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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졸리다

별아저씨의집 2010. 2. 26. 02:26
Hubble Space Telescope 프로포잘을 준비 중이다. 벌써 며칠째인가? 두주?

막, 3번째 드래프트를 보냈다. 새벽 두 시... 얼바인에서 아침 9시에 이메일을 받은 동료가 이제 내가 자는 동안 세번째 에디팅을 하기로 했다. 물론 지금 보낸 드래프는 UCLA 동료가 거기 시간으로 밤 10-1시 사이에 에디팅해서 다시 내게 보내준 버젼을 토대로 지금까지 고친 거다. 

대략 10대 1 경쟁의 따기 어려운 허블. 한국사람이 PI인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며칠 전까지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허블망원경 시간에 따라나오는 연구비는 미국대학, 연구소 소속 PI들에게만 주게 되어 있으므로 한국대학에 속하게 된 내가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을 반 타스 더 받아도 하나씩 줄 만큼 현재 갖고 있는 프로젝트도 많은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들게 새로운 연구를 위한 프로포잘을 쓰면서 팍팍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밥줄이 걸린 때는 지나지 않았나?

미국에 있을 때 성공한 허블 프로포잘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 와서도 허블 시간을 당당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스스로 증명하려 하는 거였을까? 근데 누구한테 보여주어야 하는 거지? 동료교수들? 학생들? 귀감이 되기 위해서? 혹은 지금껏 그렇게 살던 모멘텀 때문인가? 혹시 연구의 선점, 욕심 뭐 그런 것들은 아닐까? 탁월성의 추구의 관점에서 나는 내 행동 혹은 삶을 합리적으로 이해할수 있을까?

 막상 마감일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도 없어진다. 왜냐, 스트레스 받는다는 느낌을 묵상할 여유가 없거든. 

그러나 이렇게 하나의 프로포잘을 완성하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마라톤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 대충 쉬운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항상 스트레스 때문에 중간에 화~악 때려치고 싶지만, 끝까지 자기와의 싸움을 하면서 하나의 프로포잘을 완성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 게임을 즐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질까봐 스트레스 받는 경기가 재밌잖아. 음... 그러고보니 연구는 내 천성인가보다. 흠... 결론이 이상한 쪽으로 간다. 무척 졸린게 사실인가 보다. 모니터의 글씨가 잘 안보이기 시작한다. 어쨌거나.

프로포잘을 완성할 때 쯤 되면 스스로 안다. 경쟁력있는 프로포잘인지 아닌지. 사실, 좋은 프로포잘을 쓰는 일은 이미 연구논문을 반 이상 쓴 셈이다. 남은 일은 데이터 얻어서 분석만 하면 될 정도로 모든 아이디어와 쉽지 않은 질문들을 다 다루어서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견더내어 죽지않은 프로포잘이 되도록 썼다면 말이다. 

졸린데 잠이 안온다.
그나저나 내일 아볼로 포럼에서 저녁강의를 해야 하는데 하필 마감일이 겹쳤다. 토요일 아침 7시가 마감이니 아무래도 내일 이맘때 쯤 제출할 듯 한데. 그럼 학생들과 얘기하면서 밤을 세는 일은 불가능 하리라. 혹시 내일 오후에 끝내버리는 기적이 발생하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