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풍경에 취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입니다. 켈리포니아 해안 절벽을 따라가는 유명한 하이웨이 1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에 일가견이 있으신 안상0님이 자세히 일러주신 대로 올라가는 일정을 잡았지요. 결혼 10주년 여행 때도 이 분이 짜주신 일정을 따라 그랜드 캐년, 자이언, 브라이스 등을 돌며 만족했던 경험을 기억하며 당연히 따랐습니다. 산타바바라에 들러서 점심을 먹고 캠브리아로 올라가서 거기서 오후를 보낸 뒤 하루를 묵고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떠났습니다. 이 지역의 5월 날씨 답지 않게 무척 화창한 날이 펼쳐져서 경치구경에는 최고였습니다. 캠브리아에서 빅서 사이의 해안길이 정말 멋지지요. 하이웨이 1번은 산타바바라에 살 때 샌프란시스코에 올라가면서 2번 정도 탔던 기억이 있는데 항상 안개..

돌아오는 길

1주간 출장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이 참 길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Belgrade 공항에 나갔고 Amsterdam에 오전에 도착해서 기다리다 오후 일찍 Detroit 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내 고개를 떨구며 졸았던 듯 하고, 그리고 Detroit공항에서 2시간쯤 기다려 LA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갈때는 LA-Amsteram 직행이 있어서 훨씬 나았는데 비행기를 3번 타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전날도 늦게까지 사람들과 얘기하느라 잠이 부족해서 잠이 쏟아지더군요. 하두 고개를 떨구어서 그런지 목이 아플 정도입니다. 딱 시간 맞춰 마중나온 아내가 반갑게 맞아줬고 집에 도착하니 8시가 넘었군요. 하루 가까이 걸린 여행길이었습니다. 많은 성과가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으며 만..

금요일 새벽

블로그 글이 뜸~해 썰렁하군요. 지난 주 금요일에 짧게 글을 올렸는데 벌써 한 주가 지나 다시 금요일입니다. 밤늦은 시간이니 사실, 내일이 금요일이네요. 학부생이 분석을 주도한 연구결과를 레터로 제출했었는데 레프리가 좀 심하게 심사내용을 보냈습니다. 벌써 6주 전 일이군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며 공동저자들이 다들 열을 받았고 fight back!을 외쳤는데 일본 출장을 다녀오다 보니 일이 좀 늦어졌습니다. 막, 수정논문을 제출했습니다. 2시 즈음 되었는데 피곤하군요. 이 논문작업이 끝날 걸 딱 알고 오늘은 다른 논문의 심사보고서가 날아왔습니다. 학생들이 아니라 내가 주저자인 논문인데 간단한 보고서입니다. 한두개만 테스트 해보면 바로 수정해서 보내고 바로 승인이 될 것 같네요. 그 일이 끝나면 다른 학생이..

금요일 오후

화창한 켈리포니아 날씨의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입니다. 두주 이상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시차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논문심사 보고서를 하나 보냈고, 박사학생의 논문심사 보고서에 대한 반박서를 보내서 막 논문이 통과되었습니다 8-9월에 한달 이상 가 있을 산타바바라 학회에 초록도 보냈군요. 그런 일들을 하나 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금요일 오후가 되니 찌뿌등하군요. 어디가서 커피 마시면서 책이나 읽었으면 하는데 학부생 연구결과를 담아 제출했던 논문이 걸려 맘이 편하진 않습니다. 한참 전에 받은 심사보고서를 토대로 수정해서 다음주 까지는 제출해야 하거든요. 자, 남은 시간 열심히 하고 주말엔 아내와 가까운 미술관에 가야..

혼잣말로 하는 여행

2층 객실 창밖에 정면으로 보이는 벚꽃은 반이상이 떨어졌다. 올봄은 야릇하게 날이 추워 벚꽃의 절정은 이미 4월 첫주로 마감했단다. 주말이 되면서 날이 많이 포근해 졌다. 가모가와 강에 흐르는 맑은 물이 새삼스럽다. 어릴적 어느 시골에서 물고기 잡고 놀던 냇물처럼 잔잔히 햇빛을 반사하는 강을 보며 강둑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가모가와 강을 살포시 넘는 산조도리 다리를 한껏 맵시를 낸 젊은이들이 걷고 있다. 봄은 연인들의 계절이라지만 씩씩한 싱글들도 아름답다. 강둑에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총총히 박혀 한가로운 봄날 오후를 그려내고 있다.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의 배경은 결코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자신의 편협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경멸할 대상이 될뿐, 아, 그 불완전한 자신감..

연구라는 일상

며칠째, 아침 일찍 책을 잠시 읽다가 출근을 하고 이것저것 연구주제들에 대해서 토론하고 논문들을 뒤져보고 자료들을 참고하고 노트에다가 손으로 계산도 해보고 다시 토론하고 여러 시나리오들을 만들어 보고 거창(?)하게 큰 프로젝트 아이디어도 짜보고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교토대학 근처의 아기자기한 식당들을 찾아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잠시 커피 마시러 나가기도 하고 저녁에는 과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수업준비의 압박이나 프로포잘, 서류 마감 같은 목줄 없이 내내, 연구에 집중하고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군요. 산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겠지요. 벌써 주말이 다가옵니다. 동료들과 함께ㅐ 가까운 교외로 ..

여행

황사가 덮은 듯한 텁텁한 서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벚꽃이 화사하게 웃고 있을 따사롭고 화창한 봄날을 상상했건만 그 바램을 비웃는 쌀쌀한 날씨가 여전히 겨울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정지용의 고향이 떠오른다. 고향, 도시, 남의 나라... 교토의 봄은 다를까? Cherry blossom이 절정이라는 4월, 호텔들이 죄다 만원이라든데 오사카 공항에서 교토에 이르는 급행열차길의 바람은 차가왔다. 새벽에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면 교다이의 캠퍼스엔 따듯한 봄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억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 오랜만에 단편소설을 들고 여행길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하면 곧장 라운지 같은 한가한 곳에 틀혀박혀 밀린 논문이나 이메일들을 읽어 제끼거나 비행기에 오르면 노트북을 꺼내들고 하루 8시간 만큼이나 방해받지..

오늘이 무슨 날?

아침에 이메일을 확인하니 2월 초에 제출한 논문에 대한 심사 보고서가 날아와 있다. 점심을 먹고 이메일을 확인하니 어느 논문에 대한 심사를 해달라는 이메일이 와 있다. 저녁을 먹고 이메일을 확인하니 3주 전에 제출한 다른 논문에 대한 심사 보고서가 날아와 있다. 오늘 무슨 날인감 왜 일은 항상 한번에 쏟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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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마감일 들에 밀려 쳇바퀴 돌듯 끌려다니다가 문득 멈춰 내다본 세상엔 내가 없다. 젊음은 설렘과 사랑과 히히덕 거림으로 아련함과 불안함과 조바심으로 사람 하고 사랑 하고 삶 으로 밑도 없는 바닥으로 추락하면서도 상쾌할수 있는 그런, 모든 권력을 왕따시킬 근거없는 믿음과 캄캄한 미래를 향해 뚜벅 걸어가는 무모함이 없다면 나는 이제 중년이 되는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