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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신학] 박영식

별아저씨의집 2018. 10. 13. 12:54
박영식 교수님의 [창조의 신학]을 읽었습니다. 말그대로 창조를 이해하려는 창조에 관한 신학입니다.

300페이지의 단행본이지만 책이 품고 있는 범위가 넓습니다. 성경의 창조기사부터 시작해서 창조주인 하나님과 그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을 먼저 두개의 챕터로 다룹니다.

그리고는 창조, 그러니까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학문인 과학과 대화 가능성을 다룹니다. 과학과 종교 간의 전쟁이라는 잘못된 관점에 대한 역사적 반성들을 서두로 풀어내면서 이안 바버의 4가지 모델을 설명해줍니다.

더 나아가서는 보다 최근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과학과 기독교의 논쟁]에서 다룬 젊은지구, 오랜지구, 지적설계, 독립론, 유신진화 입장을 흥미롭게 기술합니다. (네, 이 책은 제가 20년 전에 번역한 책입니다. 번역의 질은 알 수 없답니다. ^ㅋ)

4장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창조와 진화 문제를 다룹니다. 창조에 관한 신학적 작업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이지요. 젊은지구론과 창조과학회에 관한 신학자의 비평도 빠지지 않지만 특히 지적설계론에 대한 비판이 흥미롭습니다.

흔히, 젊은지구론이나 창조과학이 문자적 성서해석이나 근본주의 신학에 물들어 있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점은 신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지적설계 입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신학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창조과학의 대안으로 생각되고 신의 설계를 주장하는 바람직한 견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사실 신론의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말그대로 자연신학의 한계를 그대로 안고 가는, 심각한 신학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과학적 비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박영식 교수님은 이런 흐름들을 책에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창조의 신학을 다룰 믿을만한 신학자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과학적 무신론의 도전에 대해서도 5장과 11장을 통해서 도킨스와 월슨, 그리고 호킹을 다루면서 적합한 비판을 가합니다. 저도 과학자의 입장에서 이들을 비판했지만 신학자의 입장에서 비판하는 내용을 읽어보시는 것이 흥미로울 겁니다.

자율적으로 보이는 자연의 과정과 진화를 하나님의 창조 안에 과정으로 보면서, 지나친 결정론과 예정론을 넘어서고, 인간과 자연에 자유를 주시는 하나님, 사랑의 전능성을 가진 창조주를 다룹니다.

자연세계의 우발성과 하나님의 섭리라는 모순되어 보이는 두 관점, 인간의 자유와 하나님의 섭리라는 모순되어 보이는 두 관점, 창조와 악이라는 신정론의 문제들을 교부들의 이해해서 부터 종교개자들을 거쳐 샤르댕, 폴킹혼, 호트 등 현대신학의 이해까지 간단하나 포괄적으로 잘 다루고 있어서 일반 독자들이 이 흐름들을 이해하는데 좋은 지침이 되겠습니다.

특히 뒷부분의 신정론에 관한 부분은 단순한 신학적 이해를 넘어서 삶으로서의 신학이라는 관점으로 보다 실천적이고 목회적으로 다룬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삶을 위한 하나님의 창조라는 소제목의 본문에서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오늘날 창조와 관련해서 자연신학적 시도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신학적 사변을 양산하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갖가지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하지만, 더 미궁속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삶을 위한 신학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305쪽)

그렇습니다. 창조의 신학은 또한 우리 삶의 신학이 되어야 합니다. 신학자나 과학자나 창조를 이해하려는 근원적 동기가 있지만 그 동기는 또한 실천적이고 목회적이어야 합니다.

11월 즈음에 박영식 교수님과 함께 하는 과신대 북토크인 과신톡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때 박교수님과 창조에 관한 신학, 그리고 과학 이야기를 함께 흥미진진하게 나누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페친 여러분께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제가 관심갖고 있는 분야와도 비슷하고 제가 쓴 [과도기]의 내용과 주제들이 겹치기도 하지만 역시 신학자가 풀어내는 관점은 든든한 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신학적 관점으로 풀어내기에 그 맛이 새롭습니다.

과신대 북클럽들에서도 함께 스터디하면 좋겠네요. 서울 관악 북클럽에서는 꼭 다뤄야 겠습니다. 박영식 교수님,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