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그랜드캐년 창조과학 탐사, 유감 또 유감

별아저씨의집 2016. 2. 25. 23:29
[과도기_이야기] 41번째 - 그랜드캐년 창조과학 탐사, 유감 또 유감


어느 분께 메세지가 왔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스 코스타 집회에 딸내미가 다녀왔는데 거기서 창조과학 강의를 듣고 왔단다. 그 강의는 인기 짱이었고 청소년들이 신나게 들었단다.

그 강의를 한 창조과학자는 이름만 대도 알만한 창조과학자였다. 물론 과학자는 아니다. 서울대 기독교수협의회에서 창조과학 강의들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와서 그의 동영상 강의를 몇개 검토하다가 기겁을 했다.

생물진화론과 관련도 없는 지질학이나 천문학도 생물진화에 필요한 긴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진화론자들이 만들어 낸 진화론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강의는 젊은 지구론에 위배되는 모든 과학을 진화론이라는 죄명으로 묶어 반성경적이고 반기독교적이라고 정죄한다.

그뿐인가. 아직 풀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는 생물학 분야와는 달리, 이미 과학계의 결론이 내려졌고 심지어 공학에서도 응용되는 지질학의 내용까지 가설에 불과하다거나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오도한다. 과학이라는 것이 한 현상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보고 다양한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내리는 결론이라는 것을 모르거나 무시한 채, 한 단면 만을 가지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결론내리는 그의 강의는 명백히 과학을 깊이 이해못하는 트집잡기 수준이었다.

그래서 검토를 포기했다.
잘못된 부분이 몇 가지면 그 부분들을 지적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도 있겠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식의 태도, 젊은지구론을 변호하려고 과학의 내용을 오도하고 편집하는 방식, 그리고 성경을 과학교과서처럼 읽는 방식으로, 기독교인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창조과학 강의는 수술 불가능이었다. 이런 강의에 대한 대안은 수술이 아니라 폐기라고나 할까.

메세지를 주신 분은 자녀가 창조과학에 잘못 영향을 받아서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깊다. 하기야 창조과학을 교회서 배우다, 나중에 학교에서 과학을 깊이 배우고는 교회를 떠났다는 모태신앙, 목사의 자녀, 선교사의 자녀 등등 에게서 심심찮게 메세지를 받는 나로서는 그의 마음이 깊이 공감되었다.

작년에는 대학동창 중 하나가 연락을 해왔다.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탐사를 다녀온 그의 아이는 미래 희망이 창조과학자로 바뀌었고 고교 진학을 지도하는 입시학원에서는 난리가 났단다. 이래가지고는 특수고를 진학 못한다고.

그랜드 캐년을 보고는 하나님의 창조의 위대하심을 느낀 그 아이는 그랜드 캐년이 수 천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창조과학의 주장을 스폰지처럼 흡수하였고 잘못된 주류 지질학을 변혁하는 참 그리스도인 창조과학자가 되리라고 결심했으리라.

청소년들을 위한 어느 강연자리에 와서 내 강의를 듣고 '무크따'를 읽게 된 그 아이는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힘들었겠지만 나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진학 후 혹은 더 나중에 창조과학의 정체를 알게되면 그가 느낄 배신감은 훨씬 더 크게 될 지도 모른다. 그의 신앙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정도로. 물론 아무 일없이 창조과학을 평생 믿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놓고 신앙을 베팅할텐가?

그랜드 캐년을 보면 신앙심을 가진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의 놀라운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진다. 시편기자가 고백했듯이 그랜드 캐년의 웅장함은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준비된 마음에 젊은지구론 창조과학을 떡 얹어주는 창조과학 탐사는 심각하게 우려된다.

사실, 내가 교인들을 단체로 모시고 그랜드 캐년에 가서 그 웅장함을 보여준 뒤에 하나님께서는 그의 위대한 지혜와 지식으로 지층을 만드셨고 자연법칙을 섭리하여 긴 시간동안 강의 침식과 풍화작용을 사용하여 놀랍게 아름다운 그랜드 캐년을 만들었다고 하면 다들 은혜 받을 것이다. 지질학이 가르치는 수십억년 지구의 역사가 하나님의 작품이라는 설명 앞에 아이들은 하나님의 창조의 지혜를 밝혀내는 지질학자, 자연과학자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꿀 수도 있겠다. (사실 아이들에게 천문학 강의를 하며 우주의 모습을 통해 창조주의 놀라운 창조역사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천문학에 흠뻑 젖는다. 영상도 그러한데 직접 그랜드 캐년을 본다면 말할 것도 없다. )

작년 어느 때 쯤인가. 잔뜩 페친을 거느린 어느 유명한 대형교회 목사님이 페북 담벼락에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 탐사를 다녀와 창조과학에 은혜받은 이야기를 주욱 썼다. 지구나이를 만년이라 주장하는 창조과학에 홀딱 넘어간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과학에 문외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봐 줄만 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고 창조과학을 덮어놓고 수용하거나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 탐사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교인들이 생긴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페친의 담벼락에 떠서 보게 된 그 포스팅에는 엄청난 댓글들이 달렸다. 과학을 제대로 아는 지식인들이 젊은지구론의 허구성을 지적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창조과학의 신학적 문제를 지적했다. 나는 그 목사님이 댓글을 통해 꼭 배움을 얻었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문제가 쉽지는 않다. 대형교회 목사들도 혹하는 창조과학 탐사 (아니면 대형교회 목사라서 혹하는 창조과학 탐사?). 일인당 수백불이 드는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탐사는 매우 장사를 잘하나 보다. 미주 한인교회들은 이 관광사업에 동참하느라 매우 열심이다. 물론 마케팅 전략도 훌륭한가 보다. 먼저 목사들을 모아 창조과학탐사를 시켜서 감동을 주면, 그 목사들이 돌아가서 교인들에게 자발적으로 선전을 해주니 창조과학 탐사가 교회들마다 빼놓지 않는 연중 행사가 된 것도 이해가 된다. 요즘에는 한국교회에까지 손을 뻗어 많은 한국교회들도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 탐사를 간다.

그랜드 캐년을 직접 보면, 지구의 장엄하고 장구한 역사, 지구 내부 맨틀의 고온에서 변성암이 형성되고 융기가 되어 지층이 되고 해양에서 퇴적암이 쌓이고 수천만년, 수억년의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그 웅장한 캐년이 형성된 모습에 우리 모두는 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장관을 보고 우리는 자연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과 자연법칙으로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읽어야 하는데, 어찌 그 모든 과학은 진화론이라는 누명으로 꽁꽁 싸매어 보지 못하게 하고, 홍수로 뚝딱 만들어졌다는 비과학적이고 해괴한 설명만을 풀어내는가. 왜 하나님의 창조능력을 제한하는가.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창조과학자들은 주류과학자들을 타협한 그리스도인이라고 깎아내린다. 나처럼 우주의 나이가 백억년이 넘고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라는 과학계의 상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고 이단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창조과학 탐사에 다녀온 분이 나를 심지어 사탄의 자식이라고 여긴다는 말까지 들었다. 내 강의를 들어보거나 책이라도 읽는다면 모르겠다만 무조건 창조과학자들의 말을 따라 이단이란다.

그랜드 캐년, 갈 수 있다면 꼭 가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거기서 일하는 레인져들을 따라 트레일도 걷고 땅 위에서 종종 발견되는 화석도 보고 그리고 층층이 쌓인 지층의 연대들을 가늠해 보고 지질학이 밝혀낸 과학을 레인져들의 설명이나 영화관, 그리고 책자를 통해 보고 누리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장엄한 자연의 역사 안에 담긴 하나님의 영광과 솜씨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창조과학 탐사는 피하시라. 거기 다녀온 아이들은 지질학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천문학이 사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면서 그들이 갖게될 갈등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마시라. 혹 과학을 전공하게 되어 창조과학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되면 창조과학 뿐만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라.

목사님들, 교인들을 창조과학 탐사에 보내고 싶으시다면 창조과학이 가르치는 젊은지구론이 무엇인지 부터 검토해 보시라. 창조과학 때문에 교회에 적응못하는 수많은 창조과학 난민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시라. 목사님들께서 진지한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전문과학자의 시각으로, 목양적 마음으로 임하겠다. 연락주시라. 다만 저를 이단심판하려거나 괴롭힐 목적으로 말을 건네는 것은 사양한다.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 탐사, 정말 돈이 잘 벌리나? 그래서 젊은지구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자들은 자신들에 주장에 비판적인 주류 과학자들을 마녀사냥하듯 몰아붙이는 것일까?

창조과학 탐사, 정말 유감이다.
한국교회의 앞날을 위해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 탐사, 이제 그만 보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