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세상이 교회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세상이 교회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망할까 두려워 몸부림을 치는 듯한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에 교회는 한 알의 밀알이 썩어져야 한다는 성서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득권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저항하는 모습 대신에, 교세가 줄고 헌금이 줄고 영향력을 잃어도 복음을 지켜내며 망하는 모습이 오히려 백 배의 열매를 거둘 것입니다. 교회가 세상을 염려하며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복음의 능력이 드러납니다. 그리스도는 왕위를 찬탈하여 힘으로 세상을 구원한 것이 아니라 처절한 죽음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구원의 길을 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걸리지 않게 우리만 보호해 주신다거나, 사탄의 영이 차별금지법을 찬성하게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복음의 능력이 아니라 이..

스승의 날, 종일 비

2020.05.15스승의 날, 종일 비 어제 대학원생들에게 20개씩 마스크를 주었더니 좋아라 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스승의 날 선물로 마스크를 준 셈이네요. 사비로 구매한 건 아니고^^ 연구실 안전관리비라는 게 있더군요. 몇년 전부터 간접비에서 따로 책정되는데 몰라서 안 쓰고 있었더니 사용하라고 적극 권장합니다. 포스닥 연구원들과 대학원생들이 함께 쓸 수 있게 마스크와 손세정제, 소독제 등을 구매했습니다. 김영란법 때문에 스승의 날이 무색해졌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좀 블루합니다. 그나마 꽃을 달아주러 오던 학생들도 올해는 이메일로 인사만 전합니다. 걸리적 거려서 꽃 다는거 별로 안좋아합니다. 계절과 시간을 정하는 하늘을 탐구하는지라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 같은 것도 저에겐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지구..

I CAN'T BREATHE.

I CAN'T BREATHE. 권력은 항상 폭력을 낳기 마련입니다. 반항할 수 없게 수갑이 채워진 시민의 목을 눌러 죽인 경찰의 폭력, 증거를 조작하고 위증을 교사해서 범죄를 창조해 내는 검찰의 폭력, 외적으로 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대신 오히려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헬기로 기관총 사격을 한 군대의 폭력, 정부를 비판하는 인사들을 고문하고 간첩으로 만든 정보기관의 폭력... 이런 폭력 뿐만 아닙니다. 밖에서는 내내 약자이다가 집에 와서는 주먹을 휘두르는 가장의 폭력,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학생들을 때리던 선생의 폭력, 재벌은 봐주고 가난한 자는 철저하게 벌을 받게하는 판사의 폭력, 여신도를 성추행하는 목사의 폭력,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교회의 폭력, 약자들을 위한 법을 만들기보다 표를 생각하며 다수를 위..

교회의 본질은 주일예배인가? II

교회의 본질은 주일예배인가? II. 2020.03.14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151171161774147 1.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예배당에 함께 모이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습니다. 가정예배나 온라인 예배로 대체한 교회들도 있고 여전히 모여서 예배드리는 교회들도 있습니다.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 한쪽을 칭찬하고 한쪽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판단은 각 교회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가능하겠습니다. 2. 하지만 이 논란은 예배란 무엇인가, 그리고 교회란 무엇인가를 근원적으로 묻게 합니다. 단순히 주일날 모이네, 마네의 문제를 넘어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이 나오면 좋겠다는 싶습니다. 아니, 이 문제는 이미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교회와 주일 예배 III

교회와 주일 예배 III. 2020.03.22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158344431056820 1.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기에 지역교회가 자진해서 가정예배와 온라인예배로 전환하고 예배당 모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만한 상식입니다. 2. 그렇지만 강제로 교회당을 폐쇄해서 주일예배를 못 드리게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종교 자유의 제한과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3. 오늘 국무총리가 행정 권고를 내렸습니다. 앞으로 2주간 학원, 주점, 까페를 비롯해서 종교시설도 모임을 하지 말라는 권고입니다. 강제명령은 아니지만 발열자 확인,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고 감염자가 ..

예배와 예배당, 교회와 교회당 I

2020. 2. 29 예배와 예배당, 교회와 교회당 아침마다 말씀 대신 코로나 뉴스로 묵상을 강요당하는 시절입니다.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을 막는 일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지만, 내 삶이 온갖 바이러스에 물들지 않도록 장기전을 대비해야겠습니다.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남들의 목숨을 위태하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이틀 전에 이렇게 짧게 올린 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진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나를 위한 일인가, 남을 위한 일인가 라는 질문 앞에 답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진리를 실천하는 것은 간단하거나 쉽지 않습니다. 예배당에 모이지 않는 주일이 상상이 되지 않는 분들, 625때도 예배당..

2020년 새해 첫날

새해 첫날 문재인의 [운명]을 반쯤 읽었습니다. 어찌보며 인생은 우연한 만남이 이끌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은 운명입니다. 아무래도 변호사 이야기가 책에 많이 나오니 과거에 사법 정의가 얼마나 형편없었나 목격하게 됩니다. 오늘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많이 달라졌지만 지난 해 여러가지 검찰발 사태들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남아있는 사법 불평등과 부정이 오버랩됩니다. 2020년, 만으로 50세가 되는 해입니다. 생일까지는 아주아주 멀었기 때문에 여전히 40대라고 주장하겠으나 계절이 좀 바뀌면 어느덧 코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100세 시대라는데 반백세의 고개를 넘는 시점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많이 생각하는 개념은 '사회적' 과학자입니다. 엉뚱하다 싶지만, 사회적 기업, 사회적 민주주의..

아무도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을 때.

2019.12.18.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060700437487887 아무도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을 때. 종종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그리고 신앙 공동체에도 다들 자기 말만 할뿐 아무도 내게 귀기울여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더더욱 소리를 질러대며 내말을 들어보라 하지만, 사실은 맘속에 있는 얘기는 하나도 할 수 없는 법입니다. 부모에게 무심하게 대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이 그렇고 집에 와서 철저히 가장의 태도를 드러내지만 내면은 외로운 아버지들이 그렇고 커리어가 끊긴 채 가사노동에 파묻혀 종일 일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듯 느끼는 어머니들이 그렇습니다. 누구는..

야만의 시대

야만의 시대 (19.10.15) 1. 중학교 때, 키가 작아 앞에서 두번째 줄에 앉았던 나는 첫째 둘째 줄에 앉은 키 작고 싸움 못하는 아이들이 덩치큰 일진들에게 시달리며 매일 100원씩 뺏기는 걸 목격했다. 내가 100원씩 뺏기지 않은 이유는 단지 우리반 1등이라 담임과 친했고 일진과 붙었던 싸움 잘하는 녀석과 친하다는 걸 그들이 알았기 때문이었다. 2. 고등학생 때, 이한열, 박종철 대학생들의 죽음을 계기로 87민주화 운동이 성공을 거두고 전두환이 지맘대로 선정한 꼭두각시 선거인단이 체육관에 모여 대통령 몰아주기 하던 시대가 끝내고 대선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김대중 후보는 대선에서 떨어졌다. 고3때 국어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했던 말을 나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김대중이 다리를 저는 걸 흉내내던 그는..

북토크 - 블랙홀 강의

지난 주에 북토크 - 블랙홀 강의에 초등학생이 여러명 왔습니다. 똘망똘망하게 강연듣는 모습을 보니까, 과학에 푹 빠져있던 제 초딩시절 생각이 살짝 났습니다. 이 친구들이, 지난 주말 어느 교회에서 진행된 신앙과 과학 강연에도 등장했습니다. 교회에 전화를 걸어 몇시에 어디서 하냐고 문의를 했다합니다. 끝나고 책에 싸인해 주고 있는데, 다가오더니, 저희들 목요일 블랙홀 강의 갔었어요.라고 합니다. 부모님도 동반하지 않고 자기들 끼리 왔나 봅니다. 강연할 때 맨 앞에 초등학생 여러명이 앉아 있어서 그 교회 아이들인가 했었는데. 기특한 놈들.. 사랑스럽네요 ㅋㅋ. 과.신.대.도 과학 이야기 많이 다루었음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절망적이고 괴로운 상황에 있어도 맞닥뜨리는 아름다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