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배우려는 학생과 꼰대질하는 기독교인의 차이

별아저씨의집 2016. 6. 27. 03:48

배우려는 학생과 꼰대질하는 기독교인의 차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한국학생들은 참 질문하기를 어려워 한다는 걸 쉽게 봅니다. 전공과목이든 교양과목이든 학생들은 혹시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건 아닐까? 교수님에게 찍히는 건 아닐까? 이건 내가 공부했어야 하는건데 교수님께 묻는게 실례는 아닐까? 너무 기초적인 걸 묻는 건 나 스스로 바보라는 걸 드러내는 건 아닐까? 질문을 했는데 교수님이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답하시면 어떻게 하나? 등등 수많은 생각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생들을 포함해서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질문을 하는 건 학생들의 권리라고.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아무도 질문을 받아주지 않고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지만 학생이란 신분은 질문할 기회가 보장된 거라고. 박사과정생도 마차가지입니다. 일단 박사학위를 받으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거지요. 


그래도 학생들은 질문을 하는 경우, 매우매우 조심스럽게 그리고 공손하게 질문합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질문하라고 해도 학생들은 그렇습니다. 배움의 자세라고 좋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똑같은 과학내용을 다루어도 일부 기독교인들이 질문하는 경우는 격이 다릅니다. 일단 배우려는 자세가 잘 안보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과학이 순 엉터리인데 당신이 그런 주장을 하니 한번 나에게 제대로 설명해 봐. 내가 판단해 볼테니' 거의 이런 수준입니다. 질문하는 게 아닌거죠.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비해 과학 지식이 현저히 떨어지는 분들인데도 불구하고 어디서 흘려들은 비과학적인 지식으로 철저히 무장한 뒤에 과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수용하는 내용에 딴지를 걸면서 전세계에서 이 분야를 연구하는 프로 과학자들과 맞짱을 뜨려 합니다. 


학생들은 질문을 하다가도 아, 그건 제가 더 공부해 볼께요 하는데 일부 기독교인들은 책 한권도 안 읽고서 아, 그건 니가 잘 설명해 줘야지 하는 격입니다. 


저는 대학교수고 국립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제 학생들 뿐 아니라 대중에게 과학을 설명하고 가르치는 일이 일정량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뭐 교수 뿐 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이 과학을 알리고 가르쳐야 하는 일을 어느정도 해야 하지요.


그래도 일부 기독교인들은 참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SNS같은 온라인이라 익명성이 보장되거나 혹은 직접 얼굴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까요? 참, 학생들과 비교됩니다. 물론 배우려는 자세로 질문하시는 기독교인들도 있습니다. 


과학지식이 민주주의로 결정되는 것도 아닌데 일대일 동등한 위치에서 과학을 판단해 보자는 걸까요? 제가 그래도 이 분야에서 연구경력이 20년이 넘었고 대중과학 강연 해달라고 부르는 곳도 많습니다. (자뻑입니다. ^ㅋ) 학생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최소한 제 분야의 전문성은 존중받습니다. 그런데 일부 기독교인들은 왜 그렇게 꼰대들처럼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복음을 지키기 위해서일까요? 흠.. 뭔 복음?


곰곰히 생각해보면, 기독교인들은 질문하는 법을 배운 적이 별로 없습니다. 매주 설교를 듣지만 설교의 내용에 대해 대부분 거의 한번도 목사님께 질문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듣고 수용하는 것이죠. 지금 기성세대는 학교에서도 별로 질문하는 법을 못 배웠습니다. 한국의 기독교 문화 자체가 뭔가 질문하고 배우고 자기 생각을 바꾸어 가고 성장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죠. 


그러니 과신대와 같은 노력이 쉽지 않을 겁니다. 대화로 풀기 어렵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꼰대들은 무시하고 과학은 설명하고 대화는 계속 시도해야 겠지요.


전공자에게 과학에 대해 물으려면 꼰대처럼 굴지 말고 학생처럼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자들이 너 이런거 모르지하면서 우쭐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지식을 무기로 삼아 과학자들에게 덤비면 과학자들은 그대로 발라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