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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쿼크, 카오스, 그리고 기독교 - 존 폴킹혼 저, 우종학 역, SFC 출판부 2009년

별아저씨의집 2009. 3. 17. 11:00
지난 봄에 번역한 존 폴킹혼의 '쿼크, 카오스, 그리고 기독교'가 지난 주에 출간되었습니다. 아직 책은 못받아서 레이아웃이나 디자인은 구경을 못했네요. 하지만 책이 얇은 편이라 쉽게 읽을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 역자 서문을 올립니다. 

역자서문 - 우종학 

          우리는 신앙이 우습게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신앙은 그저 개인의 의견이나 취향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고 신에 대한 증거도 별로 신통치 않은 같다. 우리는 그저 삭막하고 광대한 우주에서 왜소한 행성에 사는 보잘 없는 존재들 같다. 세상에는 악과 고통이라는 부조리가  넘쳐난다. 과학이 온갖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시대에 기적이라는 말은  속임수처럼 들린다. 과학을 믿는 사람들이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과연 말이나 되는가? 신앙은 마치 박물관 구석에 처박힌 케케묵은 이야기같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 항상 던지는 질문들 앞에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말문은 막혀있다. 우리는 논리와 과학의 용어로 신앙을 설명할 모른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무지나 무능력 자체가 우리의 신앙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실 과학을 얼마든지 포용하면서도 신앙을 갖는 것이 당연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에 모순되지 않게 신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는 게을러서 숙제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숙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과학과 신앙을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작업이다.  

폴킹혼은 과학과 신앙에 관한 주제들을 하나씩 던지며 명쾌한 시각을 제시한다. 물리학자로 평생을 보냈고 현재는 성공회의 사제인 그는 과학과 신앙의 문제로 오랫동안 씨름해왔다. 그의 장점은 과학자와 신학자로서 전문적인 시각을 종합하여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설정하는 훌륭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책에서 그는 과학은 사실이고 신앙은 의견에 불구하다는 편견을 과학 지식이 얻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속시원히 깨뜨린다. 미세하게 조절된 우주의 특성을 보면 창조주의 존재를 믿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역설한다. 과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는 하나님이 창조세계를 운행하고 섭리하는 방식에 대해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면서 악과 자연재해의 문제에 접근한다. 뿐만 아니라, 기도와 기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종말과 부활을 어떻게 과학과 연결할 있는지를 차례로 풀어간다. 결국 책은 과학자가 신앙을 가질 있다는 것을,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신앙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폴킹혼은 양자이론과 카오스이론에서 여러 통찰을 가져온다. 쿼크는 핵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로서 양자이론을 상징하며, 카오스는 그대로 카오스(혼돈) 이론을 대변한다. 이론의 특징은 비결정성(indeterminancy) 예측불가능성이다. 그는 특징들을 통해 하나님이 세상을 섭리하는 방식을 조망한다. 뉴턴 역학에 바탕을 기계론적 사고를 넘어서는 이런 통찰은 하나님이 창조세계와 상호작용할 있는 채널들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특히 위로부터의 인과관계 (top-down cauality)라는 개념을 조심스럽게 제시하면서 기존의 과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래로부터의 인과관계 (bottom-up causuality) 더불어 하나님이 창조세계를 운행하는 방식을 그려낸다.

 물리학자들이 과학과 신앙의 주제를 다룰 , 특히 생물진화를 다룰 사람들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물리학은 무기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계적인 학문인데 반해 생물학은 보다 복잡한 유기체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선입견에 기인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물리학을 매우 좁게 보는 오류에서 비롯된다. 사실 물리학계에서는 20세기 초기에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이 대두되면서 뉴턴의 기계론이 제시했던 과학에 대한 낭만적 기대가 무너졌다. 양자세계의 비결정성은 말그대로 우주를 하나의 기계로 없다는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비결정성과 예측불가능성과 같은 물리학의 주요한 발견들은 아직 다른 학문으로  전이되지 않은 하다. 대부분의 다른 학문들은 아직도 기계론적 과학관에 바탕을 둔다. 특히 분자생물학의 성공을 누린 생물학자들은 마치 뉴턴 역학의 전성기에 물리학자들이 가졌던 장미빛 희망을 현재 품고 있는 하다. 이것이 바로 생물학자들과 인지과학자들  중에 인간은 단지 원소들로 구성된 우주의 우연한 산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라고 폴킹혼은 설명한다. 간단히 말다면 양자이론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물리학자들이 과학의 한계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할까.

과학과 신앙의 틀을 제시하는 폴킹혼의 논거들은 상당히 논리적이며 일관성이 있다. 하나님이 만드신 (물리적 우주를 포함한) 전체세계를 조망하려는 과학자들이나 신학자들의 그림은 상당히 편파적이거나 혹은 내부적 모순을 안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비록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폴킹혼은 과학과 신학 양쪽의 관점에서 봤을 상당히 통일되고 일관된 틀을 제시한다. 그의 조망과 통찰을 통해서 자연세계 그리고 자연세계를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독자들은 많은 것을 배울 있을 것이다. 

책은 폴킹혼이 저술한 여러 책들의 요약판이라고 있다. 과학과 신앙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밀도있게 다루는 책을 통해 독자들은 주요한 이슈들을 이해하고 정리할 있을 것이다. 특히 양자이론과 카오스이론에서 끌어온 통찰들을 통해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좁은 시각을 넓히는 훌륭한 자극과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은 또한 비기독교인 지성인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갖는 논리성과 일관성의 기준에 미달되지 않는 폴킹혼의 논거는 기독교신앙을 변증하는 하나의 훌륭한 스토리다.

 

2008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