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멀티태스킹

별아저씨의집 2013. 10. 7. 08:06

머리 속에 여러 생각들이 한꺼번에 돌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 프로젝트들의 상황, 다음 단계 연구 내용, 연구비 관련 자잘한 일들, 학생 지도와 관련된 일, 참석할 컨퍼런스, 발표 준비, 그리고 마감이 다가오는 글쓰기, 집필 계획...


아침 시간, 샤워를 하면서 수많은 생각들을  하다 보면, 머리를 감았는지, 세안을 했는지, 샤워젤을 사용했는지, 샤워의 3단계 중 어디까지 했는지를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라는 책에서 멀티 태스킹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수렵사회 시절부터 있었고 멀티 태스킹을 하는 것은 원시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얘기를 썼습니다. 사냥한 동물을 먹으며, 더 힘쎈 놈이 다가오지 않나 경계해야 하고, 새끼들도 돌봐야 하고 동시에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할 수 밖에 없던 시절이라는 것이죠. 


한가지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축복입니다. 방해받지 않고 묵상할 수 있다는 것, 혹은 생각의 흐름을 깊이 따라가는 독서와 같은 일은 어쩌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자 축복이라 생각됩니다. 


멀티태스킹은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스타일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욕망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착취하는 성과사회의 도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식일에 안식을 누리고 욕망으로 부터 자유하는 일.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두뇌의 메모리를 비우고 CPU를 잠시 꺼두는 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