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거짓의 영이 휩쓰는 나라

별아저씨의집 2017. 1. 1. 15:08

거짓의 영이 휩쓰는 나라

2016.12.25


성탄절입니다. 가난한 목자들에게 들렸던 기쁜 소식을 깊이 묵상하기에는 요즘 나라가 참 시끄럽습니다. 


얼마 전에는 분노의 영이 나라를 사로잡고 있다는 어느 목사님의 말에 참 답답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분노의 영은 촛불을 든 국민을 미혹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해먹은 걸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최순실 부역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겉으로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쫄아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그들의 마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 하는 분노가 가득할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분노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습니까? 예의바르고 인사잘하면 착한놈들 같지만 원래 사기꾼들이 더 예의바르고 인사잘하고 화 안내는 법입니다. 분노의 영 운운하는 얘기를 들으니 성전에서 물건들을 뒤집어 엎으시던 예수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마도 예수를 보고도 분노하지 말라고 했을테죠. 


분노의 영이 아니라 거짓의 영이 온 나라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몇달 째 매일 들려오는 뉴스는 누가 누구와 짜고 뭘 어떻게 해 먹었다라는 내용들입니다. 국정농단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범죄와 그것이 가능하게 했던 정치사회 구조는 이 나라가 얼마나 거짓의 영에 휩싸여 있는지 보여줍니다.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가 나라 팔아먹은 적 있냐고 1원이라도 취한 적이 있냐는데 글쎄요 의문입니다. 최순실에게 나라 안 팔아먹었나요? 10조나 해먹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겠다는 발악처럼 보여 안쓰럽습니다. 


친일과 독재의 뿌리에서 돈과 권력을 누려온 일당들은 그렇다고 쳐도 기독교인들도 같은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분노의 영이 나라를 사로잡고 있는 게 아니라 거짓의 영이 교회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슬람포비아 병에 걸린 듯 사실을 왜곡하여 퍼나르던 우리 장로권사님들이 박사모의 논리로 촛불든 국민이 종북이라는 식의 카톡메세지를 퍼나라는 걸 보면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팩트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진영논리에 치우쳐서 복음을 위해서라면 사기쳐도 좋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이 팽배합니다.


그 저변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남을 누르고 일등하려고 전지전능한 신을 빽으로 삼아 이용하던 한국교회의 무당적 성격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눈물 흘려 기도하기 보다 자신이 받을 축복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는 종교는 사실 기독교가 아닌 바알의 종교입니다. 예수는 부자 청년에게 가진 것을 다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했는데 교회는 십일조만 잘 내면 더 부자된다는 이야기로 예수와 바알을 혼합시켜 버렸습니다. 


그런 혼합주의 기복신앙의 종교생활에 열심인 기독교인들은 거짓의 영에 쉽게 사로잡힙니다. 소설을 실화처럼 꾸민 설교 예화나 팩트체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엉터리 내용을 가지고 설교해도 아멘하면 그만입니다. 과학에 대한 무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목사도 성도도 진리에는 별 관심이 없고 축복에만 집중하는 듯 합니다.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자신을 내어주신 예수를 믿는 종교가 맞는지 참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나라가 온통 거짓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나마 경건하고 도덕적이어야 할 교회는 더 심각하게 거짓의 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독재를 밀어주고 혹은 묵인하며 성장한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할 때입니다. 수십년을 국가를 야금야금 갉아먹어 온 세력들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는 지금, 촛불든 국민을 향해서 나라가 망할지도 모르니 분노를 거두라는 얇팍한 메세지를 내놓는다는 사실을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 


지금은 거짓에 영에 대해 분노해야 할 때입니다. 권력구조 깊숙히 들어온, 심지어 교회 안에 더 깊히 들어온 거짓의 영을 예수의 이름으로 쫓아내야 할 때입니다. 군대라는 귀신 앞에서 예수가 단호하게 그 이름을 묻고 쫓아낸 것처럼 국민은 나라를 휘어잡은 거짓을 밝혀내야 하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를 휘어잡은 거짓의 영을 축사해야 합니다. 예수살렘성전에서 내 아버지의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며 물건들을 뒤집고 상인들을 쫓아내신 예수처럼 교회를 정화시켜야 할 때입니다. 그 대상은 우리 자신 뿐만 아니라 목사나 장로도 비켜갈 수 없습니다. 목사는 예수가 아닙니다. 


성탄을 맞아 약속된 기쁜 소식을 기억합니다.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여호와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포하여 모든 슬픈 자를 위로하되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기쁨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시고 그들이 의의 나무 곧 여호와께서 심으신 그 영광을 나타낼 자라 일컬음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이 약속은 그저 듣기 좋은 말이 아닙니다. 매우 정치사회경제적인 약속입니다. 


거짓의 영에 맞서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때입니다. 내년이면 종교개혁 500주년입니다. 한국교회는 거짓의 영으로부터 개혁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