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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늦은 밤

한산한 까페에 음악이 크게 흘러나온다. 늦은 퇴근 길을 서두는 행인들이 스쳐가는 창밖을 보며 밤과 음악 앞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막, 끝낸 연구제안서를 이메일로 회람하고선 편한 맘으로 내일 있을 행사 관련 일처리를 하고 통화를 하다. 뭔가 진행되고 굴러가는 걸 보면 흐뭇하다. 아무래도 나는 일 중심의 사람인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추억을 부르고 사랑을 부른다.
한편, 다가오는 긴 겨울이 주는 쓸쓸함에 외로움에 마음이 막막해지면서도
또 한편,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삼십대의 어느 밤, 인생 길에서는 무한한 고독과 외로움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절절히도 깨달았을 때, 그 긴 겨울의 고독의 밤에 나는 비로소 인생을 제대로 목격했는지도 모른다.

누가 남을 것인가.
애지중지하던 자식들은 제 길로 갈 것이며, 공들여 키운 제자들은 스승을 떠나 멀리 날아갈 것이며, 술 잔을 기울이며 삶을 얘기하던 친구들은 추억으로만 남을 것이며, 기도와 나눔의 공동체도 페부 깊은 나의 숨막힘을 알듯 말듯 세월과 함께 흩뿌려질 뿐.

그 긴 길의 적막과 고독에서 유쾌함과 감사와 행복을 맛보게 하는 그녀가 나보다 먼저 떠난다면 나는 생존할 수 있을까.

남는 건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사람이 아닐 듯. 사람은 그저 망각의 존재일 뿐.

영원을 추구하는 우리 맘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 잃어버린 천국에 대한 갈망일까. 이 수많은 글들은 나의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자하는 몸부림일까.

위대한 유산. 그것은 아마도 변화에 대한 소망과 그 소망을 위한 처절한 실천에서 나올 뿐. 비록 한 때의 반짝거림으로 끝날지 모르더라도, 더 큰 에 속해있다는 희미하지만 반듯한 정체성을 가지고, 이 작은 전쟁터의 한 언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싸움을 마땅히 치를 뿐. 그 길의 최후에선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한 전선을 상상하며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를 띠고 그 험한 적막과 고독을 넘는 죽음을 맞는다. 그것이 한 인생이 꿈꿀 길이 아니던가.


2010.10.30

Posted by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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