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서울장신대, 과학과 신앙 강의를 다녀와서

별아저씨의집 2010. 3. 14. 20:18
밤새 소복이 내린 눈으로 곤지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길을 염려해서인지 길에는 차들도 적었고 속도를 내는 차들도 많지 않아, 눈꽃이 만발한 경치에 바이올린 소리를 벗삼아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이 무척이나 유쾌했다. 

특강 강사로 초청을 받고 약간 놀라기도 했다. 춘계신앙수양회에 과학과 신앙을 주제로 한 특강이라... 그러나 최근에 과학적 무신론이 유행을 탔던 시기가 있어서 크리스천 대학생들의 과학과 신앙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짐작을 해 볼수 있었다. 이 문제는 크리스천 학생들이 많이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었고 사실 어느방향으로 가야할 지 몰라 매우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으로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이번 학기도 여러 곳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한편 신학교라는 명칭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일반대학들과는 달리 오히려 교단의 색깔이나 교단 지도자들, 그러니까 힘쎈 목사님들의 파워가 신학교를 휘감고 있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사장, 혹은 이사회가 꽉 잡고 있는 한국의 신학교에서 용기있게 자기주장을 펼쳐낸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라고 평소에 생각했다. 극단적인 문자적 해석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창조과학류를 비판하는 것도 그 수준을 어느정도로 해야할지 조금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뭐 내가 갖은 컨텐츠를 수정하거나 첨삭할 수 는 없었다. 정공법으로 다 꺼내놓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시간 강의동안 학생들의 반쯤은 꽤나 경청하는 모습이었고 나머지 반쯤은 졸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늦은 오후에 강당에 갇혀서 딱딱한 얘기를 듣는 것이 쉽진 않았을테지. 그러나 눈을 반짝이며 듣는 많은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학생회에서 준비한 순서가 이어졌고 나는 식당으로 인도되어 아쉽게도 학생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여러 교수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리 계획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바쁘지 않으면 식사 후에 차나 같이 하자는 한 교수님의 제안으로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겼다. 사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지만 전교생, 교직원이 다 참석하는 수양회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교수들이 강의에 들어올거라는 예상을 했고 그들에게 맞춰진 포인트들도 강의에 담았다. 대여섯분과 한시간 가량을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기존의 반진화론의 주장들을 하나씩 물어보기 하셨고 진화와 관련된 과학적 내용 그리고 신학적 문제들에 대한 얘기들이 오갔다. 평소에 장신 정도면 대화가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대화가 즐거웠다. 

결국 과학자와 신학자, 양쪽의 노력이 함께 기울여져야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바로 세우고 학생들에게 좋은 방향들을 제시해 줄수 있는데 그런면에서 그 날의 대화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격려를 받았다. 중고등부를 맡고 있는 전도사님들이 이 문제에 관해서 무척 헤매고 있을거라면서 신대원생들을 위해서도 일해 달라는 주문도 받았다. 

어둠이 내린 귀경길, 더이상 눈꽃들은 보이지 않았고 차가 밀리기도 했지만 몇시간 집중된 강의와 대화로 지친 몸에는 감사의 마음과 새로운 기운이 멤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