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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설계론을 추구할 자유를 달라는건가? 영화 Expelled

별아저씨의집 2008. 11. 6. 15:52

얼마 전 크리스챤 천문학자들의 이메일에 이런 질문이 떴다. 펠로우쉽에 지원하는 어떤 학생이 대중과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내용을 넣고 싶어했다. (미국의 과학연구 프로그램에는 종종 대중과학교육의 요소를 포함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는 선배 크리스챤 학자들에게 충고를 구했다. 여러가지 내용 중에 과학과 종교의 문제는 민감한 문제니까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적설계를 소재로 하는 Expelled라는 영화가 불거져 나왔다.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또 많은 학자들은 매우 균형잡히지 않은 프로파간다 영화라고 생각한다.

개봉할 때부터 이슈가 되었던 이 영화는 지적설계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학교와 연구소에서 추방된 사람들의 인터뷰로 시작되는 다큐멘타리 영화이다.이 영화는 지적설계와 진화론에 찬반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면서 과학자들이 지적설계 연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재의 상황을 비판한다. 한마디로 하자면 마음대로 학문, 그러니까 여기서는 지적설계이론을 추구할 자유를 달라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상영하는 곳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이 영화를 이번에 DVD로 보았다. 영화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코믹하게, 그리고 지적설계에 대한 찬반의견을 가진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하는 벤 스타인의 약간은 의심쩍은 표정과 간단하고 단순한 질문들로 나름대로 흥미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영화를 본 나의 감상을 말하자면 실망스럽다. 균형잡히지 않은 양극화의 시각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영화에는 지적설계를 지지하는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 과학계의 엄청난 권력이 지적설계를 연구할 자유를 무지막지하게 유린한다. 한편, 도킨스를 비롯한 여러 무신론 과학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그들의 얘기에 의하면 지적설계는 싸구려 레토릭에 불과하다. 이 두 견해를 들으면 과학과 종교는 마치 둘 중이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과학과 종교가 양립가능하다고 보는 견해는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하다. 맥그라스나 폴킹혼의 인터뷰가 짧게 나오지만 그저 구색맞추기에 불과해 보인다. 이들은 명백하게 지적설계를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영화에서는 그저 무신론자들의 견해를 약화시키는 식으로만 사용된다. 지적설계에 대해 반대하는 그러나 과학 특히 진화를 수용하는 크리스챤 과학자들의 입장은 드러나지 않는다. 

뎀스키를 비롯한 지적설계론자들은 진화도 자신들의 주장과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다만 진화가 일어났더라도 그것이 어떤 지적설계자의 가이드를 통해 이루어 진 것인가 혹은 우연히 방향성 없이 일어난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적인 존재의 가이드가 있었음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적설계에 대한 과학자들의 가장 큰 비판은 과연 어떤 지적존재가 어떤 자연현상을 가이드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랜 가뭄 뒤에 비가 왔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어떤 지적인 존재가 의도한 것일 수 도 있다. 문제는 그 지적존재의 흔적을 어떻게 과학으로 밝혀낼 수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없다. 그래서 지적설계는 비판받는다. 

영화를 통해 무신론자들의 펀치들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적설계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은 오히려 이 영화의 구도 자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진정한 승리는 과학 그 자체로 승부해야 한다.