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페이스북, 판도라의 상자에 들어가다

그동안 거부하던 페이스북의 세계가 갑자기 들어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굴러가던 한국의 삶의 자리를 떠나 미국에 연구년으로 나온 지난 반 년 동안, 아마도 조금씩 사람이 고팠는지도 모르겠다. 페북을 시작한지 며칠 안되어서 그런지 갑자기 쏟아지는 사람들의 정보의 홍수에 약간의 현기증이 난다. 초짜로서 몇가지 인상을 정리해 본다면, 1. 소위 '페친'을 맺음으로써 새로운 사람들, 그것도 잘 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의 우주는 그렇게 넓어진다. 2.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이십 년 씩 세월의 계곡을 넘어서 잊혀져 있던 옛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갑자기 마주하는 일은,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흐른 새로워진 모습들을 발견하는 흥분과 더불어, 좋든 ..

연구년의 반을 보내고

연구년으로 미국에 나온지 벌써 반년이 되어간다. 1년의 반이 후다닥 지나간 셈이다. 첫 3개월은 밀린 연구들 마무리하고 논문들을 내는데 주력했고 그후 3개월은 새로운 연구들을 셋업하면서 미국에 함께 나온 두 학생과 한국에 남아있는 박사후 연구원, 학생들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학부생 인턴이 들어와서 훈련 중이고 간단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쉬었던 그룹미팅을 얼마 전 다시 시작했는데 예전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 내가 조금 여유를 찾아서일까 혹은 여학생이 들어와서일까 아니면 학생들이 성숙해져서일까. 답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요즘은 학생들과 일하는 것이 많이 편해지고 재미있어졌다. 교수로서는 아무래도 다행이라고 말해야겠다. 학생들과 일하는 것이 재미없고 힘들다면 직..

[책] 거짓 신들의 세상 - 티머시 켈러

벌써 오래전 부터 티머시 켈러에 대해 궁금하긴 했는데 처음 읽어본다. 거짓신들의 세상 - 티머시 켈러 대학시절 읽고 충격을 받았던 하웃즈 바르트의 책, '현대, 우상, 이데올로기' 가 생각났다. 켈러는 우리가 추구하는 성과 돈, 성공과 권력을 거짓신들로 규정한다. 그러나 결국 우상은 나 자신이다. 성과 돈과 성공과 권력은 모두 나 자신을 우상화하기 위한 도구일 뿐. 예수의 도를 따르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 마음 한편에 '나'라는 신이 다른 신과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신은 아무리 돈을 벌고 성공해도 그런 것들로는 만족되지 않는다. 티머시 켈러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거짓신들을 찾아내는 방법을 4가지로 제안한다. 1. 별일 없을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한탕해서 큰 돈 벌 생각을 한..

국정원 정치개입비판 - 서울대교수 시국선언

서울대교수 시국선언 우리는 상식이 통하는 정상국가 대한민국을 원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가 선거라고 할 때, 지난 12월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국정원의 불법적 선거개입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유린되었음을 의미한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해야 할 공기관이 국가와 국민의 안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를 좇아 그런 불법을 자행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개입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씻을 수 없는 과오이자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고, 그 전후사정과 책임자를 밝히기 위한 진상 규명 노력은 훼손된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 서울경찰청..

설교란, 강의란,

설교는 양식이 아니다. 설교는 1주일에 한번씩 영적 배고픔을 채워주는 양식이 아니다. 설교는 배고픔을 느끼게 해주고 갈증을 일깨워 주어 영적 양식을 찾아가게 하는 도전과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런 내용의 주일설교를 들으며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강의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대중강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해 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지식에 대한 탐구와 열망을 자극하고 일깨워주는 도전과 계기가 되어야 한다. 대중강의가 단지 지식을 전하고 한번 사람들을 지적으로 놀라게 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지식을 갈망하게 하는 갈증을 느끼게 해야한다. 뭐, 그런 생각.

대중강연의 맛

그동안 학부/대학원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대중강연을 많이 했습니다. 한달에 한두번은 블랙홀이나 우주이야기, 혹은 과학과 신앙에 관한 강연을 한 듯 합니다. 안식년이 되서 LA에 와서 지내는 동안에 거의 대중강연을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다르게 여기서는 부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일차적 이유인데요. 지난 5월에 스탠포드대학의 모임에서 강연한 것과 지난 주에 코스타 컨퍼런스에서 강연한 것이 고작입니다. 물론 아직도 한국에서는 가끔씩 강연요청 이메일이 옵니다. 미국에 체류중이라고 거절 답변을 보내곤 하지요. 처음에는 강연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무척 편하고 부담도 없고 그랬는데 이제 한 반 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니 왠지 대중강연 생각이 조금씩 떠오릅니다. 학자에게 소통이란 글과 강..

2013 코스타

7월4일 휴일을 앞뒤로 코스타에 다녀왔습니다. 2000년에 처음 참석한 코스타, 그동안 많은 인연이 있었고 또 많은 인연을 만들어내는 코스타입니다. '과학과 신앙'관련 세미나 강의를 했습니다. 교수 연차가 올라가서 그런지, 누가 말한것처럼 교수 포스가 나서 그런지, 예전만큼 코스탄들과 가깝게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많은 코스탄들을 만나고 얘기하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세미나강사로 온 우지미교수와 참석자 중에 교수일을 시작한 분들, 포스닥 분들과 한 얘기들이 오히려 나의 교수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의 need가 있는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인것 같습니다. 이번 주제는 Set free int..

부자 청년의 근심

마태복음 19장에는 부자 청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살인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도적질하지 않고 위증하지 않고 부모를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한 청년, 그렇게 깨끗하게 살던 그는 왜 여전히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에 목을 메었을까요? 그런 그에게 가진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고 한 예수의 가르침의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대학교수라는 직업으로 4년을 보냈습니다. 나는 무슨 영생을 얻으려고 그렇게 근심해온 것일까요? 무엇을 증명하려, 무엇을 얻으려 이 끝없는 게임에서 철철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일까요? 인생의 징검다리 하나하나 마다 주께서 주셨던 교훈은 Lordship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광야를 지나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나는 또 어느새 망각의 늪에 빠져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뭐하나 주어먹으..

관악산 기슭엔...

관악산 기슭엔 녹음이 짙어간다. 초여름이 상큼한 연녹색이 잔잔하고 고요한 느낌을 준다. 서울 날씨는 덥지만 관악산과 캠퍼스는 이제 고향처럼 편안하다. 학위논문심사들과 공동연구모임들을 끝내고 잠시 여유도 갖는다.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40대에 이미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산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었다. 더이상 꿈도 없고 별로 그렇게 크게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건강이나 챙기면서 돈이나 벌면서 은퇴를 기다리는 모드로 들어간 사람들 얘기... 아,... 뭔가모를 경각심이 살짝 밀려왔다. 어쩜, 참 무서운 얘기다. 시원한 소낙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기다렸던 장대비는 아직 쏟아지지 않는다. 사계절이 흐르듯 인생들이 흘러간다.

Stanford 캠퍼스 모임 강의 후에

지난 주, 스탠포드 대학에서 모이는 Korean Christian Fellowship 모임에서 과학과 신앙에 관련된 강의를 했습니다. 결혼기념 여행으로 올라가는 길에 연락드렸던 하시용 목사님께서 캠퍼스 모임에 와 달라라는 부탁을 하셨지요. 어떤 모임인지 잘 몰랐지만 5,6년 전인가 같은 모임에 가서 강의했던 기억이 났고 이런 강의 부탁은 거절할 수 없어서 승낙했습니다. 캠브리아에서 아침을 먹고 짧게 해안가를 산책한 뒤에 바로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떠났지만 1번 해안도로와 중간에 들린 Point Lobos State Preserve 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샌프란시스코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하시용 목사님과 사모님을 만나 식사하면서 예일에서 공부하던 시절 얘기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