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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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아저씨의집 2017. 11. 10. 00:29
욕심을 내고 조바심을 낼 때는 오히려 주시지 않는 경우가 많고, 마음을 비우고 겸허한 마음으로 맡기면 놀랍게도 허락해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아마도 종종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우상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울 줄 안다면 가져도 되는 것이라는 뜻이겠습니다.

어느 재단에 연구보고를 하러 갑니다. 처음부터 5년을 관측하고 측정해야 결과가 나오는 연구과제를 제안했는데 3년의 연구비만을 주어서 갸우뚱하게 한 과제입니다.

물론 많은 연구비를 통해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연구를 가능하게 한 것에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5년해야 되는 연구를 3년만 지원하겠다니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은 여전히 듭니다.

그래도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나름대로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잘 보고해야겠습니다. 연구비에 목을 메며 과학자의 가오를 잃지 않으면서도 잘난체하거나 교만하지 않으며 감사해 하는 자세로 있는 그대로 해온 것들을 그리고 필요한 것들을 얘기할 수 있으면 합니다.

과학자들 중에도 꼰대도 많고 잘난 척하는 사람도 많고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 보면 들이받고 싶은 충동을 종종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 합리적이고 과학을 정말 사랑하는 과학자들이 많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자세를 갖느냐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고생 참 많이 했습니다. 연구인력 공급이 쉽지 않아 초반에 어려웠고 여러 관측시설들을 운영하다 보니 신경쓸 것도 너무 많고 데이타도 넘쳐나고 내가 이런 힘든 연구 왜 하나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왜 이런 도전적인 연구에 뛰어들었을까요? 물론 이 연구과제가 선정되고 지원을 받아서 실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왜? 블랙홀이 뭐라고?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뭐 그럼 다른 거 뭐 있어? 그래도 저를 흥분시키고 열정을 갖게하는 것이 바로 이놈들이겠습니다. 속썩이는 자식들처럼 이들을 붙들고 고민하고 도전하고 연구하는 것이 연구자의 삶이겠지요.

큰 부담없이 준비를 마쳤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신앙이 좋은 건지, 아니면 벌써 포기한 건지(^^) 초초함없이 그냥 시크하게 내일을 맞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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