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2011 시카고 코스타

별아저씨의집 2011. 7. 10. 06:16

오랜만에 코스타에 참석했습니다. 휘튼의 풍경이 유학시절 미국 동부를 그립게 하더군요. 

작년에 한 해 빠졌는데 한국에 정착한 후 처음 가는 것이라 그런지 코스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주 코스타만이 갖고 있는 복음, 코리안 디아스포라, 신앙과 학문의 통합 이라는 핵심가치가 잘 들어났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석자도 꽤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고 세대가 더 어려졌다, 아니 내가 더 중년세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코스타의 진정한 사역은 전체집회보다는 조별모임을 중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별모임과 조장수련회, 멘토모임 등등을 참석해 보지 못하면 사실 코스타의 흐름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받은 느낌도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인상에 가깝습니다. 삶과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다루는 tmKOSTA도 훌륭하게 진행되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번에 두 개의 세미나를 시리즈로 했습니다. 우주의 창조로 드러나는 창조, 그리고 과학적 무신론과 창조과학: 두개의 근본주의를 넘어서 라는 제목으로 과학과 신앙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첫번째 강의에서 주로 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역사를 다루고 인간과 신의 의미를 고찰했고 두번째 강의로는 코스타에서 계속 해오던 과학과 신앙의 문제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두 개로 나눈 것은 새로운 시도였는데 나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세미나 집중도도 좋았고 식당이나 조모임에서 만난 분들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첫째 강의에서 과학 내용을 더 줄이고 과학적 무신론 내용을 더 다루어야 겠다는 평가를 해 봅니다.  과학에 근거한 이성적인 기준으로만 본다면, 최소한 동등한 위치에서 유신론과 무신론적 과학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형이상학적 논거들을 제시해 주고 그래서 포괄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을 갖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것보다 더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깊은 의미와 해석을 준다는 점을 짚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 강의에서 주로 갈등의 국면을 다루고 수술을 가하는 작업이 더 효과적이 될 것 같습니다. 강의도 계속 진화하는 군요.  

참석자들의 반응은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웠는데 아마도 강의 내용이 더 다듬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도 강의를 들었다는 분들 중에는 그런 피드백을 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Surprised by Meaning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재밌게도 맥그라스가 천문학 얘기를 많이 다루고 있더군요. 제 강의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아 흠칫 했습니다. 이번 여름에 출판된 책으로 휘튼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사버렸지요.  1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얇은 책이라 주욱 책을 읽다보니 비행시간도 짧아진듯 했습니다. 책 얘기는 다음에 하지요. 

세미나를 통해서  그리고 세미나에서 연결된 조별 모임에서 많은 코스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수 있다는 사실은 감사한 보람입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이 얘기하고 사귀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다음에 또 교제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바래봅니다.  이번에 만났던 코스탄 한 분 한 분 모두 반가왔습니다. 

뜻하지 않은 반가움도 있었습니다. 전체집회 강사가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었는지 어떤 강사님들이 오시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고 갔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강영안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물론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전, 식사하고 산책하며 1시간 정도 밖에 얘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었지만, 강 교수님을 뵌 것은 그리고 오전강의를 들은 것은 하나의 예기치 않은 기쁨이었습니다.

그리스도와 연합한다는 것, 과학적 무신론과 종교다원적인 현상이 드러나는 사회 속에서 소비주의와 교회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산다는 것, 너무나도 바쁘게 흘러가는 삶의 지향점이 어디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 코스타였습니다. 세상을 본받지 않고 정욕과 이기심을 역류하여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 직업적 안정성을 갖기 시작하고 생산성에 집중하며 어쩌면 인생의 큰 변화가 없을지도 모를 것 같은 나이에, 그런 나에게 삶과 성숙은 무엇인지를 돌아봐야 하는 숙제를 던져주셨습니다.  그렇게 보낸 한 주가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