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과학칼럼 & 과학에세이 32

블랙홀이 정말 그랬을까?

블랙홀이 정말 그랬을까? 은하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진화가 큰 주제가 되었습니다. 거대질량 블랙홀이 내는 에너지가 워낙 커서 별생성을 못하게 막고 은하 진화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패러다임입니다. 그런데,이론 논문은 수천개가 나왔지만 사실 관측적 증거는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드디어 이 패러다임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반란자들의 학회가 열립니다. 블랙홀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블랙홀 풍 (제가 지어봤습니다. 영어로 outflows)의 전문가들이 저명한 로렌쯔 센터에 모입니다. 이 워크샵은 초청된 사람만 갈 수 있는 소규모 전문가 중심의 학회입니다.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열립니다. 어쩌다 저도 반란자의 대열에 끼게 되었나 봅니다. 사실 공동 진화든 아니든 블랙홀의 ..

[공개강연] 인터스텔라의 우주와 블랙홀

이글은 2015년 2월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공개강연회 '과학자의 꿈과 도전' 강연집에 실은 원고입니다. 인터스텔라의 우주와 블랙홀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주가 우리를 부른다. 오색찬란한 모습을 넘어 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자기파의 다양한 얼굴을 가진 빛이 변화무쌍한 우주의 베일을 벗기고는 끊임없이 손짓한다. 시시각각 터지는 우주의 불꽃놀이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짧은 인생과 아담한 인류의 역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주의 주인공들이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지구라는 좁은 동굴을 나와 드넓은 우주의 화려함을 한 번쯤 구경해 보지 않겠느냐고. 1. 인터스텔라의 우주 인터스텔라의 우주가 무한히 펼쳐진다. 인터스텔라는 별 사이의 공간이라는 말이다. 밤하늘에 보이는 수천 개의 별들이 차..

[청소년을 위한 독서칼럼]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 - 우종학

2014년 초에 국립어린이도서관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는 http://www.nlcy.go.kr:8089/column/column/view.dio?year&month&page=1&pagelistno=1&seq=151&search_title&search_value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그리 싸움을 잘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에 말주변도 없어서 친구도 많지 않았다. 반면 모험을 좋아했고 새로운 세계를 동경했다. 옥상에 누워 뭉게구름들을 보면서 저 하늘을 뚫고 올라가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상상하기도 했고 외국어를 쓰는 먼나라를 활보하며 이국적인 삶을 사는 꿈을 꿔보기도 했다. 제한된 나의 현실에서 벗어나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나를..

매경 칼럼 기고를 마감하면서

매일경제 신문 '사이언스플라자'라는 코너에 칼럼을 기고하던 일이 끝났습니다. 2011년 여름부터 약 2년 반 동안 25편의 칼럼을 썼더군요. 2년 이상 했던 일이니 몇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코너가 코너이니만큼 칼럼의 내용은 주로 과학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과학 자체를 설명하거나, 과학정책을 논하거나, 교육문제, 사회 이슈 등 여러 주제들을 건드렸습니다. 칼럼을 쓰는 기간 동안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은 이화여대의 교양국어 교재인 '우리말과 글쓰기'에 대중과학 관련 주제로 썼던 칼럼이 실린 일입니다. 새로 개정되는 교재에 싣고자 하는데 허락해 줄 수 있냐는 출판사의 전화를 받고 유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일 이외에도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여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이중 잣대에 멍드는 사회

칼럼원고를 넘기면 편집주에서 수정을 합니다. 그런데 잘라내고 붙이는 일을 하면 글의 호흡과 운율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이번엔 1751자에 맞춰 1글자 오버했는데 200자나 잘렸습니다. 원글을 올립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11월 20일 칼럼 이중잣대와의 싸움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잣대를 칭하는 말이다. 이중잣대가 흔한 영역은 정치분야가 아닐까. 야당시절에 만든 법을 여당이 된 후에는 위헌이라며 폐기하려는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이름을 불렀다며 석고대죄하라는 어느 정당은 과거에 자신들이 대통령을 모욕했던 기억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나 보다. 선거공약에 대한 정치인들의 태도는 선거..

영화 Gravity

한국에 머무는 김에 IMAX영화관에 가서 보려했으나 기회를 놓쳤던 3D영화, 그래비티 Gravity를 드디어 보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IMAX상영관이 없어서 그냥 일반 스크린 3D로 감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알려진대로 허블우주망원경 수리를 위해서 우주공간으로 나갔던 우주인들이 부서진 러시아의 위성 파편들이 덮치는 바람에 우주왕복선을 잃고 우주미아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산드라 블록이 유일하게 생존해서 지구로 귀환하는 이야기입니다. 몇년전 다큐멘타리 영화, "허블 3D"는 실제로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과정을 기록으로 담은 3D영화였습니다. 무척 웅장한 느낌의 영화였는데 반면 이번 영화는 허블우주망원경 수리 미션을 바탕으로 한 픽션영화입니다. 허블 3D에 대한 영화평은 과학동아에서 청탁을 받아 기고한 적이..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50년 연구 빛 본 노벨물리학상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10월 16일 50년 연구 빛 본 노벨물리학상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해마다 단풍과 함께 가을이 익어가는 이맘때면 인생의 열매에 대한 상념이 늘어난다. 지난주에는 각 분야 노벨상 소식이 들려왔고 올해 물리학상은 힉스입자를 연구한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에게 수여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들 연구가 1964년 일이었으니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입자물리학 50년의 열매를 돌아보게 한 소식이다. 신의 입자로 대중에게 알려진 힉스입자는 힉스장을 통해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기능을 한다. 힉스와 앙글레르를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이 제안한 힉스장 이론은 그 당시 입자물리학 이론이 부딪혔던 한계를 극복하면서 입자가 질량을 갖는 이유를 모순 없이 설명했고 ..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9월 11 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우리는 누구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따듯하고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는 커피 잔을 놓고 오가는 잡담에 담기기도 하고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우리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떠밀기도 한다. 과학기술과 문화에 관한 테드(TED) 강의를 가끔씩 시청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시각화된 아이디어들로 구성된 짧은 영상이 던지는 내러티브는 새로운 영감의 세계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최근 한 테드 강의에는 췌장암으로 지인을 잃은 15세 소년이 등장했다. 췌장암 환자 대부분이 생존율 2% 정도인 늦은 시점에 암 진단을 받아 사망한다. 그 이유가 부정확한 암 진단법 때문임을 알게 된 소년은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주탐사와 과학은 우주개발의 꽃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8월 7일자 우주탐사와 과학은 우주개발의 꽃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월 31일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2040년까지 우주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비전 제시와 함께 자력으로 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 위성정보 활용시스템 구축, 우주산업 역량 강화 등 추진전략이 제시됐다. 이 같은 계획안은 관련 분야 과학자들에게 보다 용이하게 전달되어 대전에서 열린 공청회에 가지 못했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제시된 전략 중에서도 특히 필자 관심을 끈 것은 우주탐사 분야였다. 마침 공청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7월 29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55주년 창립기념일이었다. 우주개발 중..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정보통제와 선택효과

이번 7월3일자 매경 칼럼에는 정보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제목이야 신문사에서 새로 뽑으니까 그렇다치고. 이번에 재밌는 것은 신문이나 방송도 정보의 취사선택과정에서 정보 조작을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문장을 매경쪽에서 삭제하고 신문에 냈다는 것입니다. 칼럼내용이 정보통제에 대한 이야기 인데 더군다나 신문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데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장을 그대로 삭제해 버리다니 참 아이러니입니다. 삭제된 부분은 굵은체로 처리했습니다.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7월 1일 정보통제와 선택효과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영국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은 이런 예화를 들었다. 한 어부는 크고 작은 다양한 물고기를 잡아보았지만 5㎝보다 작은 고기는 잡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5㎝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