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기독교 서적

C. S. 루이스의 판타지소설 '침묵의 행성 밖에서'

별아저씨의집 2014. 10. 7. 00:27


공휴일에는 책 한 권을 읽는다! 평소의 소신에 따라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사실, 공휴일에 주말이 이어져 두 권을 읽기는 했습니다.


C. S. 루이스의 SF 소설인 '침묵의 행성 밖에서'를 손에 들었습니다. 루이스의 책은 많이 읽은 편이지만 SF 우주 3부작이라고 알려져 있는 세 권의 책은 읽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와 다르게 우주를 무대로 하기 때문에 과학판타지 소설로 분류되기도 하는 루이스의 우주 3부작. 그러나 사실 소설에 흐르는 근원적인 질문은 루이스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3부작은 각각 독립적인 소설로 볼 수 있는데요  1부 침묵의 행성 밖에서,  2부 페렐란드라, 그리고  3부 그 가공할 힘, 이렇게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침묵의 행성 밖에서'는 주로 화성에 사는 지적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화성에는 세부류의 지적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사는 행성을 말라칸드라라고 부릅니다. 태양의 피라고 불리는 금을 캐어가려는 두 명의 지구인들에게 납치된 주인공이 화성에서 그 세 부류의 지적인 존재들과 차례로 만나고 그들의 세계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이 전개됩니다. 목숨을 건 도망, 화성인들과의 만남, 깨달음, 등등. 그런 판타지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책 제목이 좀 엉뚱맞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예 2권 페렐란드라처럼 1권도 말라칸드라, 그렇게 붙였으면 더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3부작의 첫 권이고 결국 침묵의 행성인 지구인들의 삶을 부끄럽게 드러내는데 주요한 목적이 있을테니 루이스가 붙인 제목도 그럴듯 하긴 합니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이 '나는 이책에 매료된 나머지 다 읽을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고 책표지에 써있는데 사실 저도 한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렸습니다. 나니아 연대기처럼 영화로 만들기는 훨씬 어렵겠지만 오랜만에 상상력을 극도로 자극하는 책을 읽었다는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 이야기 나눌 만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령, 탐욕을 이해하지 못하는 화성의 존재들에게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그들의 말로 인간의 욕심과 탐욕, 전쟁을 설명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묻습니다. 지구에는 양식이 충분하지 않냐고. 


SF 라는 측면에서도 크게 흠잡을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SF 쪽을 극대화하기 위한 소설이 아니니까 SF의 잣대로만 본다면 흥미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고 화성의 풍경이나 식물들에 관한 묘사가 어떤 독자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라디오를 주로 듣던 루이스의 시대를 생각하면 이 책에 나오는 훌륭한 묘사들은 화성의 모습을 고스란히 독자들의 머리속에 심어줄 만큼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던 시기는 현재가 아니라 화성의 역사 초기입니다. 이것은 최근에 화성탐사를 통해 더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재밌게도 루이스는 지구에 생명체가 살기 전 화성에서 생명체가 번성했다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화성인들도 늙어가는 화성을 떠나 지구를 정복할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죠. 어쨌거나 저에게는 무척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탁자에 놓여있는 2부 '페렐란드라'에 자꾸 눈이 갑니다. 혹, 오늘 밤을 새면서 읽을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