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과학칼럼 & 과학에세이 32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갑을관계와 과학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5월 28일 갑을관계와 과학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최근 몇 달 동안 우리 사회는 `갑의 횡포`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직원 성추행 사건 등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권력 남용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갑의 횡포에도 다양한 수준이 있겠지만 사회적 관용이나 소통을 통해 풀어야 할 이슈가 아닌 명백한 불법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동안 묵인되었던 갑의 횡포를 반성하고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 분야에도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계약상 두 주체를 가리키는 갑과 을이라는 말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강자와 약자로 이해된다. 연구정책과 예산을 수립하고 주관하는 정부 부처..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외계행성을 찾아서

[매일경제신문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4월 24일 외계행성을 찾아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첨단과학 시대인 21세기에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몇 년 전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철학은 쓸모없이 낡았고 신은 필요 없다는 과감한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지식 한계를 넘어 인간 기원에 대한 질문은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과연 `지구 밖 외계에도 생명체가 존재하는가`이다.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기대는 고대 신화나 경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중세 서구에는 전능한 신은 하나 이상 세계를 창조했을 것이라는 사상이 있었고, 16세기 이탈리아 가톨릭 철학자 지오다노 부르노는 우주는 무한히 크며 무수히 많은 별..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블랙홀의 식사 -- 우연은 공짜가 아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블랙홀의 식사 -- 우연은 공짜가 아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학은 발견의 과정이다. 인간의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준 전기나 플라스틱, 페니실린 등과 같은 발견에서부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거나 우주가 팽창한다는 지식처럼 인류의 세계관을 뒤바꾼 발견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다양한 발견의 역사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세계는 새로운 현상과 새로운 원리의 무한한 근원이며 과학은 발견을 통해 인류의 지성을 계속 풍요롭게 할 것이다. 2013년은 최초로 블랙홀의 위치가 발견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면서 동시에 블랙홀의 식사 장면을 발견 혹은 목격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3년 3월, 캘리포니아 공대의 마틴 슈미트는 한 퀘이사(준..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과학을 위한 창의성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2.13 일자 과학을 위한 창의성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교수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중요한 키워드로 쓰이는 단어 중에 창의성(creativity)이 있다. 창의적 사고, 창의적 리더십, 창의적 사회, 창의적 교수법, 심지어 창의적 이별 통보에 이르기까지 창의성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주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인상을 풍긴다. 창의성이란 쉽게 말해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거나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추구하는 예술가나 기획자, 신상품과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경영자,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학자나 엔지니어 등 직업을 가졌다면 창의성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창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매경 사이언스 플라자] 미래창조과학부에 바란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 1.9 미래창조과학부에 바란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교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차기 정부 국정 운영 중심에 과학기술을 놓겠다는 대통령 당선인 약속에 과학계는 고무됐다.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처를 신설해 국가 정책 수립과 경제 발전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선언은 국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추진력을 과학기술을 통해 얻겠다는 당선인 의지를 드러내며 다양한 기대감을 낳았다. 물론 `과학기술 중심`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이라는 말은 익숙한 표현이지만 사실 과학과 기술은 다른 용어다. 기초연구가 핵심이 되는 과학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는 것인지 혹은 실용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는 것인지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이 ..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주개발, 피할 수 없는 미래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2. 11. 18 우주개발, 피할 수 없는 미래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혹시 화성에 이주해 살아볼 생각이 있습니까?" 황당했던 이 질문을 들었던 것은 박사과정 시절 참석한 어느 학회 리셉션에서였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리가 젊은 학생들에게 화성 이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자립 가능한 마을을 형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 나사 측 계획이라며 인류 최초로 화성에 발을 내딛는 선구자가 되려는 관심자들을 그는 찾고 있었다. 2010년 가을에 나사는 유인 달탐사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유인 탐사선을 2030년대에 화성에 보낸다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나사가 쏘아올린 무인탐사선은 지난여름 화성에 도착한 이후 `큐리오시티`로 명명된 자동차 크..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 여성과학자를 위하여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10/17/2012 여성과학자를 위하여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예일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가 된 첫 여성은 나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다. 여성이 처음으로 정교수가 된 시기가 20세기 초가 아니라 최근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백인 남성 중심으로 발전한 유럽ㆍ북미 과학계가 여성을 차별한 역사는 부끄럽게 남아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불허하고 학회 회원 신청을 거절하며 대학 강단에 세우지 않는 일들은 물론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올해 초 발표된 `2011년 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을 보면 이공계 분야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여성 연구원 비율은 20%가량이다. 미국 상황도 비슷하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만남의 장, 국제천문올림피아드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만남의 장, 국제천문올림피아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꿈을 꾸고 사랑에 빠지며 미지의 인생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그 만남의 대상은 스승이거나 연인일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이나 한 편의 영화 혹은 모두 잠든 밤에 나 홀로 맞닥뜨린 아름다운 밤하늘과 같은 자연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과학도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많은 과학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학회는 일종의 광장이다. 여러 대학이나 연구소를 방문하는 일도 만남을 위해서다. 이번 여름방학도 학회 참석과 공동연구를 위해 여러 나라를 오가며 고되지만 알찬 일정을 보냈다. 특히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28회 총회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을 만날 수 있는 ..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과학과 과학윤리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2년 7월 칼럼 과학과 과학윤리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교수 정의감에 불타던 대학원 시절, 중간고사 감독을 하다가 부정행위를 하는 두 학생의 답안지를 찢어버린 일이 있다. 지금은 학부모가 돼 있을 그들은 그때를 어떻게 회상하고 있을까? 뼈저린 교훈을 얻은 사건으로 기억할까 혹은 다들 하는 부정행위인데 자기들만 걸렸던 재수없던 사건으로 기억할까? 돌아보면 조금 심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행위들을 보면 오히려 그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총선이 끝난 지난 5월 학술단체협의회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19대 국회의원들 학위ㆍ학술논문이 표절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두 사람 논문은 복사 수준인 표절이라고 한다.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는 인권위원장 논문..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미래는 과학을 겸손하게 한다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6월 27일자 칼럼 미래는 과학을 겸손하게 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17세기 갈릴레이의 지동설을 기억한다. 이단재판에까지 회부되었던 지동설이 당대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종교적 이유뿐만 아니라 과학적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태양이 아침에 동쪽으로 떠서 저녁에 서쪽으로 지는 것을 매일매일 목격하는 사람들에게 사실은 태양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인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케플러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운동을 면밀히 밝혀냈으며 그 결과는 지금도 케플러의 법칙으로 불린다. 밤 하늘 행성들의 움직임을 관측한 방대한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상적 경험에 위배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