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레이져 빔을 밤하늘에 쏘다.

별아저씨의집 2009. 5. 4. 06:17
하와이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휴가가 아니라 출장을 온 것이라서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나는 표정의 여행객들에 묻혀 하와이에 오는 것이 그리 나쁘진 않다. 코나 공항에 내려 렌트가를 받아 와이메아로 올라왔다. 

이번 관측은 이틀 밤에 걸쳐 전반부만 시간을 받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쉬운 관측이다. 관측 프로그램에 따라 하룻밤을 반으로 나누어서 전반부(first half night)와 후반후(second half night)로 따로 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다. 우리가 관측하려는 은하들이 이른 밤에만 보이기 때문에 전반부 관측이 끝나면 다음 팀에서 망원경을 넘기고 1시쯤에는 숙소로 가서 잠을 잘수 있다. 그러니까 밤을 샐 필요가 없는 만만한 관측이랄까. 물론 후반부 관측을 하게 되면 훨씬 힘들다. 

이번 프로그램은 밤하늘에 레이져 빔을 쏘아서 반사되어 오는 빛을 가지고 실시간으로 대기의 흔들림을 보정하는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관측이다. 두개의 켁Keck 망원경 중에서 두번째 망원경에 설비되어 있는 이 기술은 소위 Laser Guide Star Adaptive Optics라고 부르는데 지상의 망원경들이 갖는 한계를 뛰어 넘게하는 기술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처럼 우주에 있는 망원경과 달리 지상의 망원경들의 경우에는 우주에서 오는 빛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약간의 교란을 일으킨다. 그래서 이미지가 깨끗하게 나오지 않고 약간 퍼진 형태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레이저 기술을 이용하면 얼마만큼 빛이 교란되었는지르 알수 있고 그에 따라 보정을 해주면 우주망원경에서 찍히는 이미지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수 있다.

물론 이 레이져 기술은 관측천문학에서 가장 앞선 기술에 속한다. 재밌는 것은 밤하늘에 강력한 레이져 빔을 쏘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정부기관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레이져를 쏘는 영역으로 인공위성들이 지나갈 경우에는 레이져를 중단해야 하기도 한다. 물론 쌍안경을 들고 지나가는 비행기나 혹 다른 물체들이 없나 눈으로 확인하는 사람들도 관측소 밖에 배정된다. 관측을 돕는 인력이 두배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켁 망원경의 시간을 배정할 때도 레이져 기술이 요구되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경쟁도 심하다.  

어쨌거나 재밌는 관측이고 이런 최첨단의 기술을 통해 얻는 데이타도 꽤나 훌륭하다. 어젯밤은 매우 성공적인 관측이었다. 블랙홀과 은하의 상관관계 연구에 중요한 작업이 될 것 같다. 오늘밤도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