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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누가 신을 만들었단 말인가? Who made God by Edgar Andrew 두번째 글

별아저씨의집 2012. 2. 19. 16:56

얼마 전에 "누가 신을 만들었단 말인가?" 라는 책에 대한 감상을 올렸었습니다.
누가 신을 만들었단 말인가?  Who made God by Edgar Andrew 

짧은 첫번째 글에 이어, 짧은 두번째 글을 씁니다. 지난번에는 약 11장 정도까지 읽고 간단한 감상을 올렸는데 이제 막 17장까지 뒷부분을 다 읽었습니다. 

출판사에는 일단, 책을 완독하고 추천사를 쓸지 결정하겠다고 얘기해 두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추천사를 쓰기는 어렵겠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정보이론을 바탕으로 한, 생명의 기원, 대진화, 진화심리학 등등의 문제들을 차례로 다룹니다.

그러나 신선했던 앞부분과는 달리 뒷부분으로 가면서는 창조과학의 냄새가 많이 납니다. 특히 아직 설명되지 않은 진화이론의 다양한 면모들을 공격하면서 대진화가 일어날 수 없다는 논조를 펴는 것은 거의 기존의 창조과학자들과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최초의 생명체, 즉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는 진화이론에서 거의 다루지 못하고 있음을 볼때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은 적절하다고 보이고 또한 진화심리학은 진화생물학처럼 소프트 사이언스 (soft science)에도 끼지 못하는 경험적 과학이 아니라는 주장에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화이론에 대한 그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자연선택, 유전자 부동, 돌연변이 등의 기작들을 차례로 공격하는 그의 논리에 대해서는 크리스천 생물학자들의 반응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드가 엔드류는 지적설계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첫째로는 지적설계는 과학이 아니라 과학을 넘어서는 형이상학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비판입니다. 제가 지적설계에 대해 누차 비판했던 점과 같은 맥락이기도 합니다. (지적설계 논증은 과학인가? 제가 십여년 전에 쓴 글입니다. ) 두번째는 지적설계는 복잡한 생명체에 관해서는 간격의 신과 같은 오류를 갖기 쉽고 반면 다른 과학의 영역들을 자연주의에 넘겨주어 버린  너무 폭이 좁고 철학적 기반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 부분도 역시 제가 지적설계를 반쪽자리 설계라고 비판했던면과 일치합니다. ('너무나 인간적인 반쪽짜리 '지적' 설계" 참조) 자연적 과정으로 설명되는 모든 다른 현상들도 설계자의 작품인데 지적설계운동은 '기적'과 같은 설계의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영역 만을 다루기에 반쪽짜리 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에드가 엔드류의 가장 큰 약점은 창조에 대한 균형잡힌 신학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는 젊은지구론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게 타락이전에는 모든 동물이 채식을 했다고 보는군요. 또한 자연적 인과관계를 통해 생물들이 창조되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경관을 갖고 있다고 보입니다.

가령 유신진화론에 대한 그의 입장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유신진화론을 세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 창발적 유신진화론은 자연법칙과 진화과정을 통해 생물들이 창조되었지만 그 과정은 물리화학 현상으로 환원될수 는 없으며 창조의 목적에 따라 그 과정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그는 자연법칙의 결과로서만 그 목적을 볼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기때문에 창발적 유신론을 부정합니다.

둘째, 콜린스 박사의 견해와 비슷한 전형적인 유신진화론으로 생물들의 창조는 자연적과정 진화의 기작을 통해 이루어졌고  그 과정은 물리화학적 작용이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떤 특별한 신의 개입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지요. 가령 생물학적 인간이 진정한 인간이 되는 과정 (영혼을 불어넣는 과정으로도 표현되기도 합니다)은 자연적 과정이 아닌 어떤 특별한 개입이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에드가 앤드류는 이 입장도 반대하는 그 이유는 창조의 과정에 물리적 기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생물학적 창조의 과정에 반드시 자연적 인과관계 (가령 진화론)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셋째, 지적설계론자들이 받아들이는 유신진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지적설계론 중에서 진화이론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보면 인간은 공통조상으로 부터 진화했지만 그 과정은 무작위적으로 된 것이 아니라 모종의 신의 간섭이 있었다고 봅니다. 에드가 엔드류는 진화론에다가 신을 살포시 얹은 최악의 입장이라며 성경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그의 견해를 보면 창조를 이해하는 그의 견해는 매우 좁고 보수적이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거의 '특별 창조론'에 가깝습니다. 그가 우주의 연대나 생물의 연대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하는 군요.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무신론자들의 공격을 뒤집어 자연에서 모든 것이 진화했다는 무신론의 설명도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유쾌한 논리를 펴가던 책의 앞부분과는 다르게 책의 뒷부분은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