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새벽

새벽 6시 컨퍼런스콜로 1시간을 보내니 안 그래도 잠이 덜 깬 두뇌가 몽유하는 듯 합니다. 캄캄하던 창밖은 이미 밝아졌는데 다시 침대로 가고 싶어집니다. 브라질에서 부터 미국과 호주를 거쳐 한국까지 동시에 컨퍼런스콜을 하려니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6시 밖에 안 나오나 봅니다. 아침잠을 즐기는 저에겐 아니될 시간이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맡기로 한 일이니 새벽에 일어나 비몽사몽 회의를 했습니다. 학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주제별로 초청강연을 위해 누구를 부를지 사람 이름들을 거론하는 회의를 하다보니, 참 한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연구자가 되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국제사회에서 사람들 입에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는 반면, 또 어떤 분야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은하 진화과정에서 가스가..

잃어버린 목소리

캘리포니아 산불로 오늘 관측을 또 망쳤습니다. 원격관측을 대기한 연구원들의 관측보고가 이메일로 날아왔는데 산불로 천문대 돔을 열지도 못했군요. 에고~ 역시 천문학은 아무나 하는 학문이 아닌거임. 어제 밤에 강의를 2시간 하고 왔는데 그 이후로 다시 목감기가 도지더니 오늘은 말을 할수가 없게 되었네요. 목소리가 안나오는 이런 경험은 평생 처음입니다. 속삭이듯 의사전달을 하니 아내가 우습답니다. 평소에 뭔 얘기를 해도 까르륵 거리는 제 아내 덕에 저의 유머 감각이 말이 아니게 되었으니 나는 그녀에게 언제나 우스운 존재가 아니었던감. 오늘 교회에서는 '건강한 작은 교회 연합'의 강단 교류로 더함교회에서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과 우리가 공유하는 속성과 공유하지 않는 속성이 있는데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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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이 가면 한 주가 다 간 듯합니다. 주요 일정이 전반부에 몰려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입병이 났습니다. 입술이 아니라 잇몸이라 보이지 않아 다행입니다. 요즘 연구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다른 사유를 할 새가 없습니다. 작은 블랙홀 하나가 제 뇌용량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종일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제안서 10개를 심사하면서 보냈습니다.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들이 담긴 제안서를 읽는 건 항상 배움의 과정입니다. 그래도 맘에 드는 제안서는 별로 없습니다. 잘 쓴 제안서는 내가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서 잘~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좀 그랬습니다. 뭔가 뛰어난 아이디어, 뭔가 놀라운 연구방법, 뭔가 도전적이고 답이 예스건 노우 이건 중요한 결과가 되는 그런 연구, 물론 쉽지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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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9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저녁시간입니다. 오늘도 연구모임이 있었는데 몸이 피곤하여 안되겠다 싶어 불참을 알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랜만이라며 반가와하는 아내가 미소를 보냅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과 보고서로 바쁜 그녀도, 외부 일정으로 바쁜 나도, 1주만에 집에서 식사하며 얼굴보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꿈에서 시험을 보며 이상심리 분석을 했다는 그녀는 오늘 새벽 출근하는데 제가 영어로 마구 잠꼬대를 했다고 합니다. 종종 꿈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은 왜 한국말을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꿈인데 말이죠. 집에 왔더니 부엌 프라이팬에 그대로 계란후라이가 있었다면서 뭐냐고 묻습니다. 앗, 아침에 제가 커피내리고 빵과 사과 꺼내고 계란 하나를 프라이팬에 풀었는데 뒤집어서 잘 구어놓고 깜빡 먹지를 않았군요..

네 그래요. 오늘도 실수를 했습니다

네 그래요. 오늘도 실수를 했습니다. 욱하는 마음이 또 들었습니다. 누가 나보고 무식하다고 하거나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거나 블랙홀을 잘 모른다고 하면 그냥 웃고 맙니다. 그런 소리는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상대방이 무례하게 느껴지겠지만 마구 화를 내기 보다는 상대방의 정체성이 궁금해 질겁니다. 그런데, 누가 나보고 신앙이 없다거나 무신론자라거나 성경을 믿지 않는자라고 하면 여전히 머리 뚜껑이 열립니다. 그냥 웃고 넘어가거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지 못합니다. 머리뚜껑이 열리면서 무례한 상대방을 박살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마구 화가 납니다. 이 두가지를 비교해 보면 그렇습니다제가 직업으로 가진 과학 관련해서,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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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1784977448393532?pnref=story 외로운 밤입니다. 아내는 간만에 외출을 했고얇게 입은 옷위로 스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들어옵니다. 팀 미팅을 끝내고 밀린 일을 처리하다 어둑해진 저녁텅빈 식당에서 수저를 드니 왈칵 격한 마음이 솟구칩니다. 큰 행사 뒤에 오는 피곤함과 허탈함은 그래도 과학자를 신통하게 봐주는 눈빛들을 기억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옳다고 믿고 가는 길에는 온갖 비난들이 난무합니다. 블로그엔 한바탕 소용돌이가 지나갔습니다. 과학자가 아니라는, 무신론자들의 욕을 들으면 화가 나지만기독교인이 아니라는, 기독교인들의 욕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과학 때문에 신앙이 흔들린 적은 ..

자리가 사람을 바꿉니다

12월 9일 종종, 아니 많은 경우, 자리가 사람을 바꿉니다, 아니 변질시킵니다. 뭔가를 가르쳐야 하는 선생은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무식을 드러내기 쉽지 않고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부모는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기 쉽지 않습니다. 적진에 선 장교는 부하들 앞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려하고 지도자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흔들림과 번뇌를 감춥니다. 목사는 성도들 앞에서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기 보단 자신의 신령함을 드려내게 되고 사장은 회사가 망해가도 직원들 앞에서 회사가 잘 될거라 말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통해 자기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그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일 때는 아무래도 모든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이 검사하는 초등때 일기쓰기는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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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9일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1937313783159897?notif_id=1511918157686486¬if_t=like * (추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이 글을 썼는데 많은 분들이 동감을 하시는군요. 가슴 아픈 일입니다. 특정 교회를 탓하려는 생각은 없고 그저 이 땅에 사는 복음에 목말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단비 한번 맛보지 못하고 오랫동안 메말라 있을 생각을 하니 답답할 뿐입니다. 그나마 성서를 통해 양식을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낫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공동체까지는 언급할 생각도 못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숨쉬는 건강한 교회들이 여기저기 많이 살아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감히 말한다면, 거기서 내 영혼..

고난이 없으면 경건도 없는 겁니다.

고난이 없으면 경건도 없는 겁니다. 오늘 설교시간에는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고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설교 전 특송 시간에 들은 찬양엔 "모든 시선을 주님께 드리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낄때 내 삶은 주의 역사가 되고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네"라는 가사가 담겼습니다. 내 삶이 주의 역사가 된다는 고백은 들을 때마다 부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고백입니다. 찬양 전에 나눈 짧은 나눔을 통해 맘몬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를 표하면서 한 청년이 부른 노래라 더 감동이 되었습니다. 이어진 설교는 요한복음 15장을 중심으로 전해졌습니다. 설교해 주신 조석민 교수님은 결론부분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의 삶에는 세상속의 그리스..

생물학 전공학생의 울음

과신대 포럼 끝나고 한 학생이 찾아와 [과도기]책에 싸인을 부탁했습니다. 추운 날인데 자원봉사자로 와서 빙그레 웃고 있던 모습을 봤는데, [인공지능과 기독교] 스펙트럼 시리즈 책도 당첨 받은 학생이었습니다. 싸인을 해서 책을 건네니 그런 얘기를 합니다. 몇 주 전에 신림교회에서 제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 너무 좋아서 강의들으며 계속 울었답니다. 알고보니 생명과학부 전공 학생이었는데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읽는 중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군요. 과학을 배우고 공부하는 전공생이니 만큼 도킨스가 제시한 과학내용에는 동의했겠지만, 그가 기독교를 공격하고 신앙을 무시하는 태도가 참 마음이 아팠겠고 화가 났겠고 그리고 답답했겠지요. 그런데 제 강의를 통해서 많이 위로받았고, 과학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창조를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