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기자면 다냐고? 무례한 기자는 몇 퍼센트 쯤 될까?

별아저씨의집 2010. 3. 19. 20:48
어느 집단에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연거푸 나쁜 사람들을 만나면 그 집단이 죄다 나쁜 놈들처럼 생각된다. 우리나라 기자들, 어떨까?

한국에 온 후로 기자들한테 전화가 가끔 온다. 도대체 어디서 내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는지, 어김없이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물론 과학관련된 내용을 묻기 위해 오는 전화들이다. 예의바르고 정중하게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흔하다. 

금요일 저녁 7시쯤 된 시간, 퇴근해서 쉬면서 아내와 저녁을 먹으려 하는데 전화가 왔다. 어느 일간지 기자라고 한다. 3대 일간지 기자라고 하면 전화받는 사람이 고분고분 답해주리라 기대하는걸까? 그도 그럴 것이 언론의 덕을 좀 보려면 기자들에게 잘 보여야겠지. 그래서일까 어느 신문사 기자라고 밝히고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 전화 받을 수 있는지, 혹은 시간이 괜찮은지, 자문을 구해도 되겠는지? 이런 소리 전혀 없다. 다짜고짜 어떤 과학내용을 묻고 답을 요구한다. 

며칠 전에는 3대 일간지 자회사인 잡지사의 기자가 전화를 했다. 한창 뭔가를 연구하는 중에 걸려온 전화에서는 원하는 답을 달라고 조르는 목소리가 급하게 흐른다. 자기만 바쁜가? 나도 바쁘다. 뭔가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확 끼어들어 자기 일을 해 달란다. 자문을 구하려고 합니다라든가, 전화 통화 괜찮냐라는 등, 상대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나는 누구고 어디 기자인데 이 질문에 답을 해 달라. 그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는가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 보이는 기자들, 정말 황당하다. 전화를 끊고 나니 도대체 내가 그 전화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그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일이 있던 뒤라 금요일 저녁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는 처음부터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만난 적도 없고,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고, 예의도 없고.. 그런 기자들이 그저 자기가 원하는 답만 알아내면 된다는 당돌한 태도로 그리고 마치 당연히 자기 질문에 답을 해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질문을 한다. 기자가 무슨 권력인가? 물론 급하겠지. 기사는 당장 써야하고 내용은 모르겠고 만만한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답을 얻으면 아주 편하겠지. 좋다. 상황이 이해는 된다. 그러면 급한 사람이 공손히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부탁을 하는 사람이 부탁하는 사람답게 해야하는 것 아닌가? 전혀 아니다. 완전 돈받으러 온 빚쟁이다. 일과 시간도 아니고 주말 저녁 시간에 그것도 핸드폰으로 다짜고짜 전화를 해서는 통화가 가능한지 묻지도 않고 자문을 구하겠다 부탁을 하지도 않고 114에 걸어서 전화번호 알아내듯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가져가겠다는 당돌함. 기분도 몹시 나빴지만 기자들의 이런 태도가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도대체 왜 내가 이 시간에 그렇게 붙들려 길게 답을 해주어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도 그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부탁이라도 했다면 부탁을 들어주자는 생각으로라도 왠만큼 답을 해 주었겠지. 

조금 설명해 주다가 열 받아서 한마디 했다. 그랬더니 미안하다면서 다시 연락하겠단다. 동료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밤낮, 휴일 가릴것 없이 기자들이 전화를 한다고 한다. 한밤 중이나 새벽에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단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자들의 그런 폭력성에는 그것을 용인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어느 신문사 기자입니다라고 하면 그 언론의 권력에 온순해지고 그들의 당돌함을 용인해 주는 분위기. 생각해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태도로 권력을 행사했을까? 워낙 익숙한 일이다보니 그냥 아무생각없이 계속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나 같은 사람 한번 만나면 이 사람 왜 이렇게 튕겨 정도로 생각을 할 것이고 자기가 갖고 있는 리스트의 다른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질문을 하겠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는 일은 별로 생기지 않을 것 같다. 

기자들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 많다. 한마디라도 기사가 나가면 그만큼 유명해지기도 할 것이고 자신의 연구에도 보탬이 되겠지. 그런 생리를 잘 아는 기자는 그래서 권력을 쥐게 된다. 그리고 그 권력만큼 무례해지기 쉽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기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최근 그런 기자들을 내가 더 경험했다는 것이지. 

물론 미국에 있을때도 한국 신문사 기자들에게 전화를 받은 일이 있다. 이메일을 먼저 보내 언제쯤 전화하는것이 좋은지 묻고 그리고 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었다. 그런 기자들도 있는 반면 오늘 같은 막무가내 기자들도 있다. 이것은 기자들 간의 편차를 보여주는 것일까? 한국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대변해 주는 것일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도 후자가 답인 듯 하다. 

훌륭한 기자들은 계속 훌륭하게 취재하시되, 되먹지 않는 이기적인 기자들, 예의 좀 갖추어라. 그리고 기자들에게 권력을 실어주는 고분고분한 정보원들, 제발 좀 여론 타서 유명해 지겠다는 둥의 얇팍한 생각들 좀 버리고 기자들 그만 스포일 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