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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창조론자들 2: 젊은지구론 - 전통적인 간격이론과 날-시대이론에 반기를 들다

별아저씨의집 2016. 6. 10. 21:49
#창조론자들 책읽기 2

젊은지구론 - 전통적인 간격이론과 날-시대이론에 반기를 들다


19세기를 거쳐 1950년대까지 창세기 1장에 대한 주류 해석은 두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간격이론, 둘째는 날-시대 이론입니다.


17세기 초에 제임스 어셔 주교가 족보계산으로 창조연대를 BC 4004 년으로 해석했던 관점은 지질학의 발전으로 잊혀집니다. 화석이 발견되고 두꺼운 지층들과 암석을 이해하게 되면서 지구가 수천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젊은 지구론은 근대과학 이전의 견해로 취급되고, 교육을 받은 많은 기독교인들은 지구의 나이가 오래되었다고 믿게 됩니다. 이들이 창세기를 이해한 방식이 두가지 였지요.

간격이론(gap theory)은 파괴-회복이론이라고도 부르는데 창세기 1장 1절과 2절 사이에 긴 간격이 있었다는 관점입니다. 1절의 태초는 매우 오래 전이고 그 때 창조된 천지가 파괴되어 2절처럼 혼돈에 싸이게 됩니다. 그 긴 간격 동안 여러번 격변이 있을 수도 있었고 그때 화석도 형성되었고 다양한 지질현상도 생겨났다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나서 3절부터 등장하는 6일간의 창조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죠.

날-시대(day-age) 이론은 간격이론처럼 파괴와 회복을 가정하지 않고 3절부터 나오는 창조기사의 하루를 긴 지질연대로 보는 관점입니다. 성경에는 6일로 표현되어 있지만 각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지질학에서 말하는 6개의 지질시대로 본 것입니다.

오래된 지구 연대를 인정하는 간격이론과 날-시대 이론은 창조과학회가 등장하는 1950년대 전까지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주류 견해였습니다. 심지어 초기 근본주의자들도 젊은지구론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글 참조).

전통적인 성경해석에 반기를 든 것은 안식교인 조지 맥크리디 프라이스였습니다. 그의 주 논점은 소위 홍수지질학입니다. 노아 홍수가 전지구적있고 그 격변에 의해 지질현상들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죠. 지질학자들은 화석의 기록과 지층의 순서를 지구의 긴 연대로 설명했지만 프라이스는 노아 홍수 때 동식물이 죽으며 화석이 한꺼번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합니다. 날-시대 이론이나 간격이론을 무너뜨리는 한편, 지질학자들이 잘못 해석하고 있는 지질현상들은 노아홍수로 설명된다면 지구 연대 6천년의 견해를 퍼트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대학교육도 1년 정도 밖에 받지 못한 프라이스의 아마츄어 지질학은 과학자들의 비웃음을 받습니다. 최근의 발견이라며 프라이스가 선전하는 내용에 속을 사람은 까막눈들 밖에 없다는 어느 과학자의 비평이 대표적입니다 (238페이지).

재밌는 점은 프라이스를 좋게 평가했던 근본주의 지도자들은 홍수지질학이 간격이론이나 날-시대 이론을 반대한다는 걸 잘 몰랐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견해인 간격이론이나 날-시대이론을 믿던 근본주의 리더들은 홍수지질학이 진화론을 반대한다는 면에서 지지했지만 사실은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그리고 자신들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젊은지구론에 힘을 실어주게 된 셈입니다. 이것은 완전 코미디입니다. "홍수지질학은 오해로 덮여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라이스는 점점 더 유명해졌던 것이다" (250페이지)

그러나 프라이스가 대중적으로는 유명해졌을지 모르지만 그의 홍수지질학은 과학적 뒷받침이 형편없었고 창세기에 대한 해석도 전통을 거스르는 젊은지구론이었기에 별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가 1938년에 만든 홍수지질학회는 문자그대로 6일 창조를 믿는 사람만 회원으로 받았던 젊은지구론 학회였죠. 그러나 안식교인이 다수를 차지했던 이 모임은 10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홍수지질학회의 기념비적 사건은 1945년 인간과 공룡의 발자국이 함께 발견되었다는 주장을 퍼트린 것입니다. 인간과 공룡의 발자국이 함께 찍힌 화석을 찾으면 100달러씩 주겠다는 제안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가짜로 만들어 낸 화석을 가져온 것이죠. 아직 입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과 공룡의 발자국이 함께 담긴 화석이라며 서둘러 발표했던 이유는 재정때문이었죠. 진화론을 한 방에 무너뜨릴 증거를 내놓으면 재정후원이 확보되었을 테니까요. 이 화석이 가짜로 밝혀진 후에도 여전히 이 주장은 남습니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젊은지구교인들이 가끔 이런 주장하는 걸 들어보신 일이 있을 겁니다.

홍수지질학은 그 뒤 수정되어 프라이스의 주장이 약화됩니다. 그들 내부에서는 오랜지구론과 젊은지구론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지구가 오래되었다고 해도 지질현상만 오래되었지 생명체는 에덴동산 이후 생겼다는 독트린만 인정하면 가능했습니다. (337페이지) 물론 홍수지질학은 1950년이 되면 복음주의자들에 의해 초토화됩니다.

이렇게 미약했던 홍수지질학을 프라이스보다 더 근본주의적으로 만든 운동이 모리스와 휘트컴의 창조과학입니다. 1961년에 등장한 창세기의 홍수라는 책은 프라이스의 홍수지질학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 것이지만 젊은지구론 창조과학의 출발점이 됩니다. 문제는 프라이스 시대와는 다르게 1960년대에는 젊은지구론이 엄청난 파장을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자, 모리스와 창조과학 이야기는 다음 편에~

글을 맺기 전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한국의 창조과학자들은 도대체 어느 이론을 지지하는가 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재만씨는 전형적인 프라이스-모리스로 이어지는 젊은지구론자입니다. 그는 날-시대 이론이나 간격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 지구론도 진화론이라고 비판하는 입장이니 그는 가장 근본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창조과학 기관에서 받은 교육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이재만씨에 대한 한국창조과학회의 입장도 궁금합니다.

반면 한국의 창조과학자들은 도대체 어느 노선일까요? 영남대의 권직혁 교수가 지지하는 이론이 젊은지구론인지 날-시대이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 간격이론일까요? 그는 성년창조론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성년창조론은 최근에 지구가 창조되었지만 오래된 모습의 지구로 창조했다는 관점입니다. 성년창조론을 주장한다면 당연히 지구가 오래되어 보일테니까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이나 지질연대를 부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우주의 연대도 부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어떤 입장일까요?

저는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제게 던지는 반론들을 보면 이들은 도대체 어느 관점을 갖고 있는건가 하는 질문이 자주 떠오릅니다. 진화를 인정한다며 비판하는데 도대체 자신들을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정리가 잘 안되어 있어 보입니다. 언제 한번 이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