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저에 대한 비판

별아저씨의집 2015. 9. 17. 20:10

창조과학에 대한 저의 비판과 관련해서 제 견해를 지지하는 분도 많지만, 창조과학회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는 분들 (회원, 직접 활동하시는 분들, 혹은 그분들과 가까운 분들)의 경우에는 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와 오해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가령, 어느 담벼락에 오른 댓글도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댓글 따와서 살짝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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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종학 교수는 창조과학을 하는 사람들을 심각하게 비난하며 비인격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2.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과 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성과들이 있음에도 눈을 감고 보지 않는다.

3. 창조과학을 따르는 사람들은 우매한 이단아로 취급한다.

4. 성경의 무오성을 믿지 않는다. (가령, 아담의 역사성을 부정한다)

5. 창조론을 믿는 과학자들도 숫자가 많고 연구 성과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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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슷한 내용을 종종 접하는지라 반론도 필요하고 반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한번 순서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1번 

어떤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까요? 저의 책? 강의? 페북 포스팅? 과학적이지 않은 내용을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은 인격을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어떤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비판하면 그 주장을 하는 "사람"을 비난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개를 섞는 것이죠. 과학자가 과학관련 내용에 대해 과학적으로 옳고그름을 말하는 것은 직업상 일상적인 일입니다. 저도 친한 동료 과학자들과 어떤 주제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가끔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내용"에 대한 논쟁입니다. 논쟁 끝나고 같이 밥먹고 유쾌하게 얘기하곤 합니다. 과학적 토론과 논쟁은 원래 비인격적인 (반인격적인 것이 아니라) 것이죠. 수학계산이 틀린 식을 근거로 자꾸 주장하면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해야지, 사랑으로 품고 인정하고 갈 수는 없습니다. 과학의 게임의 규칙은 인격성이 아닙니다. 

물론, 두 가지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젊은지구론이 틀렸다고 하면 거기에 신앙의 근거를 둔 분들은 자신의 신앙을 공격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과학적인 비판을 받아도 비난과 비인격적인 공격을 받았다고 인지하는 것이죠. 안타깝지만, 내용을 비판하는 비판자의 의도와 다르게 비판받는 자는 비난과 비인격적인 공격으로 느낄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내용에 대한 비판과 인격에 대한 비판은 분명히 구별해야 합니다. 

둘째, 제가 젊은지구론을 비판하는 글들을 쓰면서 분명히 과도한 표현을 사용했을 수 있습니다. 강의나 신문칼럼 같은 글에서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지만, 특히 페북 담벼락  글은 오랜시간 다듬지 않고 직설적으로 그냥 손가락가는대로 바로바로 쓰는 글들이기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 표현들을 비인격적인 비난으로 느꼈다면 제가 더 순화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무크따"에서 제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창조과학자들을 저는 인격적으로 비난하지 않습니다. 다만 젊은지구론의 잘못된 과학과 신학을 지적할 뿐입니다. 

덧붙이자면, 작년 말에 "무크따"의 개정증보판이 나온 후, 젊은지구론자인 이재만 같은 분들이 창조과학회 소식지와 발표된 글을 통해서 저를 성경의 권위도 무시하고 하나님의 전능한 창조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거의 이단처럼 적시하는 비판이 들어온 이후, 저는 제 신앙을 변호해야 한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창조과학회 회장이 목회자들에게 돌린 편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만 있으면 저는 정말 이단이 되는 것이죠. 물론 복음의 진보를 위해 그렇게 오해를 받는다면 영광이겠습니다. 페북은 사적, 공적 공간이 어우려져 있는 곳이니, 여기서 댓글 등의 표현이 거칠 수 있다는 점 인정합니다. 그러나 제 주장은 창조과학의 "내용"에 대한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2번

이 내용은 정말 동의하기 어렵네요. 창조과학의 과학적 성과가 있다는데 어떤 성과를 말하는 것일까요? 과학계에서 인정되는 성과는 거의 본 일이 없습니다. 그들이 하는 시도조차도 대부분 지질학이나 생물학의 이론이 "틀렸다고" 추론하게 하는 반증을 찾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제발 젊은지구론을 지지하는 과학적 성과를 알려주십시요. 한국창조과학회분들도 그런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더군다나 그 성과를 "알고도" 눈을 감았다는 것은 상당한 판단이 들어간 얘기이군요. 과학적 성과를 제가 알고 있다는 것을 어떤 근거로 판단한 건지 의문이 되며, 제가 아는 저의 지식을 제 스스로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는 것도 어떤 근거로 얘기하시는 건지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이런 이야기야말로 제가 창조과학자들에게서 주로 받는 비인격적인 공격입니다.


과학자 중에 창조과학의 견해를 갖는 분들 많다구요? 자, 지구연대에 전문성을 가진 지질학 박사, 우주론 관련 연구하는 천문학 박사, 진화생물학 관련 연구하는 생물학 박사 중에 젊은지구론,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과학자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3번

창조과학자들을 우매한 이단아 취급한다는 것도 어떤 글을 근거로 얘기하는지 궁금합니다. 페북의 글들이겠지요. 젊은지구론을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보면 분명히 우매한 이야기이고 이는 제가 여러 글을 통해 지적한바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젊은지구론을 성경보다 더 신뢰하는 태도는 이단적인 태도이지요. 그러나 창조과학의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이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창조과학을 따르는 분들을 이단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젊은지구론만이 올바른 창조론이라고 하며 과학적 성과를 무시하고 성경해석의 다양한 견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창조=젊은지구론이라고 주장하고 그렇게 가르친다면 그것은 분명히 이단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입장을 저는 젊은지구교라고 부릅니다.  

저는 강의할 때마다 크리스천이 취할 수 있는 견해가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견해를 잘 밝히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고) 다양한 견해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라고 권합니다. 제가 유신진화론만이 유일한 기독교적인 견해니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가르치고 주장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글쎄요. 그것은 창조과학자들이 저를 진화론자로 낙인찍기 위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지 사실이 아닙니다. 


무크따도 그렇고 제 강의도 그렇습니다. 제발 직접 읽어보고 판단합시다. 물론 제 책을 읽고도 한 대목만 따다가 저 견해를 오도하는 경우를 많이 보긴 합니다. 국어실력이 국력인데 거기까지는 참 제가 어쩔 수 없습니다. 

4번

이 내용이 주로 제가 이단이라고 공격받는 내용입니다. (즉, 제가 이단이라고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이단이라고 공격을 받는 것이죠). 성경관에 대한 이야기는 신학자들이 더 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성경해석과 성경에 대한 이해를 성경 자체와 동일시 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성경해석과 맞지 않는 견해는 반성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과거에는 지동설을 신학적 오류라고 주장했습니다. 루터도 갈릴레오를 그렇게 비판했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적합한 수준의 성경신학이 필요한이유이기도 합니다. 

5번

이 내용은 2번과 관련되는데요. 창조과학의 과학적 성과, 정말 있습니까? 있으면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창조과학을 공부하신 분들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과학도 같은 무게로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창조론과 진화론을 정확히 대척점에서 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면, 창조과학 이외의 다른 시각들을 꼭 공부해봐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크리스천 과학자들을 포함해서) 어떤 결론들을 갖고 있는지 또한 신학자들이 어떤 성경관과 창조신학을 이야기하는지 창조과학의 시각을 넘어서서 보다 열린 마음으로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 "무크따"와 "오리진"부터 열린 마음으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