기 쉽지 않습니다. 적진에 선 장교는 부하들 앞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려하고 지도자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흔들림과 번뇌를 감춥니다. 목사는 성도들 앞에서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기 보단 자신의 신령함을 드려내게 되고 사장은 회사가 망해가도 직원들 앞에서 회사가 잘 될거라 말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통해 자기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그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일 때는 아무래도 모든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이 검사하는 초등때 일기쓰기는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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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9일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1937313783159897?notif_id=1511918157686486¬if_t=like * (추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이 글을 썼는데 많은 분들이 동감을 하시는군요. 가슴 아픈 일입니다. 특정 교회를 탓하려는 생각은 없고 그저 이 땅에 사는 복음에 목말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단비 한번 맛보지 못하고 오랫동안 메말라 있을 생각을 하니 답답할 뿐입니다. 그나마 성서를 통해 양식을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낫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공동체까지는 언급할 생각도 못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숨쉬는 건강한 교회들이 여기저기 많이 살아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감히 말한다면, 거기서 내 영혼..

고난이 없으면 경건도 없는 겁니다.

고난이 없으면 경건도 없는 겁니다. 오늘 설교시간에는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고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설교 전 특송 시간에 들은 찬양엔 "모든 시선을 주님께 드리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낄때 내 삶은 주의 역사가 되고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네"라는 가사가 담겼습니다. 내 삶이 주의 역사가 된다는 고백은 들을 때마다 부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고백입니다. 찬양 전에 나눈 짧은 나눔을 통해 맘몬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를 표하면서 한 청년이 부른 노래라 더 감동이 되었습니다. 이어진 설교는 요한복음 15장을 중심으로 전해졌습니다. 설교해 주신 조석민 교수님은 결론부분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의 삶에는 세상속의 그리스..

생물학 전공학생의 울음

과신대 포럼 끝나고 한 학생이 찾아와 [과도기]책에 싸인을 부탁했습니다. 추운 날인데 자원봉사자로 와서 빙그레 웃고 있던 모습을 봤는데, [인공지능과 기독교] 스펙트럼 시리즈 책도 당첨 받은 학생이었습니다. 싸인을 해서 책을 건네니 그런 얘기를 합니다. 몇 주 전에 신림교회에서 제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 너무 좋아서 강의들으며 계속 울었답니다. 알고보니 생명과학부 전공 학생이었는데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읽는 중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군요. 과학을 배우고 공부하는 전공생이니 만큼 도킨스가 제시한 과학내용에는 동의했겠지만, 그가 기독교를 공격하고 신앙을 무시하는 태도가 참 마음이 아팠겠고 화가 났겠고 그리고 답답했겠지요. 그런데 제 강의를 통해서 많이 위로받았고, 과학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창조를 이해..

라이덴에서 맞는 주일

라이덴에서 맞는 주일,시차때문에 일찍 깬 이른 새벽부터 블랙홀 논문들을 읽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천문학, 그중에서도 몰랐던 사실들이 빠르게 밝혀지는 이 분야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자 흥미로운 무대입니다. 몇년만 논문을 읽지 않으면 뒤쳐지기 쉬운 분야에서 논문들을 읽을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박사과정 시절엔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논문들을 읽으며 모르는 내용들은 참고문헌을 죄다 뒤져가며 공부하고 그렇게 연구결과들을 섭렵하면서 한 주제를 점점 꿰둟어 보는 내공을 쌓아갔는데, 커리어가 흘러가면서 매니저같은 일이 점점 많아지니 그 시절의 그런 호사를 누릴 기회는 많지 않다고 변명하면서도 쌓아둔 논문들을 뒤늦게 읽으면서 참 부끄럽습니다. 대부분 작년 하반기에서 올해 나온 논문들인데 그사이 논란되던 관측결과들엔 ..

암스테르담에서 하루

하루 묵고 가는 암스테르담에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처음 만나는 분들과도 유쾌한 대화와 식사를 했습니다. 과학상식의 오류에 맞서 과학을 지키는 일은 한다는 분들의 연락을 받고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는데 어쩌다 마음이 편해졌는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저는 자뻑증에 빠져 또 열심히 수다를 떨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밤거리를 보며 경제논리와 인간성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호기심은 잠깐이었고, 동유럽에서 온 여성들이 공공연히 상품화되는 모습에 자본주의는 결코 자본의 논리앞에 불평등을 고칠 수 없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샌드위치 하나를 먹으며 어슬렁 어슬렁 꽃시장과 카날과 광장을 ..

쌀쌀한 늦은 밤

쌀쌀한 늦은 밤 한산한 까페에 음악이 크게 흘러나온다. 늦은 퇴근 길을 서두는 행인들이 스쳐가는 창밖을 보며 밤과 음악 앞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막, 끝낸 연구제안서를 이메일로 회람하고선 편한 맘으로 내일 있을 행사 관련 일처리를 하고 통화를 하다. 뭔가 진행되고 굴러가는 걸 보면 흐뭇하다. 아무래도 나는 일 중심의 사람인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추억을 부르고 사랑을 부른다. 한편, 다가오는 긴 겨울이 주는 쓸쓸함에 외로움에 마음이 막막해지면서도또 한편,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삼십대의 어느 밤, 인생 길에서는 무한한 고독과 외로움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절절히도 깨달았을 때, 그 긴 겨울의 고독의 밤에 나는 비로소 인생을 제대로 목격했는지도 모른다. 누가 남을 것인가. 애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