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창조-진화 논쟁 여전한데… 영화 '인터스텔라', 학자에게 묻다

별아저씨의집 2014. 12. 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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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를 계기로 우주과학 신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IVP)란 책을 펴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44) 교수를 만나 '신앙-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모태신앙인 우 교수는 대학시절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활동하면서 귀납법적 성경공부와 기독교 세계관을배웠다. 2008년에는 거대 블랙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NASA가 수여하는 허블펠로십을 받기도 했다. 

27일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우 교수는 "과학으로 신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신을 믿는 크리스천은 과학을 통해 오히려 신의 창조세계를 더 풍성히 배우고 감탄하고 그것을 통해 신을 찬양할 수 있다"면서 "(인터스텔라) 영화는 과학과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으로 우리는 우주의 신비에 주목하면서 상상력을 펼치며 재밌고 은혜롭게 감상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우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크리스천 과학자로서 우주를 설명한다면.

"우주는 다채로운 신비한 현상들의 보물섬과 같다. 블랙홀도 인간의 경험을 넘어서는 다양한 현상들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존재다. 블랙홀과 같은 현상을 다루는 과학은 우주의 신비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우리는 그 신비를 목격하며 경외감을 느낀다. 우주의 신비는 바로 신의 창조 지혜를 드러내고 창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중력'은 무엇을 의미하나.

"쿠퍼와 딸 사이를 연결해준 것은 바로 중력이다. 왜냐하면 시간의 왜곡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중력이기 때문이다. 딸 머피에게 'S.T.A.Y'라는 부호를 찍어낸 존재는 유령도 아니고 '시간의 지평선'을 돌아 나온 아버지였다."

-웜홀을 통한 여행은 과학적으로 가능한가.

"흥미로운 블랙홀을 소재로 삼아 우주여행을 다룬 인터스텔라 영화는 과학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한 말 그대로 영화일 뿐이다. 웜홀을 통한 여행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고 블랙홀 근처에 행성이 있다는 것도 과학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과학을 통해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 주신 이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NASA 과학자들이 컴퓨터 계산을 하다가 지구 시간에서 24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찾았고 이것이 바로 여호수아서 10장에 나오는 태양과 달이 멈췄던 바로 그 사건을 증명한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인가.

"어불성설이다. NASA에 납품하던 한 회사의 직원이 이런 이야기를 지역 신문기자에게 했고 그것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간 것이지만 실제로 이 사람은 NASA의 컴퓨터 관련 부서와는 관련도 없고 NASA에서 지구 시간에 24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을 찾은 적도 없다. 사실 지구의 긴 역사에서 24시간이 비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떤 컴퓨터 계산을 통해서 찾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문제 때문에 NASA의 여러 센터 중 하나인 고다드 우주센터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발표도 했었다." 

-과학과 신앙은 서로 포용할 수 없나. 

"과학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논리적이고 경험적인 틀이다. 반면 신앙은 신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 즉 과학과 신앙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며 각기 다른 영역을 다룬다. 그러므로 양립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무신론자라는 오해가 있다.

"과학자 중에는 무신론자와 유신론자 모두가 존재한다. 특히 신의 존재를 믿는 많은 크리스천이 있다. 그러므로 과학 연구를 하는 행위만을 가지고 무신론자라고 말할 수 없다."

-진화, 진화이론, 진화주의 차이는 뭔가.

"진화는 자연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주 진화, 생물 진화 등 시간에 따른 변화를 말한다. 진화이론은 과학이다. 우주나 생물의 진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인과관계를 밝히는 과학이론이다. 진화주의는 진화이론을 무신론적으로 해석한 세계관이다." 

-과학의 대상은 무엇인가.

"과학은 경험적 연구가 불가능한 초자연적 현상은 다루지 못한다. 과학이 자연현상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의 존재를 배제할 수는 없다. 자연현상의 원리들을 신이 부여했고, 신은 스스로 만든 자연법칙과 인과관계를 통해 일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로서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성경과 자연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두 가지 책이다. 그러므로 두 책을 함께 비교하며 읽어야 한다.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석의 작업이 필수적이다. 성경은 과학 교과서가 아니다. 성경이 쓰인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고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성경을 과학 교과서로 보기 시작한다면 지동설을 반대했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100년도 넘은 '창조-진화' 논쟁이 여전한데.

"우리는 과학을 통해 창조세계를 본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주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창조세계의 경이로운 면모에 감탄할 것이다. 과학은 창조주 하나님을 더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창조의 신비가 새롭게 드러날 때마다 우리는 창조주께 감사와 찬양을 돌릴 수밖에 없다. 우주 진화는 바로 하나님의 창조 과정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성경에서 제시된 하나님을 만나는 일만큼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