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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사역과 코스타

별아저씨의집 2005. 9. 7. 03:58
이 글은 뉴헤이븐 한인교회의 소식지인 '믿음의 터' 2002년 겨울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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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사역과 코스타

최근 몇년 동안 저희 청년부원들은 시카고 근교에서 열리느 코스타 수양회에 참석해 왔습니다. 이 글은 코스타 사역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유학생사역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씁니다.

미국의 한인교회는 한국의 교회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습니다. 흔히 이민교회라고 불리는 한인교회들이 갖는 한가지 특징은 유학생 그룹이 있다는 것일 겁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이런 특징에도 다양함이 있습니다. 커다란 대학들을 중심으로 칼리지타운이 형성되는 중서부에는 주로 유학생들로 구성되는 교회들이 다수인 반면, 대학이 없는 지역에는 유학생들이 거의 없는 교회들이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유학생의 숫자가 10-30%가 되는 뉴헤이븐 한인교회는 아마도 그 중간쯤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싱턴 소재, 국제교육연구소의 유학생 현황조사 보고에 의하면 2001-2002년에 미국에 유학온 한인 유학생 숫자는 약 5만명으로, 6만명이 넘는 인도와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그룹에 속하니다. 한국인구의 1/4이 그리스도인이라는 통계를 나이브하게 적용해 보면, 이 중 약 4만명의 학생이 아직 복음을 믿지 않는 학생들이며 실제로 그 숫자는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 온 유학생의 숫자는 60만명 가량이 됩니다. 대부분은 소위 기독교가 지배적이지 않은 나라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7,8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론 목표한 학위를 마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건강 그리고 경제적 뒷받침을 쉽게 꼽아 볼수 있을 것이고, 때마다의 고비를 이겨낼 근원이 되는 공부하는 목적, 학위를 받으려는 이유에 대한 확신과 정서적인 뒷받침도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복음이 주는 생명입니다. 믿지않는 자들에게는 고통스런 한 낮에 남의 눈을 피해 물을 길러왔다가 예수를 만난 사마리아 여인처럼 주님을 만나는 일이며, 이미 그분을 만난 자들에게는 끝없이 흘러나오는 생수의 강을 공급받으며 사회의 각 영역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전문인 그리스도인으로 준비되는 일입니다.

선교적 관점에서 유학생사역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선교사 한사람을 적대적인 이슬람 국가에 보내는 일은 상당히 어렵지만, 미국에 유학온 이슬람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이 자신의 사회로 돌아가 발휘하게 될 잠재력을 생각해 볼때 그 선교적 효과는 훨씬 광범위합니다. 많은 미국교회들이 유학생사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유학생 사역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진행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외선교를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문화와 중국유학생들의 삶의 방식, 관심사, 주변환경, 접촉점 등에 대한 자료들을 구축하며 유학생사역을 전문적으로 돕는 기관들도 있습니다. 캠퍼스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도록 한국인 사역자를 세우고 지원하는 미국교회들도 있습니다. 그 사역의 대상인 한국유학생들이 전혀 자신들의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인교회들은 유학생사역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유학생 사역을 지원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전혀 복음을 모르는 한인유학생들에 대해서도 선교적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이 한인교회들의 현실입니다. 저는 교회가 진정으로 교회다워지기 위해서는 지역교회의 이기주의를 이겨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습니다. 내가 다니는 어떤 교회가 내가 다니지 않는 다른 교회보다 더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자기교회의 이익을 넘어서 진정한 선교적 관점으로 유학생사역을 바라보는 전반적인 변화가 미국의 한인교회들에 일어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코스타(KOSTA: KOrean STudent Abroad)는 유학생사역을 하는 운동입니다. 북미에 있는 유학생들의 복음화를 통해 한국의 선교적 지도자들을 일으키고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학문연구를 격려하여 조국의 역사와 문화에 복음주의적 기여를 하게 하자는 취지로 지난 86년에 시작된 코스타수양회는 매년 여름 시카고근교의 휘튼대학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미국코스타의 사명은 '미국에 유학 중인 한인 대학원생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그들이 현재와 미래의 삶의 현장들, 가정, 일터, 지역교회, 그리고 학문활동 등에서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동역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제반 사역들을 영광스럽게 수행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코스타 홈페이지: www.kostausa.org 참조). 부족하고 비판을 받을 만한 면도 많이 있지만, 매년 천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석하여 함께 찬양하고 말씀 듣고 기도하며, 예수를 영접하고 선교를 결단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감격스런 일입니다. 건성으로 교회에 다니거나 신앙이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삶이 변화되어 예수를 믿는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는 일이 매년 약 10%의 참석자들에게 일어납니다. 또한 매년 참석자의 약 1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최소한 1,2년의 단기선교사역에 헌신하는 일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참석자들이 새롭게 복음을 듣고 은혜를 체험하며 기도의 응답을 듣고 결단하고 돌아갑니다. 수양회 현장에서 느끼는 복음의 열정은 쉽게 글로 쓰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스타 사역은 한주간의 수양회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한번의 뜨거운 수양회에서 깊은 감격과 열정을 경험한다고 해서 삶의 자리로 돌아간 유학생들이 갑자기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도달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처럼 청년부가 따로 있고 청년부원들의 신앙성장을 담당하는 사역자가 있는 교회들에 속한 경우 지속적인 훈련과 성장이 가능한 반면, 갈라지고 갈라져 죽어가는 지역교회에서 1년 내내 말씀에 굶주리는 유학생들이 허다합니다. 현장으로 돌아간 유학생들의 삶에는 여전히 거친 도저과 실패가 계속됩니다. 학위과정의 어려움과 경제적 압박등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코스타는 어떻게하면 현장에 돌아간 유학생들을 도울수 있을까 고민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시작된 몇가지 사역을 꼽아보면 현장의 삶을 나누고 받은 은혜와 세운 결단들을 잃지 않기 위해 글로써 유학생들을 도전하는 이코스타 (www.ekosta.org)라는 웹진 사역과 전공별로 학생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교제와 나눔을 돕는 전공/관심별 (tmKOSTA)사역, 그리고 각 지역교회에서 다른 형제, 자매들을 돌아볼수 있는 리더들을 세우고 훈련하는 일을 지원하는 지역별 컨퍼런스 및 조장사역, 마지막으로 선교헌신자들을 계속 격려하며 선교훈련을 지원하는 미션코스타사역이 있습니다. 2000년 가을에 시작된 웹진 이코스타는 수천명의 독자를 갖고 있으며 매달 코스타의 감동과 결단을 현장으로 전달하기 위한 글들이 모여 발간되고 있습니다. 지역별 컨퍼런스의 경우는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텍사스, 미드웨스트 등지에서 지역교회들을 연합하여 청년리더들을 세우고 도전하는 수련회들을 가졌으며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코스타의 특징을 말해보라면 자발성을 들겠습니다. 코스타 수양회에 오시는 강사님들은 사례비도 없이 그리고 여행경비도 자비로 부담합니다. 미국 전역에 이십여명이 되는 간사들은 대부분 현재 학생이거나 학위를 마치고 자기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매달 발행되는 웹진 이코스타는 두,세분의 간사님들의 밤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2000년 가을부터 코스타에 관여하게 된 것은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간사님들의 복음에 대한 헌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가 하는 작은 섬김을 보상받는다는 느낌을 갖게되니까요. 저는 코스타를 많이 비판하는 좌파(?)간사이지만 그래도 계속 코스타에 남아있는 것은 사역보다는 사람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랐던 것은 그 말씀과 사역에 동의해서라기보다 예수님의 삶 자체에 끌렸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나 자신이 아직 유학생이기 때문에 유학생을 위해서 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는 것은 또다시 유학생 이기주의가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러나 뉴헤이븐 교회 성도님들께 이렇게 부탁해야겠습니다. 첫째, 유학생사역은 선교사역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잘 믿는 학생들을 교회일꾼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 믿는 학생들을 돕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뉴혜이븐교회는 뉴헤이븐 대학과 예일대학이 위치한 도시에서 가장 안정적인 한인교회입니다. 타문화권 유학생 사역을 둘째치더라도 한인유학생들에 대한 영적 책임은 뉴헤이븐교회에 있음을 기억하십시요. 둘째, 뉴헤이븐을 넘어 미국전역으로 눈을 돌립시다. 가끔이라도 좋습니다. 매년 5만명씩 이 땅에 들어오는 한인유학생들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들 대부분은 우리교회보다 훨씬 열악한 교회들에 갈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요.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하십시요. 세째, 코스타 사역을 지원해 주십시요. 우리교회의 이익을 떠나 선교적 관점으로 코스타사역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십시요. 매년 수양회 실제경비의 50%를 수련회 회비로 책정합니다. 나머지 재정을 위해 헌금해 주십시요. 그마나 50%로 책정되는 수련회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유학생들을 위해 수련회장학금을 헌금해 주십시요. 아니 주변에 있는 학생들을 직접 도우셔도 됩니다. 간사들이 후원자가 되어 주십시요. 매년 두세번의 간사회의 및 수양회를 위한 펀드를 헌금해주시거나 여행경비를 지원해 주십시요.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당장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좋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유학생사역을 선교사역으로 인식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기도하는 일입니다.

새벽 이슬 같은 청년들이 주께로 나오는 그날을 잠시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