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여행

별아저씨의집 2013. 4. 9. 01:30

황사가 덮은 듯한 텁텁한 서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벚꽃이 화사하게 웃고 있을 따사롭고 화창한 봄날을 상상했건만

그 바램을 비웃는 쌀쌀한 날씨가 여전히 겨울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정지용의 고향이 떠오른다.

고향, 도시, 남의 나라...


교토의 봄은 다를까?

Cherry blossom이 절정이라는 4월,  호텔들이 죄다 만원이라든데

오사카 공항에서 교토에 이르는 급행열차길의 바람은 차가왔다.

새벽에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면 

교다이의 캠퍼스엔  따듯한 봄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억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 오랜만에

단편소설을 들고 여행길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하면 곧장 라운지 같은  한가한 곳에 틀혀박혀

밀린 논문이나 이메일들을 읽어 제끼거나

비행기에 오르면 노트북을 꺼내들고 

하루 8시간 만큼이나 방해받지 않는 귀한 시간이라며 

쉴새없이 두뇌를 가동하던 그 과정은 여행이 아니라 이동이었다. 


여행을 해 본지는 얼마나 되었던가?


바쁜 스케줄로 자신의 중요성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아님, 정말로 그렇게 바쁜 것일지도 모르는 

비즈니스의, 비즈니스에 의한, 비즈니스를 위한 이동객의 탈을 벗어 버리고

마치 마실을 가는 사람처럼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책을 한권 사다. 

매년 나오는 문학상 작품집인데 올해는 표지가 바뀌었다. 

오랜만에 하는 여행만큼이나 낯설다. 


일 생각을 버리고 잡생각에 집중하니 영혼이 신령해 지는듯 

나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사람들을 생각하고 추억하고 미래하다, 그러다 

가끔 눈물도 흘린다.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몇살일까?


하청업자 같은 연구노동자의 쳇바퀴를 거부하고 

자유를 생각한다. 

자유


가장 두려운 감옥은 '나'라는 감옥이다.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얻었던가?


여행은 인생을 닮았다. 

낯선 여행길에 인생을 접한다. 

여행이여! 자유로 향하는 길로 인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