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오래된 CD케이스를 열어 비발디의 봄의 악장을 듣는다. 창 밖, 결혼식장을 향하는 사람들의 총총대는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쏟아지는 봄비 후에 피어나는 새싹처럼 바이올린의 선율이 가날프고 섬세하게 마음을 휘젓는다. 봄은 언제나 그렇듯 잃어버린 땅을 떠올리게 하고 봄이 없던 시간을 한숨에 망각시키듯 단절된 10년의 삶을 넘어 봄의 추억으로 데려간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은 길디 긴 장문으로 아줌마의 수다처럼 먼 이국의 삶들을 그리고 있으나 인생이 드러내는 삶과 사랑과 사람들은 시공간의 차이를 넘어 오늘 여기 일상에 오버랩된다. 나는 비를 맞고 추위에 떠는 새싹처럼 따듯한 햇살을 쬐려 기다리는 노인처럼 사계절을 끌고가는 시간에 밀려다니다 낯선 길을 두리번거리는 사내처럼 오늘 여기서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